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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게으름과 비에 젖는 2010 추석

가을강 2010. 9. 21. 12:43

올 추석은 수요일(23일)이라서 여유있는 기업체에선 종사들에게 긴 휴식을 줄 수 있게 되었다.

첫 금요일인 18 일만 쉬고 다음 주 금요일인 25 을 제끼면 바로 일요일까지 쉴 수 있지 않은가?

쉬거나 놀아도 생계에 아무 지장이 없고, 돈이 나오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사실 난 노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못해 샘이 나고 은근히 약까지 오른다.

토요일 휴무제, 주 5일 근무제를 노동계에서 기를 쓰고 추진할 때부터 난 노동운동의 진정성이나 도덕성을 낮춰 보기 시작하였다.

적게 일하고 알차게 봉급을 받는 것은 누구나 원하는 것이겠지만 이것은 결국 새로운 고급 노동계층을 만듦과 동시에 토요일까지 일해야만 하는 하급 노동계층의 출현이 필연적이다.

생산자들의 생산의욕과 생산량이 전과 다름이 없으면 없는대로,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문제라고 본다.

전과 같다면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필요한 것이며 떨어진다면 사회적 재화의 생산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가.

후자로 인해서 소비자가 자신의 기존 수요를 줄이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어쨌건 간에 제 요소 간에 간극은 더 커지는 게 사실이다.

뭐 어찌하든지 간에 나의 직업은 내가 놀면 누가 돈을 갖다 주진 않는 직업이다.

그렇지만 내가 일한다고 해서 평일처럼 내가 돈을벌어 들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가 열심히 일해야 할 때 사람들이 열심히 노는 것이나 쉬는 것이 그렇게 부럽다.

또 공휴일이 겹쳐서 그들이 아까워 할 땐 난 은근히 고소하다.

그런데 일요일 저녁부터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어젠 오전 내내, 밤, 오늘은 아침부터 장대비가 내린다.

추석 연휴 때에 이렇게 비가 줄기차게 온 적이 있었나싶게 비가 계속 내린다.

놀러가는 사람 분위기 떨구는 비로 인해 농사 짓는 사람들의 시름은 얼마나 깊을까?

우리는 어느 때부터 짚신과 나막신 장사의 희비가 확연해졌는데 도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어쩌면 개인주의를 불러 일으키는 급격한 도시화, 공업화가 주 원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아들 내외 손주들과 함께 사는주택이 더 좋아진다.

오늘 아침에도 풀을 뽑으면서한경이의 '머지쩌여여' 가자는 떼를 만류하느라고 고생 아닌고생을 했지만, 이 공간이야말로 나에게 얼마나 딱 맞는지 모른다.

추석이 지나야 가을이 시작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내가 어릴 적에 요당리에서 맞았던 추석 분위기가 몸에 밴 때문일 것이다.

<201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