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생각과 취미

겨울 황제 골프를 즐기다

가을강 2006. 12. 26. 10:42

오늘 아침 눈을 뜨니 7 시가 다 되었다.

어제 아내와 스크린 골프를 하면서 컨디션에 따른 변수와연습량의 절대부족을 절감하였기 때문에 원투쓰리 골프장엘 가기로 결심하였다.

28 일에 다이너스티에 가서 망신 당하고 싶지 않다.

난 아직도 '얼마나 잘 치느냐?' 가 아니라 '얼마나 망신 당하지 않느냐?' 를 먼저 머리에 떠올린다.

그야말로, '그냥 치자' '부담없이 치자' '힘 쓰지 말고 치자' 가 안되는 늙다리 비기너다.

7시 10 분에 출발하여 골프장에 도착하니 7시 30 분 정도...

주차장이 텅 비고 캐디들이 바깥에 안 보여서 영업을 안 하나 싶었는데 안에 있던 캐디들이 몇 명 정도 뛰어 나온다.

혼자 왔느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굉장히 아쉬워 한다.플레이어가 하나도 없어서 혼자 쳐야 한다고 한다.

계획하던 용변도 생략하고, 준비 스트레칭도 제대로 못하고 바로 티 박스에 섰다.

29 번 캐디가대통령 골프를 치시게 되었다고 축하한다.

제 1 홀에 서서 티를 꽂으니 땅이 얼어서 잘 안 들어간다. 끝이 뾰죽하고 쇠뭉치가 달린 도구로 땅을 찍어 티 구멍을 내도 잘 안 들어 가서 보니 중간 티이다. 짧은 걸 찾아 보니 어느 구석에 들었는지 못 찾아서 캐디가 빌려 주는 티를 꽂고서 빨강색 공을 올려 놓고 5 번 채로 휘둘렀다.

날 비기너가 몸이하나도 안 풀린 상태에서 바로 쳤으니 오죽할까...

공은 왼쪽 소나무 오비 지역으로 떨어진다.

캐디가 "몸을 일으켰고 그에 따라 머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제가 레슨도 해야겠군요" 하면서 반 놀림, 반 격려를 한다.

세컨 셧, 피칭에서 짧게 잡고서 쳤는데 왼쪽으로 날아간다. 역시 몸이 안 풀린 결과다.

세번 째 샷, 캐디가 "땅이 얼어 있으니 헤드 페이스를 세워서 그냥 밀으라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해 봤더니 거리 조절 미스로그린과의 중간 정도에서 떨어다가 주르르 오버해서 굴러간다. 캐디가 퍼팅할 때 처럼 그냥 밀어야 한다고 다시 코치한대로 그렇게 하였더니 조금 낫다. 퍼팅도 그냥 똑바로 밀기만 하란다.

제 2 홀은 전형적인 슬라이스 홀이다. 내 공은 여기에서 거의 슬라이스가 나서 개천 쪽으로 날아가서 주인과 아듀를 한 적이 많다. 캐디가 오른쪽에 치우쳐서 티를 꼽고 왼쪽으로 돌아서서 치라고 알으켜 준다. 그 말을 따랐더니 굿샷이다. 어제 스크린 골프에서 처럼 밑둥을 쳐서 머리위로 날아가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을 하면서 공 위치에 가니 제법 멀리 잘 날아 왔다.

나는 이 홀에서 좌측 편에 티를 꽂고 똑바로 쳐 왔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오른 편에 티를 꽂고서 몸은 왼쪽으로 돌려서 쳐야겠다.

세컨 셧, 써드 셧이 도그판이다. 캐디 말로 머리를 너무 쉽게 든다는 것이다. 유표 부인이 공을 끝까지 보는 요령을 알려 준 적이 있는데, 공이 놓인 자리에서 공의 잔상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요새는 가끔 그렇게 연습하기도 하여 하나의 기준이 되었다.

그 다음의 어프로치도 여전히 뜬다. 정말로 잘 굴러가는 그라운드 컨디션이구나 싶다.

캐디가 글립 잡는 요령을 다시 상기 시킨다. 슬라이스 잘 나는 사람들은 오른쪽 엄지의 漁際를 왼쪽 엄지 위로 많이 덮고 오른쪽 엄지 손가락을 식지 쪽에 부드럽게 올려 놓고, 왼 손으로 치는데, 팔로우 스윙할 때 굽히지 말고 주욱 벋어 주면서 치라고 한다. 정말 레슨 초기에 배운대로인데, 잊어 버리고 있었던 부분이다. 훅나게 칠 때는 좀 열고 쳐 주는 요령이고...

그리고 드라이브 헤드페이스를 누이지 말고, 조금 세워서 면이 안 보이도록 해서 치는 게 슬라이스 안 나게 할 수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한다.

금과옥조이다.

제 3 홀은 3 번 우드로 치기로 하였다.

우드는 내가 신경써서 잡는 채이다. 왜냐하면,가장 예민하고 무겁기 때문에 머리를 조금만 들거나 힘이 조금만 들어가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에 머리를 안들기 위한 연습용으로 삼는 채이기 때문이다. 맞으면 잘 날아 가는데 안 맞으면 전병이다.

캐디가 알려 준대로 글립을 덮어 쥐고서 헤드페이스를 조금 세우고선 주욱 뻗는 기분으로 쳐봤다.굿샷이다.

왼 팔을 쭉 벋는 훈련은 한 손만으로아이언을 잡고 쭉쭉 벋는 동작을 자주 하면 좋다고 한다.

다 책에 있는 내용이고, 꾸준히 듣는 이야기들인데도 그린에서 들으면 정말로 쏙쏙 들어 온다. 그러나 다음에 칠 때에는 싸악 잊어 버리고 만다.

피칭 샷은 역시 굴려야 했고, 퍼팅은 조금 더 세게 곧바로 밀어야 했다.

캐디가 내가 퍼팅할 때 자꾸 때리는 경향이 많은데, 어깨로 밀라고 충고한다. 그걸 누가 모르나요? 어떤 요령인데요? 하니, 집에서 퍼팅 연습할 때 아이언 하나를 가슴앞에서 겨드랑이에 끼고서 손목이 흔들리지 않게 하면서 어깨로 미는 훈련을

자꾸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제 5 홀은 110 미터 짜리 숏 홀이다. 그린이 좀 휘어져 있고,

좁아서 내가 늘 어려워 하는 홀이다.

7 번 아이언으로 지금까지의 요령을 머리에 새기면서 쳤다. 제대로 날아간다.

몸이 이제 좀 풀리기 시작하나 싶다.

겨울 모래 벙커에서는 피칭으로 그냥 밀어 치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7 번으로 치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피칭으로 좀 찍었더니 붕 떠서 오바하고 만다.

제 6 홀은 오르막 언덕의 미들 홀이다.

오늘 들은 이야기를 총정리 삼아서 쳐 보기로 하였다.

글립을 덮어 잡고, 엄지 손가락을 살짝 올려 놓는다.

오른 무릎에 힘을 주고 천천히 끌어서 충분히 백으로 스윙하고서 공을 끝까지 본다.

공의 잔상을 확인하면서 왼팔로 치듯이 쭉 벋었다.

굿샷이었다.

피칭을 좀 짧게 했더니 그린 앞에서 다시 굴러 내려 벙커까지 굴러 내려 온다.

좀 길게 쭉 밀었더니 오바된다. 그린 앞에서 피칭 날을 세워서 밀었는데 좀 짧다.

퍼팅도 짧았다.

서리가 앉아서 그런지 바닥이 딱딱한데도 덜 굴러감을 확인한다.

캐디에게 교습비라면서 만원을 더 주고마쳤다.

아주 상쾌하다.

오늘 많은 것을 실용적으로 배운 셈이니 소득이 크다.

<2006.12.26>

<CasaBianca-Leandros-하얀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