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생각과 취미

싱잉커플스 27 차 연주회를 만나고....

가을강 2006. 10. 16. 18:52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만난 행복


국어에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가 있는 것처럼, 음악에도 똑 같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부르기, 듣기, 평하기, 작곡하기가 그에 속할까요?

국어 점수를 매기듯, 음악 점수를 매기면 나는 얼마나 될까 생각을 해 봅니다. 실없이...

하하하......뭐 복잡한 계산이 필요 없이 그냥 ‘양가’ 집 머슴이나 잘 할까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종훈이 하고의 인연으로 최근 3 년 정도 불리움 받는 영광을 누리고 있으니

공연 끝난 후의 뒤풀이에서 우스개 소리랍시고 해대는 뻔뻔한 인류가 늘 있는 법이니

나는 그 단역 역할을 하렵니다.

나는 “10 월 노래” 하면, 그냥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 먼저 떠오르는

乙 類의 사람이었으나, 어제의 공연을 보고는 올해부터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가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甲 類는 못되겠지만요.


이 시월 노래는 “평균자”의 노래 같습니다.

클래식, 특히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 갖게 하는 고립적인 고상함과

대중가요가 갖게 하는 표피적인 공감을 다 얻게 하는 그런 노래...

이 노래를 주제로 한 콘서트 역시, 함께 숨 쉬고 함께 노래하고, 함께 즐겨서

모두를 행복하게 해준 콘서트라고 정의합니다.

영혼을 울리는 것이나, 피부를 간질이는 것이 다 나름대로 존재하며

존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 한 음악회였습니다.


나는 어릴 때, 특히 고등학교 정도 때부터 클래식 음악 지식과 외국 팝송을 줄줄

읊어 대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주눅 들고 배호 노래나 따라 부르고, 고작 “동무생각”

“고향생각” “바위고개” 들이나 흥얼거리는 것이 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들과 나는 왠지 급이 좀 다른 것 같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어느 집을 지날 때, 능숙해 보이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소리 같은 것이 들리면

나하고는 아주 다른 세계에서 사는 고귀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싱잉커플스 27 회 정기연주회는 내가 갖고 있는 음악에의 낯선 수줍음, 망설임 같은 것을 잊게 해 준 아주 정갈한 연주회였습니다.

우리나라의 민요들과 가곡, 스페인 전통 민요와 춤으로 짜여진 어제의 연주회는 나에게 또 벅찬 기쁨과 인식을 주었습니다.

즉,

...음악이란 게, 노래란 것은 평등한 것이다.

고귀한 음악이나 비천한 노래 같은 것은 없다.

음악에 계급이란 것은 아예 없다.

오히려이러 저런 것들이 있다는 인식만이 하천하다.

부르는 것이 어렵고 쉬움에 따라 분별되지 않는다.

어떤 느낌으로 영혼과 마음과 몸을 움직이는가에 있다......

초우 가슴아프게 하숙생 라구요 동백아가씨를 부를 때의 님,

마이 웨이, 엘 코도 파사를 부를 때의 님,

스페인 민요를 흥겹게 부를 때의 님들...

모두 하나였지요.

그리하여 보고 듣는 이들과도 하나가 되었지요.

그래서 지휘자 오세종 선생님의 "부부들의 순수한 열정 가득한 화음이 우리 사는 세상 평화로 꽃 피우는 작은 씨앗이 되리라" 는 확신대로 시, 자연과 사람, 예수님, 리듬, 춤, 세월과 노래들이 조용하고 뜨겁게 퍼졌습니다.

시간과 나라를 넘나드는 노래와 리듬과 춤들이 정말로 평화를 꽃 피웠습니다.

나는 목이 터져라고 앙콜을 재청하면서,

또 시월 노래를 마지막으로 들으면서 생각합니다.

...음악이란 생명을 생명답게 하면 좋은 거 아닐까?

어느 한 때라도, 어느 한 자리라도 하나로 만들고, 평평하며, 균등하게 하면 좋은 것 아닐까?...

라구요.

이제 싱잉커플스님들의 자제들이 타악을 하고, 현악을 하면서 협연을 할 정도가 되었음을 확인하고는 참으로 도타움과 따뜻함이 느껴지더군요.

직접 듣는 오랜만의 피아노 소리는 정말로음악을 잘 모르는 나도 "참 좋다!" 하고 탄성을 내게 했습니다.

또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김동규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200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