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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국회의원 보궐선거-하우스푸어의 난?[펌]

가을강 2011. 5. 6. 12:50
하우스푸어 반란 집값이 바꾼 선택

우파의 배반도, 좌파의 선전도 아니었다. 경기도 성남 분당 보궐선거의 승패를 가른 것은 ‘집 때문에 고통당하는 30·40대’의 분노였다. ‘4·27 하우스푸어(House Poor)의 난’이다.

정자2동에 사는 대학 교직원 김상원(45·가명)씨는 전형적인 ‘분당 하우스푸어’다.

10년 전 전세를 얻어 분당으로 이사한 뒤 2005년 2억원의 대출금을 끼고 33평형 아파트를 5억5천만원에 샀다.

참여정부 말기의 부동산 광풍에 힘입어 2007년 집값은 7억원대에 근접했다.

부자가 된 것 같았다.

매달 200만원 남짓 지출하는 이자가 가계에 부담이 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집값 상승분이 이자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부터 내리막을 탄 집값은 1년 전부터 5억원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금리가 떨어지긴 했지만 한 달에 170만원씩 지출되는 대출이자는 가족의 살림살이에 절대적 압박이 되고 있다.

2008년 총선에도, 지난해 지방선거에도 참여하지 않던 김씨는 4월27일 저녁,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았다. 기표용구를 쥔 김씨의 손은 망설임 없이 ‘기호 2번’을 향했다.

하우스푸어는 ‘집을 갖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최근 한국방송 조사를 보면, 수도권에서 집을 가진 사람의 45%가 자신을 하우스푸어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하우스푸어를 ‘집을 갖고 있어도’ 가계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뿐 아니라, ‘집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로 범위를 넓히면 수도권의 30·40대 대부분이 하우스푸어다.

전세를 살고 있지만 가파른 전세금 상승 탓에 가계 압박을 받거나, 소득의 상당 부분을 내 집 마련 저축에 쏟아붓는 대다수 30·40대 역시 ‘집 때문에’ 고통받기는 매한가지인 까닭이다.

이런 점에서 ‘중산층의 천당’이라는 분당은 ‘하우스푸어의 최대 집결지’이기도 하다.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자료가 말해준다.

보궐선거가 치러진 분당을(분당동, 수내3동, 정자1·2·3동, 금곡동, 구미·구미1동) 지역의 주택보유율은 53%다.

나머지(47%)는 전세를 얻어 산다.

문제는 이 지역의 집값과 전셋값이 모두 전국 최고의 변동률을 보여왔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분당의 집값은 2008년을 100으로 놓을 경우 2002년 말 68에서 2007년 초 115까지 상승했다가 2011년 상반기 90까지 떨어졌다. 집값은 하락했지만 전셋값 상승폭은 가팔랐다.

2009년 2분기 3.3㎡당 677만원이던 정자동의 전셋값 평균은 1년 새 776만원으로 뛰었다. 14.6%의 상승률이다.

수도권 30~40대 총선·대선 좌우

정보기술(IT) 기업 영업부에 근무하는 공태준(43·가명)씨는 서울 도림동에 살다가 3년 전 분당 수내동의 22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다.

당시 1억6천만원이던 전셋값은 지난해 재계약 때 1억9천만원으로 뛰었다.

모자라는 3천만원은 대출로 메웠다.

그가 대출원리금 상환과 주택 마련 저축에 쏟아붓는 돈은 급여의 3분의 2가 넘는다.

공씨는 “분당에 입성하며 느꼈던 ‘중산층’이란 뿌듯함은 어느 순간 좌절감으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물론 분당의 선거 결과를 집값 변수로만 설명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경제적 처지가 같더라도 투표 성향은 정반대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분당 하우스푸어의 ‘정치적 해석 능력’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이곳 30·40대의 높은 학력 수준이다.

이 지역의 대학 이상 학력자 비율은 정자2동(64%)을 제외하면 모두 70%가 넘는다.

30·40대로 한정하면 이 수치는 80%를 상회한다.

이들은 직장 동료나 친구들과 만나 주택이나 교육 문제로 정치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세대이기도 하다.

이 점은 보험설계사 김용주(41·가명·정자2동)씨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친구들과 만나면 경제와 부동산 문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후반부는 항상 정치와 교육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선거 직전 동네 친구들 모임에서도 정부의 주택·교육·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번에 본때를 보여야 한다는 분위기가 거셌다.”

2010년 <대한민국 정치사회 지도>란 책을 통해 주택과 투표 행위의 상관관계를 규명했던 손낙구 전 민주노총 대변인은 “수도권의 30·40대 대부분이 집 때문에 고통받는 집단임을 고려하면, 하우스푸어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결과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게 분명하다”고 말한다.

YTN과 한국리서치의 분당을 출구조사 결과는 ‘고학력 하우스푸어’의 정치적 결집이 어느 수준까지 이뤄질 수 있는지 가늠케 한다.

그날 분당을 30대의 72%, 40대의 68.6%가 손학규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난(亂)은 시작됐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천당 아래 분당’은 하우스푸어의 최대 집결지가 됐다. 이명박 정부 들어 경기도 성남 분당 집값은 큰 기울기로 떨어졌고, 전셋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대출을 끼고 분당으로 들어온 30·40대는 숨이 막혔다.

헌신의 감동 버려야 얻는다

4·27 재·보궐 선거가 ‘유시민의 패배’로 끝난 다음날, 바람이 찼다. 전날 밤 내린 비가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를 한 달여 앞둔 봄날을 밀쳐냈다. 친노 핵심으로 야권 단일정당운동을 펼치는 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은 것은 이날 오전이었다. “유 대표는 노통의 자서전을 쓴 사람, (노통에) 빙의를 한 사람, (노통이) 부엉이바위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민했던 사람, 그걸 쓰면서 3~4개월을 앓았던 사람, 2012년 민주진보 정부에 대한 갈망이 누구보다 큰 사람”이라고 했다. 기자회견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어 “정치는 생물이고 흘러서 변화한다.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므로 (김해을 패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다. “큰 죄를 지었다”며 낙담한 유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말이었다.

‘정치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정치적 분기점에 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내일’을 얘기할 때 곧잘 쓰던 말이다. 정치는 예측불허. 상황을 낙관할 때도, 앞날을 두드리고 조심할 때도 이 말이 쓰였다. 살아 움직이는 생물에는 ‘감정’이 있다. 그래서 정치는 감동의 드라마를 요구한다. 스스로 수많은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던 노 전 대통령, 그리고 그와 빙의했다는 유 대표였지만, 정작 4·27 재보선 드라마의 주인공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로 낙점됐다.

쉬운 길을 버리고, 자기 것을 던지고, 그래서 결국 이기는 자가 되는 노무현식 드라마의 극본을 적자 유시민보다 먼저 읽은 것일까. ‘굴러온 돌’에서 극적으로 제1야당 대표가 된 지 반년 만에 야당의 무덤이라는 ‘분당수’에 스스로 몸을 던졌다. 도전이다. 정작 민주당 텃밭인 전남 순천은 당내 반발에도 야권 단일후보인 민주노동당에 내줬다. 대의를 챙겼다.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는 유 대표가 주장하는 경선 방식을 통 크게 들어줬다. 명분까지 자기 것으로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몸을 던지고 지분을 버린 손학규에게 표를 던졌다.

손학규의 도전, 유시민의 계산

물론 정치공학이 없을 수 없다. 이런저런 계산이 깔린다. 하지만 자칫 조연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큰 판에서 정치적 목숨을 건 도약은 쉽지 않은 결단이다. 어차피 져도 한나라당 텃밭이었으니 잃을 게 별로 없었다는 식으로 낮잡아볼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손 대표는 이런 드라마를 온전히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삼았다. 내년 대선에 가져갈 이야기가 많아진 것이다.

반면 유 대표는 김해을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과 성마른 날을 세우더니 시민사회단체의 중재안도 거부했다. 쉬운 길을 고집하고도 노무현의 고향에서 한나라당에 졌으니 감동은 사치다. 의석 하나 없는 국민참여당에 ‘무려’ 80여 석을 가진 민주당과 동등한 협상 테이블에 나서라는 것은 유 대표의 말처럼 “강자의 횡포”일 수 있다. 앞으로 본격화할 야권 통합 논의 과정에서 신생당에 주어진 의석 한 석은 열 석의 무게를 가질 만하다. 하지만 야권 대선주자 국민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 대표의 ‘근시안’을 착잡한 시선으로 보는 이도 있다. 열성적 지지층과 비토층을 동시에 지닌 유 대표가 비토층마저 껴안을 정치적 도약을 보여줄 기회가 몇 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유 대표가 사소한 차이에 너무 집착하기는 했지만 그런 면에서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먼저 양보를 했기 때문에 지금 큰 정치적 이득이 돌아간 결과가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치사에는 절박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극적 드라마가 몇 편 있다. 2002년 민주당 광주 국민경선에서 불어닥친 노무현 돌풍이 그랬다. 그해 대선 직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가 그랬다. 앞서 ‘바보 노무현’의 감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드라마였다. 고원 교수는 “노무현식으로 버리고 더 큰 것을 얻는 끊임없는 도전은 양면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에서도 사람들이 약간의 감동은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이 너무 척박하고 목마른 상황이다 보니 약간의 감동에도 상당히 크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평화경제 접경은 평화를 원한다

이념 대신 밥을 택했다.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서 ‘접경지역’ 강원도민 등이 민주당을 택한 것은 남북관계 악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문순 신임 강원도지사는 지난 4월28일 열린 취임식에서 “지역은 중앙의 종속물이 아니고 독립된 존재 가치를 가진다”며 “지역의 가치를 지키고 높이는 것은 물론 강원도에서 평화와 번영의 메시지가 퍼지도록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또 이 자리에서 알펜시아리조트·구제역 문제와 함께 대표적인 도정 과제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꼽았다. 강원 지역의 특성상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의 문제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연결된다는 취지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닦아온 ‘평화경제’를 되살리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문순 지사 선거캠프 관계자도 이날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선거운동을 위해 고성군 등을 방문할 때마다 문 닫은 상가가 즐비했다. 특히 고성군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땐 안내원 등 일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 점이 분명 선거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접경지역인 고성은 실향민이 많은 보수적인 지역인데도 이런 문제 때문에 민심이 한나라당에서 돌아섰다”며 “남북한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곧바로 강원도민의 생활에 타격을 준다”고 밝혔다.

이광재 전 지사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8.73%포인트로 앞섰지만, 접경지역인 고성·인제·화천·양구에서 각각 15.43%·6.57%·8.51%·6.21%포인트 차로 뒤졌다. 반면에 이번 선거에서 최 지사는 인제·화천·양구 3곳에서 이겼고, 고성과 철원에서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와의 격차를 각각 4.38%, 3.4%포인트로 줄였다. 보수적 이념에 따라 투표해오던 ‘접경지역’ 유권자들이 경제적 이익을 투표 기준으로 바꾼 셈이다.

MB 이후 침체된 고성군 경제

‘남북관계=경제=표심’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강원도의 금강산 관광 코스 관련 지역이 거론된다. 금강산 육로 관광의 집결지인 화진포 아산휴게소 주변에 있는 속초, 양양, 고성, 홍천 등이다. 금강산 관광객이 이 지역들에 잠시 들러 숙식을 해결하고 특산물도 구입해왔는데, 이명박 정권 뒤 상권이 붕괴했다는 게 최 지사 캠프 쪽 분석이다.

실제로 고성군청 통계를 보면 현내면과 고성군 전체의 숙박·음식 업체 수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이후 감소했다. 숙박·음식 업체는 2003~2006년 ‘1002곳→1016곳→1005곳→1014곳’이었으나 2008년 993곳으로 줄었다. 숙박·음식업 종사자도 2003년 2815명에서 2008년 2381명으로 크게 줄었다. 2011년 현재 일자리를 잃은 숙박·음식업 종사자 수는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정상철 양양군수와 유태호 태백시의원이 승리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싣는다.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북한과 휴전선을 맞댄 ‘접경지역’의 표심 변화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부터 거론됐다. ‘한나라당 텃밭’이던 파주시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44%를 득표했다. 55.9%를 얻은 김문수 지사에 뒤졌지만 예전같이 큰 차이는 아니었다. 파주시장에는 민주당 후보인 이인재 시장이 당선됐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접경지역 주민들은 관광업과 땅값에 민감하다”며 “남북관계 악화로 관광업이 타격을 받고 땅값도 떨어졌다. 접경지역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곧바로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고 분석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투표학습 효과 정치를 바꾼 경험

야당은 승리감에 환호했고, 여당은 참담함에 고개를 떨어뜨렸다. 4·27 재·보궐 선거가 가져온 결과다. 그런데 이 결과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당은 진짜 안심해도 될까? 여당은 진짜 회생이 불가능할까?

전국적인 관심 지역이던 강원도, 경기 성남 분당을, 경남 김해을은 ‘51 대 49’의 박빙 승부였다. 재보선 투표율이 40%를 넘으면 야당이 무난히 이긴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그런데 분당을에선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49.1%)을 기록했지만,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강재섭 전 대표를 2.7%포인트 차로 간신히 따돌렸다. 최문순 강원지사 당선인은 ‘반전 드라마’를 폈지만, 47.5%의 높은 투표율에 비해 4.5%포인트 차는 압도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심지어 투표율이 41.6%이던 김해을에선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가 패배했다. 이렇게 높은 투표율과 박빙 승부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투표효능감’에서 답을 찾는다. 투표효능감이란 투표를 했을 때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이 바뀐다는 믿음을 이르는 말로, 자신이 투표한 사람이 실제로 당선됐을 때 높아진다. 쉽게 말해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얘기다.

이번에 투표율을 높인 주역은 대부분 30~40대 직장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분당을 등 3곳에서 투표자의 절반가량이 출근 시간인 아침 7~9시, 점심 시간인 낮 12~2시, 퇴근 시간인 저녁 6~8시에 투표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체로 진보개혁 성향을 띠며 야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는 덴 이견이 없다.

보수-진보 총력전 앞으로

이들은 지난 대선·총선 때 ‘투표 안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을 바꾼 게 ‘투표하니 바뀌더라’는 경험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정치세력을 교체하기 어렵다는 무력감과 자포자기가 지난 총선 때 진보 성향과 젊은 층의 투표율을 저하시킨 큰 원인인데, 지난해 지방선거를 지나며 변화가 생겼다. 투표하면 정치권과 정책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경험을 하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이것이 이번에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2008년 촛불의 ‘투표 참여’ 노래는 6·2 지방선거에 참여할 동기를 심어줬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의 한 표가 한나라당의 패배와 지방권력 교체, 무상급식 실현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자 성취감을 느끼게 됐고, 이것이 이번 재보선의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지지층을 놓고도 같은 분석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후보들이 5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건 보수 진영과 진보개혁 진영으로 양분된 이번 선거에서 진보개혁 지지층 못지않게 보수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다. 이들은 2007년 정권 교체와 2008년 총선 압승이라는 경험을 해본 사람들이다. 그런데 ‘목표’를 다 이루고 다소 이완되면서 지난 지방선거 때의 패배를 맛봤다. 이 때문에 보수층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다시 ‘승리의 경험’을 재현하려고 투표장을 찾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는 심판이 됐건, 수성이 됐건 내년 총선·대선에서도 투표 열기가 높을 것임을 점치게 해준다. 관건은 이들의 투표효능감을 여야가 앞으로 얼마나 더 충족시켜줄 수 있느냐다. 야당은 ‘민주당과 진보정당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동층을 어떻게 끌어당길까? 한나라당은 보수 정권 유지의 ‘희망’을 심어줄 수 있을까?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201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