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생각과 취미

동백 목화 목련 제비 꽃

가을강 2005. 4. 20. 16:08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이다.

--- 헤일 수 없이 수 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소----------

동백 꽃에선 오는 봄이 연상이 되지 않고

가는 봄이 떠 오른다.
그리고 피어 있는 동백 꽃 보다는 떨어져 있는 동백 꽃이 더 강렬하게
가슴에 남는다.

다른 꽃들은 꽃 잎이 하나 둘 떨어 지지만,
동백 꽃은 아예 송이 채 단 번에 떨어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활짝 피었다가 한 잎 두 잎 떨어지지 않고
봉오리 채로 떨어질 수 있는지......
진달래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을 상징하는 꽃처럼 되어 있지만,
나는 동백꽃이 더 한을 상징하지 않나 싶다.

그 붉음, 검 붉은 색을 보면 정말로 피 덩어리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봄에 동백꽃을 안 보기로 했다.
뚝 뚝 떨어진 모습들이 젊음에 못 이겨

젊음을 못 다한 모습 같아서.....

목화는 떨어지지 않는다.

한 가을이 지나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하얗게 끈덕지게붙어 있다.

지지 않는 꽃이란 얼마나 강인한가?

목화를 따거나 베지 않은밭을 멀리서 보면 눈이 온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얗게 익기 전, 한창 젊을 때의 꽃 잎은 참 신비로운 빛깔 이다.

보라 분홍 흰 색은 처음 부터 푸근하다.

목련...

유달리 겨울이 길고추워 언제 봄이 오나 할 때

꼭 목련의 봉오리에 빛이 돌고 촉촉함을 보게 된다.

매화 산수유 개나리와 더불어 봄의 전령 임을 실감케 한다.

그리고 한 껏 긴장되어 팽팽 하던 봉오리 껍질이 터지면서

확 필 때 사람들은 또 얼마나 감탄 하고 좋아 하고 행복 해 하는가.

그 화려 함

고고 함

우아 함

그러나 그건 잠깐 이다.

누래지고 메말라 져 감이 눈에 보이는 것 같이 처연 하다.

사람들은 목련이 지는 건 너무 추하다고 하면서 외면 한다.

그러나 이게 어찌 목련의 잘못이랴!

긴 겨울 이기고 봄을 알리는 역활을 다 하고

지구에온 에너지를 다 돌려 보내느라고 지친 것...

가는 봄이 아쉽고 서러워서 그런 것...

그래서 목련에 감동 한다.

제비 꽃은 해 마다우리 마당에 꼭 피어 난다.
대문 앞의 시멘트 갈라진 틈에도 씨가 떨어 졌었는지
예쁜 제비꽃이 한 포기 피어 났다.
줄기와 잎과 꽃이이렇게 잘 조화로운 꽃은 드물다.

또 크기와 이름에서도.....

얼마나 딱 알맞는 꽃 인가.

이 꽃 저 꽃 다 좋은 거 보니 나이 먹긴 먹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