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카테고리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게 하는 겨울밤에 푸르른 날을 꿈꾸다-2012 서울싱잉커플즈 콘서트

가을강 2013. 6. 7. 14:21

- 서울싱잉커플즈 합창단 제 33회 정기연주회 후기-

매해 세밑이 다가오면 제가 기다리는 정기 콘서트가 하나 있습니다.
이제 수 십 년 고정 팬이 있어 중동고등학교 동창들도 같이 기다리는 콘서트인데
바로 서울싱잉커플즈의 콘서트이지요.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와 저를 설레게 한 콘서트는 12. 4 일 밤 영락교회 베다니 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단원들이 들어와서 제 자리를 잡는 것에서 늘 ‘그 자리의 그 사람들’ 을 또 볼 수 있고,
또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아주 소중한 일상의 행복임을 확인합니다.
올해의 자리에서 친구 종훈은 맨 뒷줄의 오른쪽에서 세 번째로 바뀌었고 종훈의 아내는 작년의 그 자리인 것 같습니다.
안경을 쓴 단원들이 작년 보다 적어진 것을 보면 다들 젊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죠?
노래를 열심히 하셔서 그러시겠지요?
노래해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노래하는 사람들.
늘 잘 웃는 사람들처럼 늘 부럽습니다.
여성 단원들의 보라색 드레스는 바이올린 선율이 이끈 ‘비아 돌로로사’ 로 시작하는 오프닝 무대에 잘 어울리고, 또한 우아하고 참 멋집니다.
또 신비스러운 보랏빛은 대관식 미사에도 딱 맞는 컨셉인 것 같습니다.

 이 노래가 갈보리 언덕에 펼쳐진 하나님과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이어서 전개되는 ‘참 아름다워라’가 세파에 시달린 사람들, 특히 나 같은 사람들을 포근하게 감싸줍니다.

새 소리, 백합꽃, 아침 해와 저녁 놀, 밤의 빛난 별, 망망한 바다, 푸른 봉우리, 산에 부는 바람, 잔잔한 시냇물들에 들어 있는 주의 음성과 주의 얼굴......
참 아름답습니다. 세계도 노래도 사람도......

 아멘 소린 없어도 은혜 받은 청중들의 감동의 박수는 베다니 홀에 가득했습니다.

두 번째 곡인 모짜르트의 “대관식 미사” 합창이 오프닝에 속하면서도 이번 콘서트의 대표곡이요 목표인 것 같습니다.
이 곡은 모차르트가 23 세에 짤츠부르그의 한 교회의 성모상의 대관식을 위한 곡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합창단이라면 한 번은 꼭 불러 보고 싶을 정도로 예술적 가치가 높고 어려운 곡이라고 합니다.

피아노와 오르간의 협주와 소프라노 테너 메조소프라노 베이스의 성악이 이끌고 곁들어진 대관식 미사는 합창단의 웅장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되어 콘서트의 영원한 을인 제가 듣기에도 감동이었습니다.

.....키리에- 불쌍히 여기소서

글로리아- 영광

크레도- 믿음

상투스-거룩

베네딕투스- 축복

아그누스 데이-하나님의 어린 양.........

한 곡 한 곡 이어지면서 곡이 갖고 있는 메시지와 합창단의 노력과 공력이 느껴집니다.
여섯 곡 중에서 글로리아의 장중한 아멘 합창과 사도신경을 노래한 크레도의 빠르고 경쾌한 부분과 아멘 합창,

상투스와 베네딕투스 두 곡을 잇는 ‘호산나 합창’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광경을 그리게 할 만큼 환희와 기대가 가득합니다.

여기서 성모상의 대관식이 아닌 예수가 지상의 왕위에 오르는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고,
하나님의 사람의 영광은 예수님의 영광과 같은 것임을 깨닫게 합니다.

 순수한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간절한 기도 , “도나 노비스 파쳄!”
소프라노와 테너는 어떤 간절함과 순수의지 같은 것을, 메조소프라노와 베이스는 끈질긴 기원을 느끼게 하더군요.
합창단의 확실한 마무리가 참 좋았습니다.

온 세계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도나 노비스 파쳄!”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주여 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이렇게 깊은 감동과 좋은 느낌을 선사한 네 분과 합창단에 감사를 드립니다.

두 번째 무대인 “사랑이 필요한 곳에 우리가 ” 는 남성합창단의 첫 곡인 “사자의 잠” 으로 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에 나오는 이곡은 정글과 나른한 초원을 연상케 해 주더군요. 아프리카 건, 중남미 건, 호주 건 간에 원주민을 떠 올리게 하며 어떤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일깨웁니다.

“음부베 음부베 음부베......”

아주 편안하고 나른하면서도 신선한 느낌을 주는 곡의 느낌이 잘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이 분위기는 우리 가곡 향수로 이어집니다.

정지용의 향수 노랫말은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의 정서와 생활과 언어 그 자체인데
낮고 느린 톤의 싱잉커플즈 남성합창에 잘 맞게 편곡한 것 같더군요.

봄날 뒷동산의 아늑함, 여름 밤 멍석에 누워 하늘의 별을 헤는 아이들, 곁두리(참)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밭을 향해 종종 걸음을 치는 어머니. 일을 끝낸 아버지의 사랑방 목침과 어둠들이 떠올라 저절로 행복해 집니다.

세 번째 곡은 변진섭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를 싱잉커플즈 전속(?)의 조우현 님이 이번에 향수와 더불어 편곡한 노래로써 속을 시원하게 확 뚫어주는 하모니카 전주로 시작합니다.
하모니카가 어찌나 통쾌한지 ‘도대체 누가 부는 거지?’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합창단 석을 찾아봐도 찾지를 못하였는데 나중에 친구 종훈이가 부는 걸 알고 참 감탄했습니다.
하모니카는 간단해 보여도 취주자의 개성과 임의성이 상당히 들어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정말 시원하게 잘 불었습니다.

변진섭의 이 노래는 서유석의 ‘그림자’ 라는 노래의 전주와 비슷하게 시작해서 내가 기억하는 노래입니다.
가사 말이 참 건전하고 좋은 의미가 담겨서 많이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저는 이 노랫말의 의미를 깊이 새겨 보기도 합니다.
나의 사랑으로써 나를 건진다?
이기적인 자기 사랑으로써가 아니라 이타적인 사랑으로써 나를 건진다는 뜻이 정말로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대 어깨위에 놓은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길을 걷다 멈춰진 그 길가에서 마냥 울고 싶어질 때

아주 작고 약한 힘이지만 나의 손을 잡아요

따뜻함을 느끼게 할 수 있도록 어루만져 줄께요

때론 내가 혼자뿐이라고 느낀 적이 있었죠

생각하면 그 어느 순간에서도 하늘만은 같이 있죠

아주 작고 약한 힘이라도 내겐 큰 힘 되지요

내가 울 때 그대 따뜻한 위로가 필요했던 것처럼

앞서가는 사람들과 뒤에서 오는 사람들

모두 다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우리가 저마다 힘에 겨운 인생의 무게로 넘어질 때

그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사랑이 필요한거죠

세 번째 무대는 매 해가 저물어가는 시기에 연주회를 하는 싱잉커플즈가 한 번도 빠뜨리지 않는 노래로 구성하였습니다.

바로 성탄 캐롤이지요.

내가 연주회 때마다 무척 궁금하고 기대하는 드레스코드는 대개는 이 무대부터입니다.

올해의 코드는 원색, 그 중에서도 흰색과 빨강색, 그리고 스카프인 것 같았는데 종훈과의 뒷풀이에서 들으니 성탄의 색깔인 흰색 빨강색 초록색이라고 합니다.

합창단의 화이트크리스마스 실버벨 등을 부를 때의 중저음 중심의 부드러운 울림과 맑음이 잘 맞아서 코디의 탁월함을 느낍니다.

네 번째 무대는 싱잉커플즈 합창단의 성격과 주 관객의 구성 상 연주회의 큰 줄기인 “추억” 이라는 필수 키워드로 구성하였습니다.
질서 있는 박수와 흥겨운 어깨 흔들기가 어우러진 첫 곡, 아름다운 강산,

바이올린 연주가 일품인 고래사냥의 유쾌함,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는 “푸르른 날”이 오늘 콘서트의 결론임을 증명하는 웅장 창법......

참 좋았습니다.

또 두 번째 무대의 곡들과 네 번째 무대의 곡들이 ‘추억’ 이라는 것으로,

성가 중심의 오프닝과 캐롤 모음인 세 번째 무대가 한 고리가 되어 기승전결을 완성했다고

그냥 저 나름대로 견강부회해 봤습니다.

하하하하!

앵콜 송 겨울아이와 종훈의 깜짝 생일축하 이벤트, 강남스타일과 말춤 등이 갑자기 추워진 오늘을 뜨겁게 만들어  더 좋았습니다.

이게 바로 “싱잉커플즈 스타일!!!”

(이 콘서트를 같이 즐긴 김희순 이홍중 이종오 국승현 이윤형 친구들, 참 반가웠습니다)

<2012.12 월 대통령 선거 며칠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