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생각과 취미

2019 년 서울싱잉커플즈 제 40 회 정기연주회 후기

가을강 2019. 11. 13. 11:59

서울싱잉커플즈 제 40 회 정기연주회 “가을이 오면”을 만나고......

 

제가 맞는 “11 월”의 느낌은 이제 2013 년도 “11 월” 느낌으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싱잉커플즈 2013 년 공연 때에 “11 월”에 대한 감상이 깊었거든요.

그날 공연장 가는 길에 어떤 라디오 디제이가 체로키 인디언이 “11 월”을 “모두가 사라진 달이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인상 깊었고, 그 콘서트를 통하여 다른 세상인 12 월을 맞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순전히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서울싱잉커플즈 44 주년, 40회 정기 콘서트는 사단법인이 된 첫 해에 연세대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25 쌍의 커플, 5 년째 지휘를 맡으신 조익현 선생님, 최은미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 이찬희 퍼커셔너, 특별 순서인 연세대 음대 학장님이신 테너 강무림 교수님의 독창과 여성희 님의 피아노 반주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의 콘서트는 “가을” 노랫말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 “가을”을 떠오르게 하는

양희은의 명곡으로 문을 엽니다.

 

1 부 “가을을 노래하다” 스테이지는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로 속삭이듯 조용하게 시작합니다.

그래서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맘껏 푸른 소나무, 마치 44 년 된 부부합창단의 의연함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 같더군요.

44 년 부부합창단은 “작은 연못”에 들렀다가 내 님의 사랑처럼 “철 따라 흘러” 가다가 다시 연못에 잠겼다가 “꿈을 펼치면서” “늙은 군인”의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청년들에게 그토록 엄혹하던 1970 년대, 모이기만 하면 목 터져라 불렀던 “아침 이슬”,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던 무언가에 대한 결의, 그리고 다시 “외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다짐들, 7080 세대 모두의 합창일 겁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노래들은 “가을이 오면”을 올해 콘서트 타이틀로 삼은 이영훈 작곡, 이문세 노래의 “광화문 연가” 와 “가을이 오면”입니다.

우리 모두 세월 따라 흘러가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덕수궁 돌담 길, 언덕 밑 정동 길의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 있는 풍경,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를 다시 찾고 싶은 예쁜 노랫말의 “광화문 연가”는 싱잉커플즈가 얼마나 부드럽고 편안한 정서를 좋아하는 합창단인가를 알게 해 줍니다.

 

아침 햇살, 싱그런 바람, 하늘, 호숫가 물결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그대의 마음과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떠나온 날의 추억은 또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편지 같은 이문세의 노래들을 싱잉커플즈 합창단이

8090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로 고른 것 같습니다.

 

“가을을 노래하다” 세 번째 무대는 성가 모음입니다. 그것도 퍼커션이 함께 한 모던 재즈!

싱잉커플즈 콘서트엔 타악이 늘 함께해 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타악의 가세로 예쁘고 가지런함으로 밋밋할 수도 있는 공연에 꼭 필요한 활력소를 주는 것 같아 아주 좋습니다.

근엄하고 느린 것, 아름다운 것만 하나님의 은혜겠습니까?

싱잉커플즈 합창단의 40여 년 성가 합창 순서는 항상 흥겹고 재미있는 빠르기와 율동, 제스처 등이 끼어 있어 제가 “이번엔?” 하며 궁금해하는 순서이기도 합니다.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와 케이스 햄프턴의 유명한 재즈 찬양곡인 "Praise his holy name" 합창들은 역시 박수 고갯짓 어깨춤이 어우러진 한바탕 흥겹고 경쾌한 선물이었습니다. 특히 헨델의 메시아 중의 “재즈 할렐루야”는 신나는 할렐루야였습니다. 친구 종훈이 중간에 거친 목소리로 외치는 “할렐루우야!”는 연출의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조익현 지휘자님의 편곡과 경쾌한 지휘도 인상에 깊게 남게 해 준 무대였습니다.

“조용한 가을”에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고 나서 타작마당에서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부는 남녀 주인공의 선한 눈과 신비감을 상기시키는 영화 아바타 영상에 입힌 Adiemus라는 꿈꾸는 듯하는 노래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여성 단원들의 드레스 패션도 아프리카나 남미 원주민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선택한 것 같아 새로움을 더해 주셨습니다.

 

저는 싱잉커플즈 콘서트에서는 몇 가지를 꼭 공부하게 되는데 이번 콘서트에선 2 부 첫 무대에 선보인 Adiemus 와 Jambo Bwana 에 대한 공부를 했지요.

프로그램 북에서 설명한 대로 Adiemus 는 Songs of Sanctuary 라는 부제가 붙은 앨범의 첫 수록곡이라지만, Adiemus 란 말은 아무 의미도 없으며 “가사나 노래도 아닌 자신이 생각한 고유의 언어”라고 합니다. Songs of Sanctuary 는 안식의 노래 혹은 거룩한 곳의 노래라고 해석할 수 있어 Adiemus 단어 자체가 모호함과 신비한 언어임을 짐작할 만합니다.

 

아리아디아 무스라테 아리아디에 무스다아리아디나 투스라타 아두아

아라바야 네투에바테

아나마나 쿠라라웨 아카라

아야두 아야 아야두 아야......

 

이 발음에 무슨 뜻이 있을까요?

마치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의 발음과 거기서 느껴지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Jambo Bwana" 는 케냐를 자랑하면서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냅니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아무 걱정 없어요.”라는 인사가 되풀이되는 노래입니다.

가사의 의미보다는 “잠보 잠보 브와니” “하바리 가니” “하쿠나 마타타”라는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 음운이 마음 깊이 스며들더군요.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별 일 없습니다 잘 지냅니다......)”

제법 중독성이 강한 노랫말입니다.

덕분에 아프리카 말도 배웠네요?

 

아프리카 음악들과 함께 묶은 Camptown races (시골의 경마) 역시 흑인들이 시골경마장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그린 노래라는데 매우 가볍고 유쾌함을 줍니다. 말대가리 가면을 쓴 단원들로 청중은 큰 웃음을 터뜨립니다. 싱잉커플즈 합창단의 해학과 재치 발랄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멋진 합창이었습니다.

 

제40 회 정기공연의 특별 순서로 마련한 강무림 연세대 음대 학장님의 노래와 여성희 단원의 피아노 반주는 모든 관객들에게 감동과 탄성을 터뜨리게 했습니다.

싱잉커플즈 합창단은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지만 프로그램 중 어디에선가 남성성이 강한 부분이 있더군요. 이번엔 게스트 무대에서 강무림 교수님의 노래, 특히 뱃노래의 힘찬 끝맺음을 통하여 조금 아쉬웠던 남성성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2 부의 마지막 무대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요인 “목장 길 따라(Stodola Pumpa) ” 남성 합창이었는데 우리나라 포크송 가수인 김세환 씨가 불러서 대히트를 쳤지요. 단체로 MT 나 여행 중에 모두 모두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불렀던 “...스타도라 스타도라 스타도라 스타도라 뿜뿜뿜!!!...”

같은 노래라도 싱잉커플즈 합창단이 부르면 품격이 달라짐을 새삼 느끼게 하는 노래더군요. 20~30 대 때의 추억에 잠깐이나마 깊이 빠져 봤습니다.

 

그 후에 이어진 곡들은 여성 단원들의 연한 하늘색 드레스 코드가 상징하듯이 “가을을 여행하다”라는 타이틀의 노래들입니다.

청명하고 시원한 가을을 닮은 하늘하늘 얇은 하늘색 선녀 드레스는 Adiemus, 째즈 찬양, 시골 경마, 뱃노래 등으로 잠깐 눈 돌린 “가을”로 돌아가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여행하며 돌아가는 길목에서 "You are the new day....

Love of life will let me say......

I reach for a new day........

Hope is my philosophy......

I will love you more than me

And more than yesterday......."

하고 의미 있고 철학적인 독백을 해 봅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번 싱잉커플즈 40 회의 콘서트의 숨겨진 테마가 이 노래가 아닌가도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콘서트는 이 무게감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포스터의 Beutiful Dreamer, 스카보로의 추억으로 살포시 쓰다듬어 줍니다.

아련하고 부드러운, 달착지근함 마저 느끼게 하여 편안합니다.

 

마지막 무대는 “아리랑”을 선택했습니다.

느리게, 보통 빠르게, 매우 빠르게, 부드럽다가 힘차게 외칩니다.

부드러울 때는 서정시 낭송 같다가 힘찰 때는 마치 씩씩한 행진곡 같지요.

이것의 반복이 그야말로 멋졌습니다.

제가 열심히 떠드는 것보다 프로그램 북에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공감을 자아내는 것 같아 그대로 인용합니다.

“오늘 무대의 피날레는 한국 합창음악 작곡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곡가 우효원의 <아리랑>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아리랑>은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 하나의 신앙과 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곡은 본조아리랑의 원형을 그대로 잘 살려내면서도 3/4, 4/4로 이어지는 리듬의 변화를 통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시도한다. 후반부에서는 합창과 타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의 장을 펼치다가 힘차게 끝을 맺는다.”

 

유난히 단풍 빛깔이 고운 올해의 늦가을 자락에서 오늘도 “즐거운 우리집”을 제창하면서 아름다운 합창 공연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나서 때늦은 가을 소나기가 내려 가을 가뭄을 풀어주어 촉촉한 가슴이 더 훈훈해졌지요.

올해에도 뒤풀이를 마련하여 맛있는 저녁을 먹게 해 준 종훈과 여성희 선생님, 그리고 함께 즐긴 중동 김희순 이홍중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모두 모두 애 많이 쓰신 덕에 올 가을에도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1 월 10 일 친구 유기덕이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