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의 겨울 여행

흔한 생각과 취미 2011. 2. 22. 18:57

광호 상익이 용호와 하남 캐슬렉스에서 일요 라운딩을 하면서 캐슬렉스 이벤트를 이용하여 언제 날짜를 잡아서 제주도에 이박삼일 골프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말 나온 김에 내가 연말의 연휴기간에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좋겠다고 하여 광호와 용호가 비행기 편과 제주도 캐슬렉스 일정을 알아 보기로 하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광호가 제주도 일정은 예약이 가능하지만, 올라 오는 비행기 편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하여 내가 아내에게 부탁하여1.3 일 월요일에 올라오는 진에어 항공편 예약을 성사시켰다.

메이저 항공사가 아니라 저가 항공사로 왕복을 하게 된 것이다.

2010 년의 연말,31 일 금요일과 2011 년의 1, 2 일을 집이 아닌 바깥에서,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과 같이 하게 되었다.

12월 31일 아침 8 시에 출발하는 이스트 항공 비행기를 타자고김포공항에서 6시 반쯤 만나기로 하여 다 모였다.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아 전국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있는 중인데, 제주도 항공편이 속속 취소되고 있었다.

우리 앞 항공편이 가차없이 캔슬 되었으나 우리 비행기는 수속까지 마치고 게이트 앞에서 입장 시간만 기다리던 중에 이 편도 여지없이 취소되었다.

다시 로비로 쫒겨 나와 여기저기 눈치를 보아하니 오늘 제주도 행은 틀려 버렸다.

그러나 오늘 집이나 일터로 돌아가서 내일 만날 생각은 아무도 추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 비행기 편으로 바꾸고 오늘은 그냥 스크린골프나 치면서 다른 계획을 세워 보자고 하여 행신역 앞의 스크린 골프장에 도착하니 아직 10 시도 안 되어서 문도 안 열었다.

경비실에다 물어 골프장 사장 휴대폰으로 전화하여 문을 좀 빨리 열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자, 어떻게 할까?

내가 아내에게 삼일골프에 부탁하여 우리가 급히 연말연시 연휴에 골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알아 봐 달라고 하였는데, 친구들이 그런 것까지 아내가 해 주느냐고 놀라워 하길래"그러니 평소에 잘 하란 말이야~" 하고 으시대었다.

그 결과 문막과 삼척이 적극 추천되었는데, 문막이 최종적으로 눈 때문에 아웃되고 삼척으로 결정되었다.

딴 데는 눈이 와도 삼척은 눈이 잘 안 오기 때문에 겨울 골프를 많이 간다고 자신있게 말하길래 따르기로 했다.

삼척의 모텔에서 하루, 골프텔에서 하루를 묵으며 1, 2 일 골프를 치고 3 일에는 근무하는 일정이다.

홍은동의 소렌토 한 대로 다 가기로 하여 광호의 차는 송파의 집에다 두고 용호 차는 우리 집에 세워 두기로 하였다.

운전은 당연히 차 임자인 내가 하기로 하고 새해 시작을 삼척에서 하기 위하여 보무당당하게 출발!

나와 광호는 몇 년 동안 단 둘이 여행을 가끔 다녔다.

당일이나 일박이일로...

강화, 철원, 영주 등.....

환자가 많은 광호는 일찌기 20 대 부터 시작한골프를 중간에 쉬었을 정도로 참 바쁘게 지내다가 한량같은 나의 바람에 휩쓸려 단 둘 만의 드라이브 나들이에 맛을 들였다.

아마 오십 대 초반이었으리라.

지나 와서 생각해 보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늑해 진다.

그리고 이번 네 명의 삼척행은 친구들과의 여행 길이 세 번째인 셈이다.

아주 오래 전에 광주에서 학술대회를 마치고 내 차에-그 땐 아마 스텔라 아니었나 싶다-다섯 명인가 타고- 광호 상익이 우용이 희범이 아니었나?- 화순 적벽, 소쇄원, 남원 담양을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 여행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아직도 동심과 같은 추억에 잠겨서 회고하며 말한다. 나에 대한 감탄과 함께......

또 어느 해 아까시 꽃이 만발한 오월에 광호의 카니발을 타고서 찬국이까지 포함하여- 내장산인가 정읍인가 수안본가 가물가물하다.-다녀 온적이 있었는데 그 때 용호가 복지부 서기관에 임용되어 부인의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여 용호를 위문해 주기 위한 여행을 겸해서 갔었다.

그러나 중간에 용호 부인이 갑자기 크게 아프다고 하여 중간에 올라 오기도 하였으나 내 주변의 친구들은 그 때를 하나의 전설로 생각할 정도이니 여행이란 지나고 나면 항상 신기하다.

이번 여행길은 여럿이 떠나는 세 번째의 여정이다.

중간 중간에 눈이 내렸는데 삼척에 도착하니 눈발이 제법 세졌다.

삼일골프에서 예약 잡아 준 모텔을 들어 가니 이미 자정이 다 되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홍은동에서 방이동으로 가는 동안에 용호가 들려 준 해외여행 이야기와 동남아의 진한 밤 문화 경험담과 유별났던 우리 학년의 별종들 추억을 나누면서 잠이 들었다. 40 명이 입학하여 제대로 졸업한 사람이 18 명 밖에 안 되었으니 얼마나 특이한가.

사각모를 쓰고 다닌 광호, 검은 스모르 군복에 삭발한 나, 경도, 진로, 상익이, 찬국이, 혜은이, 새벽에 588 골목에서 윤식이를 만났다던 정중이, 좃대, 성충이, 미식축구, 상태, 수영이와 하순봉,중권이...어느 덧 40 년이 지나고 만 것이다!

자기 전에 어렵게 내려 온 년말 강원도이니 새해 첫 날 해돋이를 추암해변으로 보러 갈 것을 제안하니 아침에 일어나 봐서 결정하자고 하였지만 새벽에 눈이 뜨여 시계를 보니 6시가 채 안 되었다.

그 때부터 비몽사몽의 시간을 좀 보내다가 친구들을 깨워서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재촉하였다.

그래서 나부터 씻고 나서 일단 가자고 설득하여 7시 좀 넘어서 나오니 온 세상이 눈으로 덮였다.

조금 내리고 그칠 줄 알았더니 밤새 푹 쌓인 것이다.

아직도 펄펄 내리고있다.

분위기만으로만 보면 이 얼마나 끝내주는 날인가?

추암해변과 촛대 바위 추암역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돋이 명소라서 일부러라도 오는 곳인데 우린 골프여행차 오게 되었으니 참으로 큰 행운이다.

그러나 눈이 쏟아지듯이 오는 걸 보고 동해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맞기는 진작에 틀려 버렸다고 포기했지만 눈보라 몰아치는 해변과 촛대바위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희귀한 경험이겠는가.

차를 길가에 세우고서 해변을 향해가는데 해돋이를 포기하고 돌아 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친구들을 재촉하여 가다가 중간에 오뎅이나 먹자고 하여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몇 꼬치를 먹고서 촛대바위를 보러 갔다.

길 가에는 해돋이 장사를 위해서 늘어 선 많은 노점 포장마차들이 완전히 공치고서는 을씨년스럽고 쓸쓸해 보인다.

모처럼의 이벤트 장사를 완전히 망쳐 버린 사람들이 참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항동 회원들과 열차타고 와 봤던 추암해변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로웠으나 날씨가 무척이나 맵고 파도가 덮칠 듯이 으르렁댄다.

전망대까지는 꼭 가야 한다고 친구들을 재촉하여 올라가 보니 역시 올라와 보길 잘 했다.

세 명의 친구들 중에서는그래도 상익이가 감성이 깊고 무드를 안다.

아마 제 부인에게도 잘 해 줄 듯 싶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바다와 촛대바위를 집어 삼킬 듯한 파도......

새해의 첫 날 경치 치고는 정말로 "그레이트" 이다.










숙소로 돌아 와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의논 하였다.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야 고생을 덜하지 않겠느냐 하는 신중론도 일부 있었으나 우선은 여기서 하루를 더 묵어 보기로 결정을 하고는 추후에 더 의논하기로 하였다.

골프장에 전화하여 당분간은 골프를 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하고 온 사람들에게 그렇게 무책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고는 뭔가 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삼일골프에 전화하여 항의를 단단히 한 결과 골프텔의 비용을 우리가 반, 삼일골프에서 반을 내서 골프텔에서 하루를 묵는 걸로 합의를 했다.

우리는삼척 시내에서 스크린 골프라도 한 게임하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더 의논하기로 하였다.

삼척 파인밸리 대신 실내 골프라도 치기로 하였다.

뭐 땅을 안 밟으면 어떠랴,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이면 됐지, 하는 건 공통적인 생각인 모양이다.

눈이 계속 오길래 스노우체인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들은 다 했지만 막상 게임에 빠져서 사러 갈 시간을 놓치고는 식당에서 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그 맛이 완전히 시골 밥상 된장 같이 참 맛있었고 피자와 맥주를 시켜서먹기도 하는 둥...완전히 먹자판 스크린 놀이 이다.

일과 집을 다 떠나서 멀리 삼척에서 그냥 잘 놀기만 하면 되는 이 시간, 언제 또 만들 수 있을까...

마냥 노닥거리면서, 이것 저것 줏어 먹으면서 놀고 나오니 7시가 넘어서 깜깜하다.

홈플러스가 있어서 체인을 사러 가 보니 다 팔리고 없단다.

난감한 마음을 가지고서 다른 마트를 들르니 여기도 없다 하여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내가 그냥 바로 가서 거기서 먹자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운전대 잡은 사람이 엿장수 아닌가.

파인밸리로 가는 길을 접어 들어서 클럽하우스로 올라가는 길은 눈을 쓸고 염화칼슘을 뿌린 길이어서 그다지 문제가 없었으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서 식당이나 매점을 물어 보니 다 퇴근하였다고 한다.

식당이없으면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저녁을 때우려 했는데 틀려 버린 것이다.

그냥 자고 내일 일어나서 내려가 아침이나 먹자고 하는 것을 밤새 배고파서 잠도 못 잘 것을 염려하여 내려가서 밥을 먹고 오기로 결정하고 근덕으로 내려 갔다.

눈길 오르막길은 중간에 서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았지만 내리막길은 1 단만으로 내려 가도 차가 미끌어진다.

친구들은 내가 긴장할까 싶어 쫄아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조심하는 빛이 역력하였고, 나는 일부러라도 대범하게 별 말을 하지 않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고 1단으로 조심조심 내려 갔다.

2 키로 밖에 안 되는 길에서 생땀을 흘렸다.

용호와 상익이에게 음식을 시키라고 해 놓고서는 광호와 나는 체인을 파는 곳을 찾기로 하고 나왔다.

아무리 봐도 살만하 곳이 없고 카센타도 문을 닫았길래 그냥 돌아 오다가 광호가 파출소에 가서 좀 물어 보자고 한다.

나도 아까 식당에 갈 때파출소에서 물어 볼까 하던 생각이 나서 그러자고 하여 파출소 경찰에게 물어 보니 카센터 사장에게 연락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하여 체인을 장착을 했으니 파출소와 카센터 사장이 고맙기 짝이 없다.

삼겹살 저녁을 맘 놓고 푸짐하게 맛있게 먹고서는-이제 무슨 걱정이 있으랴.-파출소에 음료수 한 박스를 선물하고 골프텔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은 아까와는 다르게 눈이 군데군데 쌓이고 얼었지만 체인을 차고 올라가니 룰루랄라가 따로 없다.

골프텔은 널찍하고 따뜻하고 으리으리한 것이 모텔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정말로 마지막 밤을 여기서 보내기로 한 것은 두고두고 잘 했다.

골프텔 주변의 눈 쌓인 페어웨이와 노오란 조명이 참 아름답기 보인다.

세 시 반까지 고스톱을 치고 눈을 붙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밤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르게 시원하고 멋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평평한 골프장이라....

흔히 만나기 힘든 인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서 교통사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귀경 길을 서두르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온천은 못 가도 동해의 천곡동굴만이라도 보고 가기로 하여 바로 나섰는데 파인밸리에서 내려가는 길 역시, 체인 덕분에편하고 안전하기 이를 데 없다.

근덕 ic 에서 체인을 풀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 동해의 천곡동굴에 도착하였다.

용호가 시력이 나빠서 못 들어가겠다고 하여 광호가 같이 남고 나와 상익이가 동굴 구경을 들어 갔다.

천연동굴에선 꼭 헬멧을 써야 한다.

여러번 천정에 부딪쳤는데 헬맷이 없었으면 상당히 여러번 피를 봤을 것이다.








저 위 것의 아래 끝과 아래 것의 윗 끝이 만나는 시간은 앞으로 3 백년이 걸려야 한다는 안내문을 읽고는 그저 난감하고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동굴 구경을 재미있게 한 후에 동해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귀경길에 들었다.

도로 중간 중간에 구제역예방을 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구제역으로 200만 마리 이상의 돼지 소를 매몰시켰다는데 참으로 끔찍하다.

이번 구제역 대책은 천재나 인재가 아니라 관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대응을 못하였다.

상경 길은 그렇게 막히지 않아 서울에 도착하니 6 시 쯤 되어 방이동 광호네 동네에서 스크린을 한 판 더 했다.

시설이 아주 낙후하여 스트레스를 엄청 받다가는 결국 웃고 말았다.

연말 연시 연휴 골프여행을 세 번의 스크린 게임으로 대신하였으니 이것도 몇 년 지나면 꽤나 많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일이리라.

아주 재미있고 아슬아슬하고 훈훈한 우정의 여행이었다.

친구하고의 여행은정말로 특별한 행복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201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