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 하도 많이 들어서......

흔한 생각과 취미 2021. 11. 3. 14:28

 노년을 이야기들 한다

 

늙어서는 비워야 한다고들 한다

늙어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들 한다

어쨌거나 늙어서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들 한다

하도 많이 들어서 귀에 더깨가 앉았다

 

  혹은 황혼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노을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단풍의 아름다움을 이야기 한다

하도 많이 들어서 지겹기까지 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잘 모른다

육십이 다르고

칠십이 다르고

칠십 다섯이 또 다르고

팔십이 다를 것임을.......

 

 보는 단풍과 

쓸어 담아 버리는 낙엽이 다름을

모른다

 

내가 길에 떨어져 흩날리는 낙엽이 되면

내가 자루에 쓸어 담기는 낙엽이 되면

가을을 즐기는 노래를 얼마나 부를 수 있을까?

느낄 수는 있을까?

 

[2021.11.3]

 

 

2019 년 서울싱잉커플즈 제 40 회 정기연주회 후기

흔한 생각과 취미 2019. 11. 13. 11:59

서울싱잉커플즈 제 40 회 정기연주회 “가을이 오면”을 만나고......

 

제가 맞는 “11 월”의 느낌은 이제 2013 년도 “11 월” 느낌으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싱잉커플즈 2013 년 공연 때에 “11 월”에 대한 감상이 깊었거든요.

그날 공연장 가는 길에 어떤 라디오 디제이가 체로키 인디언이 “11 월”을 “모두가 사라진 달이 아닌 달”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인상 깊었고, 그 콘서트를 통하여 다른 세상인 12 월을 맞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순전히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서울싱잉커플즈 44 주년, 40회 정기 콘서트는 사단법인이 된 첫 해에 연세대백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25 쌍의 커플, 5 년째 지휘를 맡으신 조익현 선생님, 최은미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 이찬희 퍼커셔너, 특별 순서인 연세대 음대 학장님이신 테너 강무림 교수님의 독창과 여성희 님의 피아노 반주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의 콘서트는 “가을” 노랫말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면서 “가을”을 떠오르게 하는

양희은의 명곡으로 문을 엽니다.

 

1 부 “가을을 노래하다” 스테이지는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로 속삭이듯 조용하게 시작합니다.

그래서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맘껏 푸른 소나무, 마치 44 년 된 부부합창단의 의연함을 노래로 표현하는 것 같더군요.

44 년 부부합창단은 “작은 연못”에 들렀다가 내 님의 사랑처럼 “철 따라 흘러” 가다가 다시 연못에 잠겼다가 “꿈을 펼치면서” “늙은 군인”의 회상에 잠기기도 합니다.

청년들에게 그토록 엄혹하던 1970 년대, 모이기만 하면 목 터져라 불렀던 “아침 이슬”,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던 무언가에 대한 결의, 그리고 다시 “외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다짐들, 7080 세대 모두의 합창일 겁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노래들은 “가을이 오면”을 올해 콘서트 타이틀로 삼은 이영훈 작곡, 이문세 노래의 “광화문 연가” 와 “가을이 오면”입니다.

우리 모두 세월 따라 흘러가지만, 아직도 남아 있는 덕수궁 돌담 길, 언덕 밑 정동 길의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 있는 풍경,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 네거리를 다시 찾고 싶은 예쁜 노랫말의 “광화문 연가”는 싱잉커플즈가 얼마나 부드럽고 편안한 정서를 좋아하는 합창단인가를 알게 해 줍니다.

 

아침 햇살, 싱그런 바람, 하늘, 호숫가 물결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그대의 마음과 미소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떠나온 날의 추억은 또 얼마나 슬프게 하는지.......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의 편지 같은 이문세의 노래들을 싱잉커플즈 합창단이

8090 세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로 고른 것 같습니다.

 

“가을을 노래하다” 세 번째 무대는 성가 모음입니다. 그것도 퍼커션이 함께 한 모던 재즈!

싱잉커플즈 콘서트엔 타악이 늘 함께해 온 것으로 기억하는데 타악의 가세로 예쁘고 가지런함으로 밋밋할 수도 있는 공연에 꼭 필요한 활력소를 주는 것 같아 아주 좋습니다.

근엄하고 느린 것, 아름다운 것만 하나님의 은혜겠습니까?

싱잉커플즈 합창단의 40여 년 성가 합창 순서는 항상 흥겹고 재미있는 빠르기와 율동, 제스처 등이 끼어 있어 제가 “이번엔?” 하며 궁금해하는 순서이기도 합니다.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와 케이스 햄프턴의 유명한 재즈 찬양곡인 "Praise his holy name" 합창들은 역시 박수 고갯짓 어깨춤이 어우러진 한바탕 흥겹고 경쾌한 선물이었습니다. 특히 헨델의 메시아 중의 “재즈 할렐루야”는 신나는 할렐루야였습니다. 친구 종훈이 중간에 거친 목소리로 외치는 “할렐루우야!”는 연출의 백미였던 것 같습니다.

조익현 지휘자님의 편곡과 경쾌한 지휘도 인상에 깊게 남게 해 준 무대였습니다.

“조용한 가을”에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고 나서 타작마당에서 즐겁게 춤추며 노래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부는 남녀 주인공의 선한 눈과 신비감을 상기시키는 영화 아바타 영상에 입힌 Adiemus라는 꿈꾸는 듯하는 노래로 시작하였습니다.

그래서 여성 단원들의 드레스 패션도 아프리카나 남미 원주민을 연상시키는 의상으로 선택한 것 같아 새로움을 더해 주셨습니다.

 

저는 싱잉커플즈 콘서트에서는 몇 가지를 꼭 공부하게 되는데 이번 콘서트에선 2 부 첫 무대에 선보인 Adiemus 와 Jambo Bwana 에 대한 공부를 했지요.

프로그램 북에서 설명한 대로 Adiemus 는 Songs of Sanctuary 라는 부제가 붙은 앨범의 첫 수록곡이라지만, Adiemus 란 말은 아무 의미도 없으며 “가사나 노래도 아닌 자신이 생각한 고유의 언어”라고 합니다. Songs of Sanctuary 는 안식의 노래 혹은 거룩한 곳의 노래라고 해석할 수 있어 Adiemus 단어 자체가 모호함과 신비한 언어임을 짐작할 만합니다.

 

아리아디아 무스라테 아리아디에 무스다아리아디나 투스라타 아두아

아라바야 네투에바테

아나마나 쿠라라웨 아카라

아야두 아야 아야두 아야......

 

이 발음에 무슨 뜻이 있을까요?

마치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의 발음과 거기서 느껴지는 느낌과 비슷합니다.

 

"Jambo Bwana" 는 케냐를 자랑하면서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세요?” “잘 지냅니다.”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아무 걱정 없어요.”라는 인사가 되풀이되는 노래입니다.

가사의 의미보다는 “잠보 잠보 브와니” “하바리 가니” “하쿠나 마타타”라는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 음운이 마음 깊이 스며들더군요.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별 일 없습니다 잘 지냅니다......)”

제법 중독성이 강한 노랫말입니다.

덕분에 아프리카 말도 배웠네요?

 

아프리카 음악들과 함께 묶은 Camptown races (시골의 경마) 역시 흑인들이 시골경마장에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그린 노래라는데 매우 가볍고 유쾌함을 줍니다. 말대가리 가면을 쓴 단원들로 청중은 큰 웃음을 터뜨립니다. 싱잉커플즈 합창단의 해학과 재치 발랄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멋진 합창이었습니다.

 

제40 회 정기공연의 특별 순서로 마련한 강무림 연세대 음대 학장님의 노래와 여성희 단원의 피아노 반주는 모든 관객들에게 감동과 탄성을 터뜨리게 했습니다.

싱잉커플즈 합창단은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 같지만 프로그램 중 어디에선가 남성성이 강한 부분이 있더군요. 이번엔 게스트 무대에서 강무림 교수님의 노래, 특히 뱃노래의 힘찬 끝맺음을 통하여 조금 아쉬웠던 남성성이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2 부의 마지막 무대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민요인 “목장 길 따라(Stodola Pumpa) ” 남성 합창이었는데 우리나라 포크송 가수인 김세환 씨가 불러서 대히트를 쳤지요. 단체로 MT 나 여행 중에 모두 모두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불렀던 “...스타도라 스타도라 스타도라 스타도라 뿜뿜뿜!!!...”

같은 노래라도 싱잉커플즈 합창단이 부르면 품격이 달라짐을 새삼 느끼게 하는 노래더군요. 20~30 대 때의 추억에 잠깐이나마 깊이 빠져 봤습니다.

 

그 후에 이어진 곡들은 여성 단원들의 연한 하늘색 드레스 코드가 상징하듯이 “가을을 여행하다”라는 타이틀의 노래들입니다.

청명하고 시원한 가을을 닮은 하늘하늘 얇은 하늘색 선녀 드레스는 Adiemus, 째즈 찬양, 시골 경마, 뱃노래 등으로 잠깐 눈 돌린 “가을”로 돌아가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가을을 여행하며 돌아가는 길목에서 "You are the new day....

Love of life will let me say......

I reach for a new day........

Hope is my philosophy......

I will love you more than me

And more than yesterday......."

하고 의미 있고 철학적인 독백을 해 봅니다.

저는 외람되지만, 이번 싱잉커플즈 40 회의 콘서트의 숨겨진 테마가 이 노래가 아닌가도 생각했답니다.

그러나 콘서트는 이 무게감을 오래 끌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포스터의 Beutiful Dreamer, 스카보로의 추억으로 살포시 쓰다듬어 줍니다.

아련하고 부드러운, 달착지근함 마저 느끼게 하여 편안합니다.

 

마지막 무대는 “아리랑”을 선택했습니다.

느리게, 보통 빠르게, 매우 빠르게, 부드럽다가 힘차게 외칩니다.

부드러울 때는 서정시 낭송 같다가 힘찰 때는 마치 씩씩한 행진곡 같지요.

이것의 반복이 그야말로 멋졌습니다.

제가 열심히 떠드는 것보다 프로그램 북에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공감을 자아내는 것 같아 그대로 인용합니다.

“오늘 무대의 피날레는 한국 합창음악 작곡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작곡가 우효원의 <아리랑>이다. 한국인의 정서와 애환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아리랑>은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 하나의 신앙과 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곡은 본조아리랑의 원형을 그대로 잘 살려내면서도 3/4, 4/4로 이어지는 리듬의 변화를 통해 드라마틱한 변화를 시도한다. 후반부에서는 합창과 타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축제의 장을 펼치다가 힘차게 끝을 맺는다.”

 

유난히 단풍 빛깔이 고운 올해의 늦가을 자락에서 오늘도 “즐거운 우리집”을 제창하면서 아름다운 합창 공연을 잘 감상하였습니다.

공연이 모두 끝나고 나서 때늦은 가을 소나기가 내려 가을 가뭄을 풀어주어 촉촉한 가슴이 더 훈훈해졌지요.

올해에도 뒤풀이를 마련하여 맛있는 저녁을 먹게 해 준 종훈과 여성희 선생님, 그리고 함께 즐긴 중동 김희순 이홍중 친구에게 감사의 인사를 다시 드립니다.

모두 모두 애 많이 쓰신 덕에 올 가을에도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11 월 10 일 친구 유기덕이 적습니다.

친구들과의 겨울 여행

흔한 생각과 취미 2011. 2. 22. 18:57

광호 상익이 용호와 하남 캐슬렉스에서 일요 라운딩을 하면서 캐슬렉스 이벤트를 이용하여 언제 날짜를 잡아서 제주도에 이박삼일 골프여행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말 나온 김에 내가 연말의 연휴기간에 갈 수 있으면 가는 게 좋겠다고 하여 광호와 용호가 비행기 편과 제주도 캐슬렉스 일정을 알아 보기로 하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광호가 제주도 일정은 예약이 가능하지만, 올라 오는 비행기 편이 없어서 곤란하다고 하여 내가 아내에게 부탁하여1.3 일 월요일에 올라오는 진에어 항공편 예약을 성사시켰다.

메이저 항공사가 아니라 저가 항공사로 왕복을 하게 된 것이다.

2010 년의 연말,31 일 금요일과 2011 년의 1, 2 일을 집이 아닌 바깥에서,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과 같이 하게 되었다.

12월 31일 아침 8 시에 출발하는 이스트 항공 비행기를 타자고김포공항에서 6시 반쯤 만나기로 하여 다 모였다.

일기예보가 심상치 않아 전국 곳곳에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있는 중인데, 제주도 항공편이 속속 취소되고 있었다.

우리 앞 항공편이 가차없이 캔슬 되었으나 우리 비행기는 수속까지 마치고 게이트 앞에서 입장 시간만 기다리던 중에 이 편도 여지없이 취소되었다.

다시 로비로 쫒겨 나와 여기저기 눈치를 보아하니 오늘 제주도 행은 틀려 버렸다.

그러나 오늘 집이나 일터로 돌아가서 내일 만날 생각은 아무도 추호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일 비행기 편으로 바꾸고 오늘은 그냥 스크린골프나 치면서 다른 계획을 세워 보자고 하여 행신역 앞의 스크린 골프장에 도착하니 아직 10 시도 안 되어서 문도 안 열었다.

경비실에다 물어 골프장 사장 휴대폰으로 전화하여 문을 좀 빨리 열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자, 어떻게 할까?

내가 아내에게 삼일골프에 부탁하여 우리가 급히 연말연시 연휴에 골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알아 봐 달라고 하였는데, 친구들이 그런 것까지 아내가 해 주느냐고 놀라워 하길래"그러니 평소에 잘 하란 말이야~" 하고 으시대었다.

그 결과 문막과 삼척이 적극 추천되었는데, 문막이 최종적으로 눈 때문에 아웃되고 삼척으로 결정되었다.

딴 데는 눈이 와도 삼척은 눈이 잘 안 오기 때문에 겨울 골프를 많이 간다고 자신있게 말하길래 따르기로 했다.

삼척의 모텔에서 하루, 골프텔에서 하루를 묵으며 1, 2 일 골프를 치고 3 일에는 근무하는 일정이다.

홍은동의 소렌토 한 대로 다 가기로 하여 광호의 차는 송파의 집에다 두고 용호 차는 우리 집에 세워 두기로 하였다.

운전은 당연히 차 임자인 내가 하기로 하고 새해 시작을 삼척에서 하기 위하여 보무당당하게 출발!

나와 광호는 몇 년 동안 단 둘이 여행을 가끔 다녔다.

당일이나 일박이일로...

강화, 철원, 영주 등.....

환자가 많은 광호는 일찌기 20 대 부터 시작한골프를 중간에 쉬었을 정도로 참 바쁘게 지내다가 한량같은 나의 바람에 휩쓸려 단 둘 만의 드라이브 나들이에 맛을 들였다.

아마 오십 대 초반이었으리라.

지나 와서 생각해 보면 언제나 마음이 편안해지고 아늑해 진다.

그리고 이번 네 명의 삼척행은 친구들과의 여행 길이 세 번째인 셈이다.

아주 오래 전에 광주에서 학술대회를 마치고 내 차에-그 땐 아마 스텔라 아니었나 싶다-다섯 명인가 타고- 광호 상익이 우용이 희범이 아니었나?- 화순 적벽, 소쇄원, 남원 담양을 들른 적이 있었는데 그 여행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아직도 동심과 같은 추억에 잠겨서 회고하며 말한다. 나에 대한 감탄과 함께......

또 어느 해 아까시 꽃이 만발한 오월에 광호의 카니발을 타고서 찬국이까지 포함하여- 내장산인가 정읍인가 수안본가 가물가물하다.-다녀 온적이 있었는데 그 때 용호가 복지부 서기관에 임용되어 부인의 스트레스가 엄청 심하여 용호를 위문해 주기 위한 여행을 겸해서 갔었다.

그러나 중간에 용호 부인이 갑자기 크게 아프다고 하여 중간에 올라 오기도 하였으나 내 주변의 친구들은 그 때를 하나의 전설로 생각할 정도이니 여행이란 지나고 나면 항상 신기하다.

이번 여행길은 여럿이 떠나는 세 번째의 여정이다.

중간 중간에 눈이 내렸는데 삼척에 도착하니 눈발이 제법 세졌다.

삼일골프에서 예약 잡아 준 모텔을 들어 가니 이미 자정이 다 되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 홍은동에서 방이동으로 가는 동안에 용호가 들려 준 해외여행 이야기와 동남아의 진한 밤 문화 경험담과 유별났던 우리 학년의 별종들 추억을 나누면서 잠이 들었다. 40 명이 입학하여 제대로 졸업한 사람이 18 명 밖에 안 되었으니 얼마나 특이한가.

사각모를 쓰고 다닌 광호, 검은 스모르 군복에 삭발한 나, 경도, 진로, 상익이, 찬국이, 혜은이, 새벽에 588 골목에서 윤식이를 만났다던 정중이, 좃대, 성충이, 미식축구, 상태, 수영이와 하순봉,중권이...어느 덧 40 년이 지나고 만 것이다!

자기 전에 어렵게 내려 온 년말 강원도이니 새해 첫 날 해돋이를 추암해변으로 보러 갈 것을 제안하니 아침에 일어나 봐서 결정하자고 하였지만 새벽에 눈이 뜨여 시계를 보니 6시가 채 안 되었다.

그 때부터 비몽사몽의 시간을 좀 보내다가 친구들을 깨워서 해돋이를 보러 가자고 재촉하였다.

그래서 나부터 씻고 나서 일단 가자고 설득하여 7시 좀 넘어서 나오니 온 세상이 눈으로 덮였다.

조금 내리고 그칠 줄 알았더니 밤새 푹 쌓인 것이다.

아직도 펄펄 내리고있다.

분위기만으로만 보면 이 얼마나 끝내주는 날인가?

추암해변과 촛대 바위 추암역은 전국적으로 유명한 해돋이 명소라서 일부러라도 오는 곳인데 우린 골프여행차 오게 되었으니 참으로 큰 행운이다.

그러나 눈이 쏟아지듯이 오는 걸 보고 동해에서 새해 첫 해돋이를 맞기는 진작에 틀려 버렸다고 포기했지만 눈보라 몰아치는 해변과 촛대바위의 경치를 볼 수 있는 것은 또 얼마나 희귀한 경험이겠는가.

차를 길가에 세우고서 해변을 향해가는데 해돋이를 포기하고 돌아 오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친구들을 재촉하여 가다가 중간에 오뎅이나 먹자고 하여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몇 꼬치를 먹고서 촛대바위를 보러 갔다.

길 가에는 해돋이 장사를 위해서 늘어 선 많은 노점 포장마차들이 완전히 공치고서는 을씨년스럽고 쓸쓸해 보인다.

모처럼의 이벤트 장사를 완전히 망쳐 버린 사람들이 참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항동 회원들과 열차타고 와 봤던 추암해변에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로웠으나 날씨가 무척이나 맵고 파도가 덮칠 듯이 으르렁댄다.

전망대까지는 꼭 가야 한다고 친구들을 재촉하여 올라가 보니 역시 올라와 보길 잘 했다.

세 명의 친구들 중에서는그래도 상익이가 감성이 깊고 무드를 안다.

아마 제 부인에게도 잘 해 줄 듯 싶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하얀 거품을 일으키는 바다와 촛대바위를 집어 삼킬 듯한 파도......

새해의 첫 날 경치 치고는 정말로 "그레이트" 이다.










숙소로 돌아 와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서 의논 하였다.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가야 고생을 덜하지 않겠느냐 하는 신중론도 일부 있었으나 우선은 여기서 하루를 더 묵어 보기로 결정을 하고는 추후에 더 의논하기로 하였다.

골프장에 전화하여 당분간은 골프를 칠 수 없다는 말을 듣고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하고 온 사람들에게 그렇게 무책임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지고는 뭔가 보상을 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리고 삼일골프에 전화하여 항의를 단단히 한 결과 골프텔의 비용을 우리가 반, 삼일골프에서 반을 내서 골프텔에서 하루를 묵는 걸로 합의를 했다.

우리는삼척 시내에서 스크린 골프라도 한 게임하면서 앞으로의 일정을 더 의논하기로 하였다.

삼척 파인밸리 대신 실내 골프라도 치기로 하였다.

뭐 땅을 안 밟으면 어떠랴,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이면 됐지, 하는 건 공통적인 생각인 모양이다.

눈이 계속 오길래 스노우체인이라도 사야겠다고 생각들은 다 했지만 막상 게임에 빠져서 사러 갈 시간을 놓치고는 식당에서 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그 맛이 완전히 시골 밥상 된장 같이 참 맛있었고 피자와 맥주를 시켜서먹기도 하는 둥...완전히 먹자판 스크린 놀이 이다.

일과 집을 다 떠나서 멀리 삼척에서 그냥 잘 놀기만 하면 되는 이 시간, 언제 또 만들 수 있을까...

마냥 노닥거리면서, 이것 저것 줏어 먹으면서 놀고 나오니 7시가 넘어서 깜깜하다.

홈플러스가 있어서 체인을 사러 가 보니 다 팔리고 없단다.

난감한 마음을 가지고서 다른 마트를 들르니 여기도 없다 하여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내가 그냥 바로 가서 거기서 먹자고 하여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운전대 잡은 사람이 엿장수 아닌가.

파인밸리로 가는 길을 접어 들어서 클럽하우스로 올라가는 길은 눈을 쓸고 염화칼슘을 뿌린 길이어서 그다지 문제가 없었으나 클럽하우스에 들어가서 식당이나 매점을 물어 보니 다 퇴근하였다고 한다.

식당이없으면 매점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저녁을 때우려 했는데 틀려 버린 것이다.

그냥 자고 내일 일어나서 내려가 아침이나 먹자고 하는 것을 밤새 배고파서 잠도 못 잘 것을 염려하여 내려가서 밥을 먹고 오기로 결정하고 근덕으로 내려 갔다.

눈길 오르막길은 중간에 서지만 않으면 위험하지 않았지만 내리막길은 1 단만으로 내려 가도 차가 미끌어진다.

친구들은 내가 긴장할까 싶어 쫄아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조심하는 빛이 역력하였고, 나는 일부러라도 대범하게 별 말을 하지 않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고 1단으로 조심조심 내려 갔다.

2 키로 밖에 안 되는 길에서 생땀을 흘렸다.

용호와 상익이에게 음식을 시키라고 해 놓고서는 광호와 나는 체인을 파는 곳을 찾기로 하고 나왔다.

아무리 봐도 살만하 곳이 없고 카센타도 문을 닫았길래 그냥 돌아 오다가 광호가 파출소에 가서 좀 물어 보자고 한다.

나도 아까 식당에 갈 때파출소에서 물어 볼까 하던 생각이 나서 그러자고 하여 파출소 경찰에게 물어 보니 카센터 사장에게 연락을 해 주었다.

그렇게 하여 체인을 장착을 했으니 파출소와 카센터 사장이 고맙기 짝이 없다.

삼겹살 저녁을 맘 놓고 푸짐하게 맛있게 먹고서는-이제 무슨 걱정이 있으랴.-파출소에 음료수 한 박스를 선물하고 골프텔로 향했다.

올라가는 길은 아까와는 다르게 눈이 군데군데 쌓이고 얼었지만 체인을 차고 올라가니 룰루랄라가 따로 없다.

골프텔은 널찍하고 따뜻하고 으리으리한 것이 모텔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정말로 마지막 밤을 여기서 보내기로 한 것은 두고두고 잘 했다.

골프텔 주변의 눈 쌓인 페어웨이와 노오란 조명이 참 아름답기 보인다.

세 시 반까지 고스톱을 치고 눈을 붙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창 밖을 보니 밤에 보던 것과는 또 다르게 시원하고 멋있다.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인 평평한 골프장이라....

흔히 만나기 힘든 인상적인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나가서 산책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을 참고서 교통사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귀경 길을 서두르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온천은 못 가도 동해의 천곡동굴만이라도 보고 가기로 하여 바로 나섰는데 파인밸리에서 내려가는 길 역시, 체인 덕분에편하고 안전하기 이를 데 없다.

근덕 ic 에서 체인을 풀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려 동해의 천곡동굴에 도착하였다.

용호가 시력이 나빠서 못 들어가겠다고 하여 광호가 같이 남고 나와 상익이가 동굴 구경을 들어 갔다.

천연동굴에선 꼭 헬멧을 써야 한다.

여러번 천정에 부딪쳤는데 헬맷이 없었으면 상당히 여러번 피를 봤을 것이다.








저 위 것의 아래 끝과 아래 것의 윗 끝이 만나는 시간은 앞으로 3 백년이 걸려야 한다는 안내문을 읽고는 그저 난감하고 답답한 생각이 들었다.


동굴 구경을 재미있게 한 후에 동해 시내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바로귀경길에 들었다.

도로 중간 중간에 구제역예방을 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번 구제역으로 200만 마리 이상의 돼지 소를 매몰시켰다는데 참으로 끔찍하다.

이번 구제역 대책은 천재나 인재가 아니라 관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제대로 대응을 못하였다.

상경 길은 그렇게 막히지 않아 서울에 도착하니 6 시 쯤 되어 방이동 광호네 동네에서 스크린을 한 판 더 했다.

시설이 아주 낙후하여 스트레스를 엄청 받다가는 결국 웃고 말았다.

연말 연시 연휴 골프여행을 세 번의 스크린 게임으로 대신하였으니 이것도 몇 년 지나면 꽤나 많은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일이리라.

아주 재미있고 아슬아슬하고 훈훈한 우정의 여행이었다.

친구하고의 여행은정말로 특별한 행복을 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2011.2.28>

예봉산 착륙장에 모인 항동 OB 멤버들

흔한 생각과 취미 2010. 2. 21.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