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꺼내 줘!`

한경이의 언어 2010. 10. 13. 13:47

이제 한경이의 말이 워낙 다양해지고 발음도 제법 정확해져서 흔한 일상이 된 것 같아서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이 그닥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써 놓지 않으면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있다가 기억이 지워져 버리면 흔적 마저 찾기 힘들 것 같아 가끔 써 놓아야겠다.

한경이가 가지고 놀던 것, 쓰던 물품들을 한결이가 물려 받고 있다.

형의 것을 동생이 물려 받는 것이 참 좋아 보였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가끔은 한결이가 좀 안 되었다 라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신경을 덜 써 주고 있지 않는가 하는 미안함에서이다.

그렇게 잘 웃고, 웃을 땐 애비가 어려서 웃을 때처럼 혀를 살짝 내밀고 웃어서 참으로 예쁜데 그걸 볼 때마다 더욱 미안쩍다.

한경이가 갖고 놀던 '어린이 체육관', '보행기' 를 한결이가 놀고 탈 때면 한경이가 가끔 샘을 부리며 떼를 쓰면서 뺏는데,

한경이가 보행기-이미 제 몸엔 작아서 들고 나기가 조금은 어렵다- 를 탔다가 나오려니 잘 못 빠져 나왔던 모양이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꺼내 줘!" 하길래, 할머니가 "뽀뽀하면 꺼내 줄께." 하니 "그냥 꺼내 줘!" 하고 소리를 지르더란다.

그 이야길 듣는 나도 꽤 웃었지만 같이 있던 에미까지 같이 많이 웃었다고 한다.

요즈음 제법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소통이 된다.

전화로 "하부지, 언제 와?", "하부지 일찍 와~" "하부지 언제 오아 가?"...

며칠 전 부터는 전엔 어려운 발음이었던 '출근'이라는 단어를 제법 따라 한다.

이제 웬만한 단어들은 다 따라 하면서 그 뜻도 대충 기억하는 것 같다.

"이너나!" "안꾸 가" "안아 줘" 라는 말은 아주 흔히 쓰는 말이다.

"모지"는 모기 인데 모기를 무척 무서워 한다. 그리고 잘 보고 보면 잡으려 하거나 잡으라고 한다.

또요새는 그네 타고선 "세모시" "고추먹고 맴맴" "기차길 옆" "잘잘잘" "누구하고 노나" "한경이 이마는 무얼 닮았나" 등등의 노래를 제법 따라서 부른다.

고추먹고 맴맴은 외워서 읊기도 한다.

열까지의 숫자를 거의 다 말하는 것처럼.....

감기가 자주 걸려서 어린이 집에 보내지 않고 에미와 아내가 하루 종일 데리고 노는데 아이가 더 밝아진 것 같다.

<2010.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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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지 보고지뻐`

한경이의 언어 2010. 9. 29. 14:00

어젠 모임이 있어서 나갔는데 집에서 전화가 왔다.

한경이 목소리가 "하부지 ......."하길래 무슨 소리지? 하고 물으니 계속하긴 하는데 못 알아 듣겠다.

아내가 바꿔서 "할아버지 보고 싶어" 소리란다.

그래서 한경이에게 다시 해 보라고 하니 "하부지 보고지뻐" 한다.

한참을 웃었다.

오늘 아침에 그네에 태우고 무슨 노래 할까? 하니 "세모시" 하길래 세모시 옥색치마~~ 하고 부르니,

금방 아냐, 아냐...한다.

해서, "아버지는 나귀 타고 장에 가시고..."를 시작하니 제법 따라 한다.

요즘 잘 따라 하는 노래는 이 노래와 "기차길 옆" 동요이다.

오늘은 "곰 세마리"를 부르면서 끝에 "애기 곰은 뚱뚱해.."라고 바꿔 불러서 동생에 대한 견제 심리가 여전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 녀석 응용력이 뛰어나네' 하는 생각을 했다.

<2010. 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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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보지마!`

한경이의 언어 2010. 9. 27. 11:30

오늘 아침에 내가 가을편지를 듣느라고 컴 앞에 앉아 있고 한결이는 컴퓨터 방에 누워 있는데,

한경이가 들어 와서 "안돼, 내 꺼야, 보지마" 하길래 내게 하는 소린 줄 알아서 "한경이 뭐 틀어 줄까? 하고 물었다.

그런데 한경이는 나한테 한 이야기가 아니였다.

"애기가 컴푸터 보고 있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니야, 한결이가 컴퓨터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를 보고 있는 거야" 하면서 국악동요 '왕도토리"를 들려 줬다.

요즈음 갑자기 왕도토리를 많이 들으려 한다.

한경이가 요새 부쩍 노래를 많이 따라서 하려고 하며 스스로도 읊조린다.

그네 타면서 "세모시" "애기애기 잘도 잔다.."곰 세마리" "토마스와 친구들" "처깅턴.."

며칠 전에는 곰 세마리 노래를 하면서 '아빠 곰' 이라는 귀절 대신 "하부지 곰은 뚱뚱해" 로 바꿔서 불렀다고 하여 꽤나 놀라고 웃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내가 "할머니 곰은?" 하고 물으니 "함무니 곰은 없어." 라고 했단다.

그러나 아직도 명지전문대는 "머지쩌여여" 이고,

아이스크림은 '아저찌이" 이다.

<20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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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홀리고 놀래게 하는 표현들이 늘다.

한경이의 언어 2010. 9. 4. 12:23

한경이 등쌀에 못 이겨서 아내가 집 전화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준다.

대개 화상 통화로 연결하여 얼굴을 볼 수 있게 해 주지만, 막상 통화가 되거나 얼굴이 창에 나오면 한경이는 수줍어 하거나 쑥스러워 하여 말을 잘 안 하거나 얼굴을 돌린다.

혹은 가만히 있다가도 왼손 검지 손가락을 입에 쑥 넣어서 할아버지의 관심을 새삼 끌려고 한다.

일부러 할아버지가 싫어 하는 것을 연출하는 머리굴리기라니......

어른들이 좋아하고 칭찬하는 것을 연출하는 것이나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 다 주목을 끌려고 하는 것 같다.

어저께 저녁 9시 쯤에 귀가하는 중에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하부지, 일찍 와~" 한다.

그래서 놀라서 아내에게 "당신이 시켰어?" 하고 물어 보니 안 시켰단다.

그래서 생각하기에, 예전에 언젠가 아내가 옆에서 시킨 이야기를 그저께 기억이 나서 그러지 않았을까 한다.

또 "하부아, 언제 와?" 하길래 " 한 10 분쯤 후에 갈께."

"언제 와?"

"10 분 후에~"

집에 들어가서 한경이를 안고 있으려니 아내가 낮에 있었던 재미난 일을 또 전해 준다.

아내가 휴대폰에한경이를 등에 태우고 거북이 놀이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내 사진을 한경이에게 보여주니까 한경이가 "하부지, 좋아." "하부아 보고 싶어." 하면서 사진에 뽀뽀를 하기도 하고 제 가슴에 가져 가서 꼭 끌어 안더라고 한다.

그것을 보고 고부가 함께 놀래면서 크게 웃었다고 한다.

정말 아이가 있어서 웃을 일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2010.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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