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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버스 여행 길 에서 생각한 몇 가지
열차의 유리 창에 머리를 기대어 어두워 가는 바깥을 조용히 바라 보는
기쁨 대신 전세 버스로 단체 지방 나들이를 간 적이 있다.
창 밖은 이미 가을이 지나고 있었는데 푸르던 논밭은 다 거둬 져 비워 있었고
빈들과 메말라 가는산 들이 마음을 쓸쓸하게하였다.
야산의 나무들도 누렇게 되어 떨어 지고 있어 산에는 이미 소나무의 존재가 뚜렷하다.
그리고 잎이 무성할 땐 눈에 잘 안 뜨이던 까치 집 들이 이렇게 많은 줄을 새삼 알았다.
바깥 공기가 차가운지 실내 창에 물 방울이 맺히기 시작하여
손으로 문질러 습기를 제거 하기도 하고 머리를 기대어 바깥을 내다 보니
차가 달리면서 앞 경치들이 닥쳐 오고, 스쳐가는 사이에 해가 진다.
어둠이 온 사위를 휩싸며몇 개의 별들이 떠 오르고 까만 하늘이 된다.
낮비가 그치고, 저녁을 지나 밤이 되니 맑아 보이는 별과 달 들이 보여
비로소 난 어디론가 가고 있구나 하는 실감이 든다.
난 어느새 시골로 열차를 타고 가는 지바고가 되어 있다.
덜컹 덜컹 기차 바퀴 소리와 더불어 창 너머로 눈으로 덮인 벌판과
산들이 지나가고 지바고는 성에 낀 유리창을 손으로 긁어 구멍을 내어
깊은 눈으로 내다 본다.
그 유리창 구멍 밖의 세계.
지바고는 그 때 아마 이걸로 세상 끝이어도 좋다고 생각 했을지 모른다.
.
.
이 때 나만의 상념을 중단 시킨 것은 노래를 시키는 시간 이었다.
이제 단체로 버스를 탔다 하면 자연스럽게 "묻지마 관광" 스타일이 되어 즐긴다.
욕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인가......
소위 질 낮은 문화라 해도 사람의 심리를 꿰뚫은 보편 대중의 문화가 되어서 그런가......
모두가 신나게 잘 논다.
그래도 무대뽀 식의 "잊자, 잊자, 잊어. 놀자, 놀자!" 로 가지는 않는다.
술을 안 마셔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저질 문화의 흐름에 떠 내려간 것 같지는 않다.
이 모임이갖는절제력 덕이라고 생각 했다.
저질 문화......
누구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다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많이 배우고 이성이 발달 되어 있다 해도
어둡고 축축하고 끈끈한 것에 대한 한 끄트머리의 호기심과 동경은 조금씩 갖고 있다.
데미안이 빠졌던 어두운 세계 처럼......
이른바 술집의 영계 찾기를 꾸짖고, 죄악시 여기면서도
요새 판치는 10대 CF 모델 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현상 들.....
왜 성을 상품화 한다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성적 이미지 부각을 수단으로 하여
시선을 잡아두기 위해 어린아이 들을 이용 하겠는가?
이미 지저분한 영계 문화는 -문화는 무슨 문화! 그냥 더러운 취향 이지-
온갖 문화 예술 산업 상업 부문에 까지 침투한 때문인 탓도 크다.
문화는 고급 이건 저질 이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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