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詩] 남일이......

카테고리 없음 2014. 3. 28. 17:04

술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더니

너무 좋은 사람은 일찍 간다더니

자네가 딱 그 짝이네 그랴

전 날 산에서 헤어진 친구들

아침에 할아비가 갈아 준 기저귀

기분좋아 방실 웃던 아이의 가슴을

얼마나 적시려고 그렇게 간단 말인가

관석이 때엔

과로하지 말라고

2 주 전에 이야기라도 해 줬는데

니가 가슴이 불편하다는

이야길 미리 들었다면

심장 검사를 해 보라고 했을 것을

내가 근래에 못 나가서

놓쳤구나

야! 유 원장!

내가 가슴이 가끔 답답한데 왜 그러냐고

네가 물었을텐데.......

동네마다

집안마다

모임마다

한 둘씩은 꼭 있어

빛을 발하던

경우 바른 사람

그의 말이면 누구나 고개 끄덕이던 귀한 사람

자네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네

옳은 말 하되

치우치지 않았고

활달하게 즐기되

품위를 잃지 않았고

늘 앞장서지만

후미를 챙기던

자네

허연 머리칼

지혜롭고 잔잔한 눈 웃음을

이제 어디서나 볼꺼나

산에는

완연한 초봄인데

연두색 새 순이 차례 내기를 하지만

개나리 매화 진달래 목련 벚꽃 모란 산수유

올해엔 한 잎도 예쁘지 않을 것 같네

미세먼지 황사로 뒤덮여서

별로 안 이쁠 거 같아

내 눈에 뭐가 끼어 있는데 어찌 아름다울까

누구라도 가는 길

친구가 먼저 갔다

그대가 가고 보니 빈자리만 커 보이네

산에서

회의장에서

밥 먹으면서

술자리에서

보고 말하고 느끼는

그 빈 느낌을 어떻게 풀꺼나?

어디서든지

자네를 이야기 하겠다

자네가 얼마나 좋은 벗이었는지

멋진 놈이었는지......

2014.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