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감동의 시작, “WITH LOVE" 2014.11

카테고리 없음 2014. 11. 25. 18:22

또 다른 감동의 시작, “WITH LOVE"

-서울싱잉커플즈 제 35 회 정기연주회를 보고-

십 여 년 전에 중동 친구 종훈의 초청으로 싱잉커플즈 연주회를 보고 감사의 뜻으로 중동고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 제법 여러 해 되었습니다.

음악에 전문적인 지식과 축적된 자료나 새로운 정보도 없는 사람의 글도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어 주옥같은 음악이나 연주회의 빛을 가리지나 않나 걱정스럽지만, 종훈이 말마따나 꿋꿋한 ‘을’, 예능 감상에 있어 부인 못할 ‘을’로서의 분수를 지켜서 올해에도 또 저의 느낌과 생각을 전합니다.

이 후기의 모든 표현에 전제되는 것은 순수한 저의 ‘느낌과 생각’에 지나지 않음을 해량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콘서트가 저에게 확 들어오는 첫 느낌은 상당히 ‘남성성’이 두드러졌다는 느낌입니다.

그동안의 콘서트가 다분히 여성적이어서 섬세하고 부드러워 예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훨씬 굵고 두터우며 힘이 느껴졌습니다. 울림마저 깊고 길어서 저에게는 더 편하고 좋았습니다.

프로그램 지 인사말에서 이사장님이 “회갈색의 베이스 줄기” 라고 표현하신 것이 저에게도 뚜렷한 공명을 일으켰습니다.

이번 콘서트는 “문을 열어라” 로 열려서 “온 맘 다해” 로 닫힙니다.

.....................................................

문 문 문 문을 열어라 문 문 문 문을 열어라

동대문 남대문 활짝 열어라 동대문 남대문 활짝 열어라

열어라 활짝활짝 열어라 천지사방 어둠아 멀리 가거라

동서남북 귀신아 꺼져 버려라 하나님의 밝은 빛이 비쳐온다

눈물과 한숨은 사라져라 하나님의 기쁜 소식 들려온다

.......................................................

이 씩씩하고 굵은 반복이 힘을 실어 왔고 이 힘참이 이번 콘서트의 얼굴로 제게 비쳐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청중들의 속을 확 트이게 만들어 본 콘서트에 임하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해 주려는 듯 했지요. 콘서트를 대하는 약간의 어려움이나 머뭇거림, 낯 섬 같은 것들은 다 치워버리라는 뜻도 있었지 않나 싶었습니다.

거기에 종교 음악으로서의 성격인 ‘신을 향한 마음의 문’ 을 활짝 열어 어둠과 한숨 등을 걷고 기쁜 소식을 맞아들이라는 메시지가 같이 들어 있으니 참으로 최고의 오프닝이라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자리 배치가 전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전에는 1,2 열엔 여성 단원이 3,4 열은 남성단원이 자리 했지만 이번엔 몇 스테이지에서 한 줄에 남녀가 한 명씩 섞이거나 남녀가 두 명이상씩 뭉쳐서 노래함을 보고는 이런 배치가 예전의 분위기보다 더 남성적이 되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콘서트 끝난 후의 뒤풀이에서 종훈의 설명을 듣고는 지휘자의 ‘조화’ 마인드가 있었고, 그것이 단원들의 ‘집중도’를 높였음을 알게 되었지요. 또 네 번째 스테이지에선 여성을 앞의 두 줄에, 남성을 뒷 두 줄에 배치한 것, 네 번째 스테이지에선 여성 단원에게 다양하고 화려한 복장을 하게 해서 앉히고, 남자는 서서 노래하게 함으로써 뭔가 새로움을 꾀하여 힘을 느끼게 한 것도 좋아 보였습니다.

이번 연주회의 스테이지 구성은 서장- 성가, 우리 가곡, SSC 현악 앙상블, 세계애창곡, 오페라합창곡, 뮤지컬합창곡, 종장-With Love 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피아노 반주와 함께 타악 엘렉톤이 같이 어우러지기도 하였는데 타악은 흥겨움을 굉장히 고취하였고, ‘을’의 견문 상 낯선, 전자 올갠 같은 엘렉톤은 (혹시 실례가 되는 표현은 아닐런지요?) 합창의 난해함을 약간 덜어주는 느낌이었는데 뒤풀이에서 종훈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하!” 했지요.

여전히 피아노 반주는 전에 어깨에 나비를 달았던 분이시지요?

마음의 문을 강력하게 열어젖히고 나서 제일 먼저 내 속으로 들어 온 것은 ‘그리움’입니다.

누군가 무엇인가 어딘가에 그리움 없는 사람 어디에 있을까요?

고향 사람 일 사랑 푸르렀던 이상......

오늘은 삭막하고 낙엽 같아 보이는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 한 구석에 남아있는 ‘추억’이란 공간의 자물쇠를 열게 만들 것 같습니다.

귀에 아주 익숙한 우리 가곡들, “그대 있음에” “가고파” “동그라미”가 마른 헝겊에 물 스며들 듯이 파고들었습니다.

마침 콘서트 날 저의 고향에서 시제가 있어 저희 3 대가 같이 다녀왔는데 아이들이 마른 옥수수 대에서 미처 수확하지 않은 옥수수를 따서 껍질을 벗겨 옥수수를 모아 가지고 다니며 밭에서 뛰어 노는 것을 보고 와서인지 우리 가곡이 참 편했습니다.

현악 앙상블 역시 보통 사람들의 귀에 익은 베토벤의 “Ich liebe Dich”와 브람스의 “항가리무곡 5”를 연주했는데 창밖에서 바이올린으로 구애하는 친구를 첼로를 가진 친구가 친구의 연애작전을 진지하게 도와주는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솔직히 바이올린 첼로 등의 악기를 연주할 때 활의 미끄러짐이 그렇게 아름다운 지는 오늘 첨 알았지요.

구애의 대상이 곡을 듣기만 하다가 창문을 살짝 열어 활을 움직이는 팔과 표정을 보게 되면 사랑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에 들은 바도 있지만 현악 앙상블의 연주자들이 싱잉커플즈 단원의 자제라는 것에 더 친근감이 가고 부럽더군요.

세계애창곡 합창 스테이지는 피아노 타악기와 엘렉톤의 협주 반주로 진행되었지요.

노래와 함께 합창단의 손가락 튕기기 어깨치기 손뼉 치기 등이 어우러진 “리베르 탱고” “바모싸발라”는 한 마디로 흥겨운 장단이 흐드러진 마당이었지요.

우리 몸의 많은 부분이 악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습니다.

박자와 리듬에 따라 저절로 들썩이는 어깨, 저절로 까딱이는 머리, 클라이맥스에서

“오우!!!” 하는 외침과 호르라기 소리가 참 유쾌했습니다.

모르고 들으니 “바보사람아”로 들리기도 하고 “바싸라바라”로 들리기도 한 ‘젊은이들의 댄스 파티’가 참으로 경쾌무쌍하였습니다.

Opera Chorus 스테이지에서는 테너가 함께 부른 “결혼축하객들의 합창”, “결혼행진곡”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대장간의 합창” 등 대중적 인기가 높은 합창곡들을 만났습니다.

“결혼식 축하객들의 합창”이 바로 제가 초등학생 때 배운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의 원곡임을 알고는 깜짝 놀라고 신이 났습니다.

그러나 프로그램 지의 곡 설명에서 ‘스코틀랜드의 세력 다툼에 희생된 한 쌍의 연인의 비극을 그린 것’ 이라는 구절과 ‘잔인과 명연기를 발휘하게 하는 선율의 아름다움이 훌륭하게 조화되어 뛰어난 극적 효과를 보여 준다’ 는 설명이 수용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런 게 바로 ‘을’의 한계인 것이겠지요.

그 다음 이어지는 “결혼행진곡” 은 부부 단원들이 행진 합창을 재현함으로써 결혼식-결혼이 아닌 예식-을 나이 들어서 한 번 더 하고 싶어 하는 소망을 대신 해 주었다고 짐작한 것은 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그만치 흐뭇하고 부럽더군요.

수 십 년 지난 지금 결혼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사랑만 생각하던 그날’을 곱게 추억하게 합니다.

그저 웃기만 했던 그 날, 즐겁기만 했던 그 날.

결혼 60 주년에 그 날을 싱잉 단원 부부께서 한 번 더 만들어 보시지요?

이스라엘 여자들이 머리에 썼던 쓰개처럼 여성 단원들이 머리와 얼굴에 스카프를 두르고 부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망치’ 소리만이 귀에 남는 “대장간의 합창”은 알량한 저의 클래식 청각을 익숙하게 다독거려 주어서 좋았지만

단원들은 Opera Chorus의 모든 곡들 , Musical Chorus 의“오페라의 유령” 캣츠의 “메모리”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투나잇” 등의 곡들을 외우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래서 노래를 계속하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종훈과 여성희 여사가 매년 젊어지는 것을 보면 삼천갑자 동박삭의 샘물과 같은 것이

바로 음악인 것 같습니다. 매 년 감상하러 오는 친구들이나 후기를 쓰고 있는 저도 그러리라 확신합니다. 음악이야말로 퇴행치료제, 항노화, 리저브네이션의 첩경이니까요.

여섯 번째 스테이지인 “Musical Chorus”에서 그저 듣기만 하는 저로서는 곡들이 주는 어두움과 무거움의 분위기 속에서 운명이란 것에 직면하여 어찌 할 수 없는 두려움, 그리고 깊은 비원을 느낄 뿐이었습니다. 그 느낌을 가지고 어느 그 날, 아름답던 시절이 차분하게 떠오르는 것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에 나왔던 나탈리 우드를 생각하고 워즈워드의 시, “초원의 빛”을 떠올리고 따라가듯이......

지금 생각나는 것은“한 때 찬란했던 광채가 영원히 사라졌다한들 어떠랴! 초원의 빛이여! 초원의 영광이여!” 라는 쪼가리 밖에 없지만 참 청순하고 예뻤지요.

남녀 단원들이 토니와 마리아처럼 계단에 앉아서 노래하는 모습도 청순하였습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소제목인 “With Love”를 그대로 콘서트 제목으로 땄을 만큼 모든 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듯이 이번 콘서트의 노래들 역시 자연스럽게 우리 마음의 바다로 들어감을 봅니다.

‘계절은 시시 때때로 변하고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도 음악은 항상 당신과 나의 맘속에 있어 행복과 사랑을 전해주고 있다’는 첫 곡은 곡조와 분위기에서도 깊고 길게 흐르는 강물과 같은 노래였지요.

그리고 싱잉커플즈가 현악앙상블 피아노 타악기 엘렉톤과 함께 하나님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을 내려놓기를 원합니다. 이곳에서 떠나 저의 길을 가기를 원합니다......내 온 맘 다해 하나님을 섬기길 원합니다. 온 맘을 다해 내 사람들을 사랑하고 지키기를 원합니다.’라고 한 고백과 감사에 저도 청중들도 깊은 은혜를 받았습니다.

앵콜송 “사랑으로” 더 편안하고 행복한 저녁을 맞게 되었으며 단원들과 청중들이 함께 부른 “즐거운 우리 집” 으로 시종일관 미소가 끊이지 않던 콘서트의 막이 내렸습니다.

매 해 이 콘서트에 재정적으로 도움 주는 이윤영과 오늘 귀한 수정방으로 자리를 훈훈하게 해 준 성재 씨 에게 감사하며

매 해 참석하는 기백석 김희순 이홍중 친구들은 무지 반가웠습니다.

올해에도 군만두가 일품인 곳에서 굴짬뽕을 맛있게 먹게 되어 더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두서없는 후기를 기다리고 읽어 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2014 .11.25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