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와 남서울 cc 에서의 라운딩- 골프를 왜들 그렇게 좋아하나?

흔한 생각과 취미 2006. 10. 30. 10:03

나는 골프장에 이제 열 번 정도밖에 못 가본 사람이다.

스윙 레슨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4 년 12 월이었는데, 겨울에 비행도 하기 힘들고 인라인도 제대로 탈 수 없어 무슨 운동이라도 하긴 해야겠기에 시작한 것이 골프이다.

전 부터 친한 친구 광호와 종회 형이 그렇게 열심히 권유해 왔으나 여러가지 이유로 거절하다가 "겨울에 운동 쉬는 것"이 아깝고, 아내는 이미 골프를 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겨울 3 개월을 실려 가자" 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다.

마침 옆 건물에 실내 골프연습장이 있어서 하루 중 짬짬이시간이 나면 가서 강습을 받고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작 환경은 참 좋은 편이었다.

정말로 맘대로 되지 않는 운동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골프 같다.

처음엔 몰랐지만, 약 2주 정도 지나자 옆구리 가슴, 주로 갈비뼈가 있는 부위와 어깨, 손목, 손가락 등 여기저기 쑤시기 시작했다.

평소에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어 그렇게 아프단다.

힘을 빼는 운동이라고 하였지만 얼마나 힘을 주고 치게 되는지 잘 때엔 손가락이 다 저릴 정도이다.

나는 지금 골프 배우기를 시작한 사람들에겐 "힘을 빼라" 고 절대 하지 않는다.

힘을 빼는 동작은 이미 힘을 줬다는 뜻이니까, "힘을 주지 말고 쳐라" 라고 충고한다.

이렇게 억지춘향 식으로 하다가, 감기 몸살 걸려서 쉬기 시작하더니 서 너 달을 쉬게 되었다.

또, 다시 치려하니 코치가 딴 데로 가서 사장에게 배우길 약 3 개월 정도하다가 패러 지상연습하다가 기체가 나무에 걸려 그걸 내리러 올라갔다가 떨어져 가슴과 옆구리가 결려서 한 서 너 달을 또 쉬게 되었다.

배운 게 너무 아까워 다시 배우러 가니, 이번엔 주인이 바뀌어서 한 달 정도 밖에 못치고는 계속 쉬었다.

그러다가 2006 년 1 월에 고교친구 종훈이가 인도어 골프연습장을 인수했다 하여 2 월 부터 다시 치게 되었는데,

나는 코치가 여러 번 바뀐데다, 운동신경도 둔하고 나이 들어 시작한 관계로 엉망폼으로 귀결된 것이다.

종훈이 말로는 연습량의 절대부족으로 힘이 들어가서 어깨도 덜 돌아가고 헤드업을 하게 되는 것이니 무조건 연습량을 늘리라고 충고한다.

그러다가 지난 3 월, 이천 솔모루에서 있은 고교 월례 골프모임에서 머리를 얹게 이르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천 솔모루 네 번, 수원cc 한 번, 말레이지아 페낭에서 5 일, 이따금 1 2 3 를 갔다 온 것이 전부인데, 드디어 나의 골프 강권의 주범인 광호의 땜빵 요청으로 남서울 cc를 가게 되었으니 이제 딱 11 회 째의 골프인 셈이다.

그나마 지난 번 중동 월례회에서 넉넉한 카운트 덕분으로 98 타를 쳤으니, 겨우 백을 깬 상태였다.

남서울 cc 는 분당에서 판교 가는 길에 있어서 서울에서 아주 가까운 곳이다.

같이 라운딩한 광호의 친구 성 사장과 그의 친구인 김사장은 사업을 엄청나게 크게 벌린 사람들이란다.

한 사람을 남대문 쪽에 점포를 1700 개나 갖고 있고 그의 친구는 굉장히 큰 마켓을 경영하고 있다 하는데,보통 대형마켓에서 취급하는 물건의 숫자가 8,000 여 가지 정도되고, 간단한 24 시 편의점 같은데서 2,000 여 가지 품목에 이른다고 한다. 농수임업산물같은 1 차 생산물과 연필을 제외하고서도......

하여튼 큰 부자들이긴 한 모양이다.

이제 가을이 무르익고 있어 길 가의 벚나무 가로수들의 색깔과 골프장의 가을 정취가 참 차분하게 다가온다.

가을 냄새의 특유함과 함께...

여기엔 이제 가을이 시작된 것 같은데, 아직 인동꽃이 몇 송이 피었다.

그 인동에 벌새 한 마리가 날아와 꿀을 빨고 있길래 광호와 사람들에게 "저 게 벌새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 바로 벌새다. 꼭 호박벌 같이 생겼지만 실제론 새이다." 하니 사람들이 다 신기해 한다.

주둥이에 뾰죽한 침이 달린 갈색의 벌새, 투명한 날개의 떨리는 파동이 그대로 눈에 들어 와서 참 예뻤다.

광호의 말들...

* 골프는 20 년 친 사람이나 1 년 친 사람이나 비슷비슷하다. 제일 잘 친 타수가 자기 타수가 되지만,실제로아마츄어들은 8,90 대, 백 대를 오르내리는 것이 통례이다.

* 골프는 참으로 예민하기 짝이 없다. 잘 치다가도 옆에서 누군가가 '어? 라이가 좋네' 한 마디로 이상하게 치기도한다.

* 같이 골프 치면서 '연습도 안 했는데 잘 맞네' 하는 사람들이 제일 미움 받는 것 같다.

* 골프 치기 전 날에는 스윙 연습도 하지 말라, 당일에도 가볍게 몸만 푸는 게 좋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타 수 계산할 때 오비가 나면 친 자리에서 다시 쳐야 하니까 두 타에서 시작하므로 다음 샷에서 이미네 타 째이며 오비 티에서 치라고 해서 치는 것은 우리나라 만의 선의이다. 헤저드에서 공을 잃으면 두 벌타 추가,공을 찾으면 한 벌타가추가되는 것으로 계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계산하는 것이 자꾸 헷갈리므로 몇 번째의 온 그린인가를 계산하면 쉽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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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파 내기를 하였다. 돈 내기는 생전 처음인데 그냥 땜빵으로 온 사람이니 하자는대로 하였다.

티샷을 날려 좌로 몰린 사람들 한 팀, 우로 몰린 사람들이 한 팀으로 되어 이긴 팀에게 만 원씩 주기로 하는 내기이다.

나는 이 날, 티샷이 제대로 안 맞아, 극좌와 극우로 많이 갈리고, 아직도 중간 샷들이 불안정하고 퍼팅이 조절이 안되어 완전히 폭탄 노릇을 하였다. 나와 한 팀이 된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돈만 내기만 했다.

결국 난 8 만원을 잃었는데, 거의 돌려 받았고 만 원만 추가 하여 4 만원을 쓴 셈인데, 이게 바로 나의 캐디피가 되었다.

나중에 다 돌려 준다고 사전에 광호가 말하여서 돈 걱정은 하진 않았지만, 생 초보자로선 보다 잘 치기 위한 긴장감으로 몸과 어깨를 굳게 만들었음은 사실일 것이다.

또 스킨 게임을 많이 한다고 한다. 평소의 타수를 고려하여 잘 치는 사람은 많이 내고, 못 치는 사람은 조금 내 놓고 이기는 사람이 한 홀 당 만원 씩을 가져 가는 게임이라고 한다.

제일 많이 하는 내기는 홀 당 타수 차이를 봐서, 타 당 얼마씩 하기로 하여 즉석에서 계산해 주는 방식이란다.

나는 내기에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왕초보로서 내기라는 데서 생기는 신경으로 오히려 몸이 조금이라도 더 굳어 지기만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골프의 규칙과 예절을 익히기 위하여서는 내길 하여 스스로 자기 타수 계산도 하고 남의 계산도 실제로 해 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디가 정확하게 계산을 하겠지만, 캐디가 네 사람 치는 것을 한 타 한 타 다 쫓아다니면서 기록을 해 둘 수가 없기 때문에 플레이어의 양식과 정확성에 의지할 수 밖에 없으므로 정확한 플레이를 위해서는 내기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어제의 캐디는 참 어설퍼서, 광호가 채를 두고 오는 것도 못 챙기고, 광호의 샷을 보고는 '잘 치실 것 같은데 생각 보다는 못하시는 것 같다' (잘 안 되는 것 같다라는 뜻으로 생각이 되나...) 하여 광호의 기분을 아주 잡치게 잡치게 하였지만, 그 외의 일에도 많이 서툴러 다른 사람들의 꾸중을 가끔 먹었다. 내가 보기에도 필요한 채를 가져 오는 것이 너무 느리고 서툴러서 좀 의아해 하기도 하였다.

처음 인사할 때, 오늘 날짜가 일요일이면서 10.30 일로 되어 있는 일력을 보고서 고객의 물음에 잘못 대답하더니, 좀 치밀하지 못한 것 같다.

광호가 내게 물었다.

"골프가 뭐 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매력을 갖고서 자꾸 치려한다고 보느냐? 내 생각에는 '정복되지 않는 운동이라서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죽은 공, 멈추어진 공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 고

하기도 하더라. 너는 왜 사람들이 그렇게 골프를 자꾸 치려는 것 같냐?"

나는 잘 모르지만, "변수가 참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바둑 처럼 경우의 수가 너무나 많아서 그런 것 아닐까 한다" 선뜻 동의했다. "그렇기도 할거야."

내가 우스운 이야기를 하였다.

개의 배설물이 이미 "이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운동이 그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을 면했대.

원래는 "개똥" 이었어야 했단다.

광호가 듣고는 웃는다.

광호네 동네 어딘가에 와서 7,000 원 짜리 맛있는 갈비탕을 먹고 골프로 구성된 하루를 마감하였다.

<2006.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