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설을 쇤 후 한경이가 외갓집에 갔다 와서.
첫 날은 그냥덤덤하게 나를 따른다.
아마 며칠 못 보고 못 놀던 사이에 약간의 서먹함이 생기는 때문인가?
그러다가 하루 정도 지나면 그 후로는 전 처럼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이층에 손 잡고 두 계단씩 올라가서 이층 마루의 둥그런 조명등과 옥상의 불을 켜 놓고 내려 온다.
전에는 "전기를 아껴야 돼요" 하면 불을 끄기도 하였지만 요즈음엔이층의 밝은 불이 좋은지 끄지를 못하게 한다.
내려올 때는 나에게 몇 계단 먼저 내려가게 하고선탁탁탁탁 발을 구르다가 너 댓 계단씩 한꺼번에 점프하고는 그렇게 좋아한다.
이것을 셀 수 없이 하는 것이다.
아이의 뼈나 살은 어른보다 훨씬 덜 피로를 타는지 도무지 힘들어 하질 않으니 신기하기 짝이 없다.
오늘 집에 들어 갈 때 초인종을 눌렀다.
10 시 넘어서 들어갈 땐 열쇠로 대문을 열고들어가지만 8 시 이전에 들어갈 때는 한경이를 의식하여 꼭 벨을 누른다.
아내나 경석이 부부에게 듣자니 내가 집에 돌아 올 시간이 되면 바깥의 차 소리나 대문 벨소리가 들리면
"아부아" '하부아" 하면서 현관으로 달려 간다고 했기 때문이다.
오늘 현관을 열고 들어가지 몸에 달라 붙는 짙은 쥐색 티와 바지를 입은 한경이가 나를 보더니 발을 동동동동 구르면서 "아부아!" 하고 외치면서 뛰어 와 안긴다.
요새는"사랑해요!" 하면서 서로 얼싸안는다.
그러다가 "아부아 아부아 아부아 아부아!"를 연달아서 부르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왜 왜 왜 왜!" 하거나 "한경아 한경아 한경아 한경아!" 하고 대거리 해준다.
토마스기차와 그 친구 기관차들을 여러 방법으로 가지고 놀고,
불도저로 토마스를 밀거나 토마스로 불도저를 미는 놀이를 열심히 한다.
또 셀 수도 없이 2층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오랫만에 거꾸로 미끌어져서 내려 오며 논다.
외갓집에 갔다 오더니 걷는 것 보다는 더 많이 뛰는 것 같다.
저러다가 어디 부딪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할 정도로 부지런히 뛰어 다닌다.
그러면 뜻이 통하지 않는 말을 뭐라고 뭐라고해 대는 걸 보고선 곧 말문이 트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따부!" 를 자주 외칠 때가 있는데 "사탕줘" 소리 같다.
사탕을 찾느라고 안고서 높이 들어 달라고 하여 찬장의 윗 부분을 열어 보아도 사탕이 안 보이니 냉장고 쪽으로 가서 높이 들어달라고 해서 뒤에서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들어 올리니 사탕 하나를 쥐고서 내게 보여 준다.
엔네(할머니)와 엄마가 항상 깨 주었더니 깨어 달라고 하는 것 같아 반씩 깨 줬더니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침을 흘려 가며 빨아 먹는다.
어른들이 사진 찍는 것을 호기심을 갖고서 보더니 저도 찍겠다고 할 적이 가끔 있다.
사진기를 떨어뜨릴까 걱정을 하면서 가끔 주어 보는데 어른들의 흉내를 내서 찍어대기도 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보이면 여길 눌러요" 하고 몇 번 말해 줬더니 제법 그렇게 누르는데 어쩌다가 바로 찍히기도 한다.
찍고 나서 몇 번씩 보는 단추를 눌러 보였더니 기계적으로 눌러 보고는 신기해 한다.
그리고 다시 눌러서 모드를 바꾸어 찍기도 한다.
이번에외갓집에 갔다 와서는 무지무지 활발해졌다.
소리도 잘 지르고 잘 뛰어 다니고 먹기도 참 잘 먹는다.
<2010.3.9>
'팔불출이래도 좋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경이의 아침 (0) | 2010.03.20 |
---|---|
한경이가 제대로 든 카메라 각도와 토마스기관차와 친구들 (0) | 2010.03.14 |
돌 되기 전에 대부도에서 (0) | 2010.02.28 |
연신내에서 한경 (0) | 2010.02.28 |
한경의 목표 의식 (0) | 2010.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