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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꽃 벽지
5 년 여 만에 안방에 도배를 바꿨다.
지난 1 월에는 경석이네 방과 이층의 도배를 새로 하였는데, 경석이 신혼방은 분홍에 큰 꽃이 그려진 꽃벽지이다.
아내가 노란 바탕에 꽃이 있는 무늬라고 하여, 그냥 노란 빛이 연하고 작은 꽃들이 박혀 있는 평범한 벽지로 알았기에 괜찮을 것 같다, 당신 마음드는 대로 하라고 하였지만 이렇게 진하고, 가지와 꽃이 큰지는 미처 짐작도 못했다.
귀가하여 안방에 들어가서 턱 보니 아주 진노랑이 눈을 쏜다.
그리고 꽃 보다는 굵고 긴 가지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뜸 나온 것이 "에휴~"하는 한숨소리이다.
"이렇게 노란 것이었어?"
"왜 마음에 안 들어요? 천정은 그래도 당신 생각해서 그냥 흰 색으로 했기 때문에 괜찮지 않아요?"
"너무 노래서..그리고 꽃나무가 너무 커서..."
"몇 년 지나면 또 바꿀건데 뭐....." 하며 아내가 조심스러워 한다.
내가 마음에 안든다고 해서 돈을 턱 내놓으며 "새로 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것 하나로 아내와 싱갱이를 하여 온탕 냉탕 열탕을 오가며산전수전할 것도 아니고,
처음이니 눈에 설지 자주 보다 보면 마음에도 익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커튼을 바꾸고 나면 괜찮을 거라는 소리도 있고,
우리 장농의 꽃 무늬와 어울리지 않느냐는 위로도 있고,
남자야 원래집안 보다는 바깥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은 반면에 집에서 오래 있는 것은 여자이니까 "당신 맘에더 들어야지"
하면서 받아들였다.
벽의 상단에 걸어 놓은 "화기치상"을 되씹으면서 실천하기로 한 것이다.
이 글씨는 나의 은사께서 20 여 년 전에 개인전시회를 하실 때에 사둔 것인데, 오늘을 위해서 저 자리에 굳건하게 있었나 보다.
다행히 잠을 잘 자서 더 이상 어필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단지 "저 꽃이 무슨 꽃이지? 큰 송이로 핀 것은 모란이나 함박꽃 같은데, 벚꽃처럼 다섯갈래로 나뉜 작은 송이는 무슨 꽃이람?" 할 뿐이다.
<2008.5.5>
<Evgenia - Duo Flowers -L Delib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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