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 비행- 예봉산

기본카테고리 2007. 2. 5. 10:53

예봉산 착륙장에 도착하니 12 시가 다 되어 간다.

하늘여행 팀의 황부호 회장께 전화를 드리니 성낙윤 어르신과 대부도로 단 둘이 가신다고 하여 혼자 왔다.

베스트플라이와 서울파라는 문경에서 비행을 하고......

강변 날씨가 정말로 포근하기 이를 데 없어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고 한 켠에서는 모형 헬기를 날리고 있다.

천리안 항동 시삽을할 때 비행 담당 부삽을 열심히 하던사이버를 오랜만에 착륙장에서 만났는데, 전 보다 얼굴이 더 좋아 보인다.

참 정확한 비행을 하면서 팀 비행을 엄격히 하게 하는 사람이다.

팀원들이 하나 둘씩 결혼들을 하더니 비행을 접은 사람들이 많아서, 졸지에 본의 아니게 독립군이 되었으며 정광산에서 비행을 자주한다고 한다. 참으로 반가웠다.

이제 나이가 먹어서 그런가 표정이 훨씬 더 밝고 덜 냉소적으로보이는데, 꼭 외국영화 배우 존 말코비치 닮아서 전에 내가 그 이야기를 여러 번 했을 때에 자신도 수긍을 했었다.

참 반가웠다. 사람은 옛 사람이 더 정답다고 하더니......

3 주만에 또 예봉산 비행을 맞으니 이륙장에 올라 갈 일이 벌써부터 걱정인데, 사이버가 얼마나 올라가느냐고 물어 내 걸음으로 한 25-30 분 정도 걸리는 것 같고, 중간 중간에 로프가 매어져 있어 그런대로 올라갈만 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정말로, 난 힘이 들어서 산에 가고, 쉬기 위해서 걷는다. 여기 예봉산에서도 또 마찬가지다.

첨 부터 가파르게 횡단으로 시작하는 등산 길이 자못 힘이 든다. 지리산 종주 등산에서 처럼 기어 올라가다가 구비 전이나 능선에 도달하기 전에 쉬면서 올라갔다.

떡, 올라가서 기체를 내려 놓으니 온몸이 깃털이다. 온몸에 작용하던 모든 중력이 다 사라진 것 같다. 스트레칭을 오래 하면 그 부분이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허리가 없어지는 것처럼 기체를 내려 놓으니 몸 자체가 없어진 것 같다.

그래! 이 맛이야!

솔로로 비행하러 온 사람 하나가 세 번이나 이륙실패를 겪고, 또 한 사람이 한 번 이륙실패를 했다가 두 번째에는 성공하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나무를 스치듯이 떠 오른다. 약한 바람 탓에다 조작 미스이다.

러쎌에게 이륙장에서 보이는 왼쪽 마지막 능선과 그 너머의 능선 사이에서 놀라는 이야기를 다시 듣고, 어디에서 돌리면 좋을지 콜을 해달라고 부탁하고서 기체를 펴고 딱 섰다. 이륙장에서는 고수들도 늘 긴장하고, 그 긴장 맛에 비행을 한다고 하는 판이지만 나 같은 초보비행자는 늘 가슴이 뛴다.

산줄들이 엉키지 않았나를 살펴 보고서 전방으로 돌아서서 라이저를 끼우고, 다시 후방으로 돌아서 기체를 보고 섰다.

약한 바람이나마 불길래 라이저를 당겨서 기체를 세운다. 그런대로 똑바로 올라오는데 우측풍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약 80% 올라올 때 전방으로 돌아서서 오른쪽으로 힘차게 뛰면서 견제를 살짝하니 부웅 떠올라 앞의 나무를 살짝 넘어서 나가니 상승하기 시작하여 왼쪽으로 돌아서 왼쪽 능선쪽으로 방향을 잡아서 갔다.

눈 아래의 한강이 훤하게 보인다. 참 경치하나 끝내 주는구나라고 다시 한 번 감탄해 본다.

평창 활공장에서 보이는 구비구비 평창강보다 훨씬 크고 시원하다.

라이저를 놓고, 자리를 잘 잡아서 하네스에 편하게 앉는데, 자꾸 똑바로 앉게 되어 어깨끈을 너무 당겨 놓았나 싶었다.

콜을 기다렸으나 오지 않아 끝 능선에 도달하여 돌려 보기 시작했다. 두어번 돌리니 제법 잘 올라가서 조금 더 돌린 후릿지 비행을 하기 시작했다.

기체가 여러 대 떠 있었는데 다들 신나게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 담박에 느껴진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다가 끝 능선에서 8 자를 하느라고 사면 쪽으로 들어가는데 나무와의 거리가 너무 짧게 느껴져서 약간 당황스러워 진다. 이러다가 혹시 저 나무에 거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진행하지 않고 왼쪽으로 당기니 다행스럽게 바로 멀어진다.

사실 필은 전부터릿지를 할 때엔 깊게파고 들어가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하였는데 이런 경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 무섭다.

빠져 나오니 그런대로 고도 상승이 이어져 몇 번의 왕복을 하는 중에 어느 지점에서 어느 순간에 고도가 뚝 떨어진다. 한 번 더 갔다가 바로 빠져 나와서 한강 가운데를 보면서 날아갔다. 철탑을 지나서 몇 번 왕래 하다가 한강 가운데까지 나갔다가 들어 오니 착륙장 고도가 아직도 약간 높아 한 번 더 깎은 후에 착륙장에 들어가니 딱 맞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계속 진행을 하니 조금 짧아서 착륙장 직전에서 하네스에서 몸을 일으키고, 조종줄은 한 번 더 감은 후 1.5 미터 쯤 공중에서 차렷을 하여 두 다리로 착륙으로 끝냈다.

예봉산에서 완전 무콜 비행을 하게 된 것이다.

무콜 비행이라는 것이 뿌듯해졌다.

지난 주는 영하 9 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웠고 어제까지도 만만치 않았는데 오늘은 완전히 봄 날이다.

러쎌이와 사이버는 반소매 차림으로 다닌다.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는 안 맞는데, 풀린다는 예보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추는 것 같아서 속으로 웃었다.

이렇게 124 회 비행을 기록했다.

<2007.2.4>

<Ventures - Last Train To The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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