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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이의 요즈음...
한경이는 더 어릴 때부터 에미가 죽을 만들어 먹여 버릇해서 커서는 밥을 곧잘 먹는다.
어른처럼 하루에 세번을 제 밥 공기로 수북하게 먹는데,저 많은 밥을 다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결국 다 먹고 마는 것을 보고면 참 신통하다.
김을 좋아하여 김 쪼가리를 밥 숟가락에얹어 주면 밥 숟가락이 큰데도 잘 먹는 것을 보고는 식구들이 칭찬하고 신기해 한다.
또더 어릴 때부터 사과 딸기 포도 등을 잘 먹어 '과일대장' 이라고 이름 지어서 칭찬을 많이 하고 대견 하여 했다.
나는 한경이에게 마당을 잘 보여 주며 알아듣건 못 알아듣건 이것저것 말해 준다.
"와! 감나무에 빨간 감이 다닥다닥 달렸네~"
"우와~ 감나무에 감이 하나도 없네!"
"우와~ 앵두나무 잎이 떨어져 잔디를 쫘악 덮었네!"
"와~ 하늘 봐라~ 눈이 올 것 같이 잔뜩 흐렸네!"
"와~ 비 온다..."
"감나무 흔들리는 것 좀 봐...."
"소리가 똥을 여기저기 싸 놨네~"
"수도물이 살짝 얼었네?"
그러면 한경이는 숨을 코로 쭈욱 빨아들이면서 흐느끼듯이 "허어~~"하면서 맞장구 친다.
그렇게 한경이를 안고서가끔 마당을 내다 봐서 그런가 가끔 저 혼자서도 잘 내다 보는데 그 때엔 참 기특하기도 하고 큰 아이같기도 하다.
천정의 등이나 이층 마루의 등의 불빛이 휘황하면 특유의 "흐흐읍~" 하면서 감탄사를 내는 것이 참 귀엽다.
안방의 꽃 벽지에 그려진 나비 종류는 네 종류인데 아주 큰 나비, 중간 나비 두 종류, 옆으로 날아오르는 나비들인데 한경이는 나비라는 소리를 좋아해서인지 자꾸 짚어서 묻고 꽃에도 손가락질을 하며 내 대답을 들으려 한다.
요새는 "여왕 나비" "큰 나비" "작은 나비" "꽃으로 날아가는 나비"...이렇게 약간은 구체적으로 이야기 해 주고 있다.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 다양해지는 것 같다.
아내의 화장품이 유아 사진촬영 용 작은 의자 쿠션 틈에 빠지니 머리 빗는 빗으로 거기를 쑤셔서 찾더란다.
"할아버지 머리 좀 빗겨 주세요~" 하면 빗을 가져다가 빗겨 주기도 한다.
양말 서랍을 열어서 내 양말을 꺼내서 갖다 주고는 다시 닫기도 하며 스웨터 등의 내 옷이 빨래 바구니에만 있어도 '하부아'라고 불러서 할아버지 꺼임을 알린다.
물건을 가져오는 일, 도로 갖다가 놓은 일들을 정확히 알고 시키는대로 한다.
카메라를 들고 이것저것 눌러 보기 시작하여도 처음엔 카메라를 안 줬는데,
요새는 두 손을 한꺼번에 잘 사용하는 걸 보고 줘 보고선 샷터 누르는 걸 알으켜 줬더니 누르기도 한다.
그래서 카메라를수평으로 들고서창을 들여다 보게 하니 아주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샷터를 누른다.
그러면 플래시가 터지면서 17 개월 한경의 각도에 의한 사진이 찍히는데 그것을 재생해 주면 제법 눈여겨 본다.
요새 한경이의 재주가 부쩍 늘고 있는 느낌이다.
<2009.12.9>
< The children's waltz - Michael Hop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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