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내 삶의 질

기본카테고리 2011. 9. 4. 12:46

요사이 도통 재미가 없다.

아니 재미를 찾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쌓아 놓은 돈이 없어 은행 대출로 사업을 크게 벌인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그 점이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직원 40 여 명의 월급을 책임지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 억 들어가는 공사비, 건물 보증금, 기타 잡비 등과 2 개월 간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주로 은행 대출금으로 충당을 하다가 바닥이 보여 가니 그야말로 초조하기 짝이 없게 되면서 사는 재미를 모르게 된 것이다.

잠시 잠깐 놀아도 돈 걱정에 항상 뒤가 켕겨서 과연 이게 무슨 꼴인가 하는 생각이 가끔 머리에 들면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내가 괜히 일을 크게 벌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이게 다 욕심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야말로 작게 먹고 적게 싸는 것이 장땡인데 하는 생각이 미치면 늙으막에 별 짓 다한다고 자조하기도 한다.

그동안 업에 전념하지 않으면서 진 대출이 3-4 억 이었는데 이것을 갚을 길이 사실 막연했다.

아내는 집을정리해서 서울 교외의 아파트로 옮기면 괜찮을 것이라고 위로를 해 왔기 때문에 나 역시 돈을 쌓아가면서 사는 유형이 못 되어 그냥 저냥 살았다.

또 어디 가서든지 터 잡고 업을 열면 거미줄 치겠느냐, 애는 다 커서 책임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살아 온 것이다.

그러다가 내가 작년부터 일을 벌일 때 주위 사람들이 내게 "이제 정리하고 쉴 나이에 왜 이렇게 크게 벌이는가, 역시 당신은 참 대단하다!" 라고 할 때 내가 늘 한 말은,"나 혼자서는 도저히 먹고 살고,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없어서 그랬다." 라는 말이다.

혼자서 두 어 명을 먹여 살리면서 얻을 수 있는 내 몫과 40 명이 같이 협력하여 얻는 열매를 나눌 때 얻는 내 몫이 비슷하더라도 후자가 좀쉬우리라고 판단한 것인데 초창기의 고민꺼리가 너무 큰 것이다.

부천 오정동의 사업체를 운영해 보니 우리 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 같고 새로운 활로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화곡동에 그간 진행해 오던 사업체를 본격적으로 진행시킨 것인데, 이 덕에 내 삶의 질에 회의가 들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전에는 3천만원으로 충분하던 월 경비가 1억 5천이 넘고, 초기필요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압박이 대단하다는 것이고, 그 다음엔 무엇보다도 구성원이 많다 보니 신경 써서 해결해야 할 일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다양하고 돌발적인 때문이다.

이제 내일이면 세 달 째의 직원 급여가 나간다.

어찌 어찌, 여기저기서 빌려서 대충 충당을 하면 한 달 동안은 그런대로 편안하게 지날 것 같으니 매출 증대에 더 집중을 해야 한다.

이리 되다 보니 차라리 이럴 바에야 마음 편하게, 통 크게 생각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막말로 내가 40 명의 대식구를 먹여 살리는 게 아니다.

40 명이 나를 먹여 살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당분간은 그냥 먹고 사는 것으로 족하자고 생각하자.

40 명이 같이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생각하자.

마음 편한 것이 제일이다 라는 생각을 굳게 굳게 갖자.

우리 업이란 게 사고만 안 생기면 안전하지 않은가?

이렇게라도 마음 먹고 하루를 지내야지만 삶의 질을 회복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아니 살아 남을 수 있겠다.

"나는 40 명에게 급여를 주고, 40 명은 나를 먹여 살리고 있다!"

"나는 40 명에게 필요한 사람이고, 40 명은 나의 힘이다!"

<2011. 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