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엄마 살해 방치에 대한 기사[펌]

기본카테고리 2011. 11. 25. 09:42
전문가들 진단
“승자독식의 구조적 문제…‘교육열 높아 긍정적’ 착각”
주검 방치엔 “분노·애정 공존” “고통에 둔감” 엇갈려

고3 학생이 ‘전국 1등’을 강요해온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일등 지상주의와 성적 중심주의와 같은 교육 병리가 극단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24일 “이번 사건은 어머니가 자식을 자신의 ‘패자부활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서, 아이가 어머니와의 감정 공감 능력을 잃어 발생한 것”이라며 “전업주부를 중심으로 아이를 성공시켜야만 자신의 존재감을 찾을 수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은데, 이는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최상위권으로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성기선 가톨릭교수(교육학)도 “부모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욕망을 투사해 대리 충족하는 도구로 자식을 보면서도, ‘내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면서 왜곡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 다수 가정의 현실”이라며 “일등 지상주의와 경쟁 지상주의를 강조하는 사회 구조와 교육 현장의 병리 현상이 극에 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이번에 범행을 저지른 학생의 경우 성적이 상위권인데, 현실적으로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학생은 등수 하나를 올리기가 중위권보다 힘들기 때문에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한국 사회의 교육 관료와 일부 교사들은 교육을 사회공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면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지고 낙오자가 생기더라도 전체적인 교육열이 높으니 긍정적’이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며 “성적 하나로 인간을 규정하는 획일성이 학생들에게 삶의 전반을 점검할 기회와 행복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뺏고 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젠 사회공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교육병리적 관점으로 현상을 진단하고 치유에 관심을 쏟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을 저지른 지아무개(18)군이 8개월 동안 어머니의 주검을 집에 그대로 둔 채, 태연하게 생활해온 것을 두고는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양가감정’(같은 대상에 대해 완전히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갖는 것)으로 설명했다. 지군에게 어머니는 분노의 대상이자 애정의 대상이었다는 얘기다. 표 교수는 “야단치고 성적 압박을 가하는 어머니는 사라지게 하고 싶었지만, 동시에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던 어머니를 주검 상태라도 옆에 두고 함께 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군이 어머니에게서 학대를 당하다 보니 자신의 감성이나 다른 사람의 고통에 둔감한 아이로 키워진 게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물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뒤 사태를 수습할 수 없어 주검을 방치했을 가능성도 있다. 곽 교수는 “지군이 무감각한 성향일 수도 있지만, 나이가 어려서 수습할 능력이 없는데다 수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워 그냥 하루이틀 지내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사람의 심리는 굉징히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면 감각이 무뎌지기도 한다”며 “지군도 처음에는 겁이 났다가 나중에는 무감각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훈 김지훈 기자 nang@hani.co.kr

<2011.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