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산 전나무와 숲

기본카테고리 2008. 2. 8. 09:11

내가 홍은동으로 이사 온 것이 94 년이니 올해로 꼭 14 년 째이다.

우리 집은 별로 안 낡고, 오히려 새 집처럼 된 것 같은데 사람들은 늙었다.

담도 다시 쌓았고 벽에 돌도 붙이고 지붕도 다시 하고 안방과 마루의 창들도 다 통창으로 바꾸고 설비도 다시 한 결과 ,

새 집이 된 셈이다.

나무들도 크고 꽃 나무들도 많아져 오히려 우리 집은 더 젊어진 느낌이지만,

늙은 감나무만 천천히 사람들과 더불어 조금씩 더 늙어가는 것 같다.

14 년 전에 백련산에 오르면 약수터 뒷쪽 능선을 따라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전나무 숲이 있었다.

그 때에는 숲이 아니라 그냥 묘목 밭 수준이었을 정도로 나무들이 아주 작고 볼품이 없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훌쩍 커 버린듯 숲이 되어 버렸다.

내 키 보다 작았던 그 전나무들이, 듬성듬성 사이들이 넓었던 틈들이 빼곡히 채워진 것이다.

정말로 훌쩍 커 버린 것을 느끼게 된 것이다.





격세지감.

그야말로 세월의 간격을 확실하게 느끼게 한 전나무 숲이다.



나와 더불어 천천히 세월을 살아 온 정든 감나무이다.

오른쪽 둥치가 조금 허옇게 된 것은 집수리를 대대적으로 할 때 크레인 차가 동원되어 옮겨 갔다가 다시 오는 과정에서

밧줄에 마찰되어 벗겨진 자리이다.

나는 여름에 여기에다가 물을 흠뻑 준다.

<2008.2.8>

<Takaoka Kenji - 세월이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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