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이와 대화...

팔불출이래도 좋아~ 2010. 8. 19. 15:39

어제 밤 한경이가 나하고 열심히 놀다가 오줌을 가리지 못하고 바지에 쌌다.

에미가 와서 "한경이 오줌 쌌으니 그 바지 그냥 입고 있어!" 하니까, "잉~!~" 하면서 울듯이 싫다고 한다.

그래서 씻으러 화장실로 데리고 들어 가는 중에 이층에서 한결이 우는 소리가 나서 아내가 바톤을 이어 받았다.

한참 열심히 씻어 거의 끝나갈 무렵에 욕실에서 조손이 옥신각신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노이! 무노이! 무노이!"

그러나 아내는 그게 무슨 소린지 모른다.

"무노이? 무노이? 무노이가 뭐야?"

그래서 내가 일러 줬다.

"한경아, 물놀이?"

"응!"

따스한 물을 틀어서샤워로 몸이 뿌려 주고, 바닥에 받는 걸 보고 나왔다.

조금 있으니까 아내가 나와서 내게 속삭인다.

"한경이가 이상해요. 고개를 떨구고는 말 대꾸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만 해요. 삐졌나 봐요."

그래서 다시 욕실에 가 보니 과연 그러하다.

아마 에미가 바로 한결이를 돌보려고 이층에 올라가서 그런 것 같다.

열심히 달래고 간지럼 태우고 물장구 치기를 시켰더니 드디어 풀어져서 데리고 나왔다.

특히 동생을 본 아이라면 조금만 이상해도 달라진다.

한경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눈치가 빤하다.

며칠 전에 퇴근하여 집에 와서 전화를 받고 있는데 한경이가 마당에서부터 하부아를 찾는 소리가 났다.

집 안에 들어 와서도 하부아를 찾으면서 안겨 드는 것을 건성으로 대해 줬더니 바로 삐져서 오지를 않는다.

그렇게 해서 곧 이층에 올라 갔다.

한경이의 말을 가장 많이 알아 먹는 것은 역시 에미이고 항상 대화를 한다.

한경이는 어른들이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듣는다.

그 다음엔 당연히 나다.

어젠 이층 계단에서 던지면 반짝반짝 불이 들어 오는 공을 가지고 노는데 한경이가 "니가 가꾸 오께" 하는 여섯마디 음절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갖고 올께" 라는 소리다.

"가꾸와?" 하기도 한다.

요새는 명지전문대 운동장에 데려가서 토마스와 친구들을 갖고 놀기도 한다.

'놀이따' 소리는 잘 하는데 명지전문대 라는 다섯음절은 하기가 힘든가 보다.

뭐라고 뭐라고 웅웅대면서 여섯음절로 "며지저저무때" 라고 하길래 "명지전문대" 라고 확인하면 "응!" 한다.

전문대라는 세 음절은 그런대로 알아 듣기 쉽게 하는데 여섯글자는 무리다.

또렷하게 할 수 없는 음절은 네음절이건 다섯음절이건 여섯음절로 얼버무리듯이 말하는 것이 신기하다.

마당에 열린 참외가 궁금한지 가끔 참외를 보자고 한다.

어제도 참외를 보여줬더니 제법 노랗게 익었다.

수박도 모양만 생겼다.

내일쯤 한경이 보고 따라고 해야겠다.

<201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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