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잉커플스 30 주년 콘서트 후기-헨델의 메시아

그리고 뭔가... 2006. 1. 16. 13:26

< 저 구름 흘러가는곳 - 조수미>

싱잉커플스는 잘 아시다싶이 우리의 동무 윤종훈의 부부 합창단 입니다.

'부부 합창단' 이라고 하면 아마튜어 같지만전문 합창단이라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지휘자가 국립합창단 단장이셨고, 안양 관현악단 단장인 오세종 씨라는 것은 몇 년 갔다 온 사람은

다 기억할 것 입니다.

일본 공연 뿐만 아니라 일본 과의 합동 음악회를 몇 차례 가진 것으로 기억 합니다.

대단한 경력과 내공을 쌓은 합창단임을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내가 워낙 음악에는 문외한이라서 그냥 '보편적' 청중의 귀와 느낌에 의한 표현으로

후기를 쓸 수 밖에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나는 전 부터 도를 잘 닦습니다.

도를 닦는다는 의미는 익숙하지 않은 것, 지루한 것, 재미없는 것, 잘 모르는 것을 참고 끝까지

버티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스스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을 두고 나는 "도를 아십니까 대통령" 으로 부르지요.

대학원 교과 과정 중에 통계학 수업이 있습니다.

표준편차,변수, T-test, Anova 분석, 분포, 평균, 확률.....

몇 개의 단어만 들어도 얼마나 재미없는지 아실 것 입니다.

굳은 머리로 다 알 수는 없어 그냥 출석만 열심히 하는 과목이 바로 통계학 이지요.

그래서 도 닦는 기분과 수양하는 기분으로 두 시간을 채웁니다.

어쩌다가 잠이라도 오면 뭔가 크게 얻은 느낌이고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졌습니다만, 클래씩 연주회나 오페라 같은 역시 도 닦는 기회라고 생각하지요.

[1 부- 도 닦기]

메시아 1 부는 예수 탄생에 대한 예언과 구세주에 대한 열망을 담은 것 같습니다.

나는 아주 기분좋게 졸았습니다.

뭔가 크게 남긴 것 같다는 기분 좋음이 몸과 마음을 감싸더군요.

"음...잘 때웠군"

내가 도를 닦는 동안에 옆에 남일이는 아주 진지하게 빡세게 들은 것 같던데

남일이 누님, 이진환 내외, 헌호, 강희전 누님들은 아주 잘 즐긴 것 같습니다만,

나는 나의 "푸우" 소리에 스스로 놀라서깨었을 정도로도를 잘 닦은 거지요.

[2 부- 깨기]

2 부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할렐루야" 입니다.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 바로 기립하기 시작하더니 몇 사람 빼 놓고는 다 기립합니다.

남일에게 이 곡 연주 후의 관행을 들려 주고 일어나게 만들고는 경청 하였습니다.

역시 "할렐루야"는 할렐루야 입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에겐 헨델의 메시아 중의 할렐루야가 필수이며 이 메시아는 음악이이 모두 과제로

생각한다고 어설픈 귀동냥을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나는 이 할렐루야를 들은 왕인지 황제인지, 이 사람이 기립박수를 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였습니다.

즉, 긴 수양, 도 닦기를 끝낸 후의 환희나 지루함을 끝낸 경쾌함, 끝으로 치달아 가는 밝음

기쁨 익숙해 감, 아쉬움이나 성취감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나도 유감없이 긴 박수를 보냈으며, 앵콜을 부르짖었지만, 다 무지의 소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하...종훈아, 싱잉커플스에 대한 편안함과 애정의 소치로 알아 주라.

[3 부- 듣기와 느끼기]

할렐루야를 마친 뒤의 첫 곡이 귀에 남습니다.

부드러움과 달콤한 소프라노가 나의 귀와 마음을 조화 시킵니다.

"아름답다 사람으로 인하여 죽음 왔으니 사람으로 인하여 부활 왔도다" 라는 신앙고백의 부활 찬양이

가슴 깊숙히 와 닿더군요.

지휘자, 성악가, 피아노의 전신 악기, 관현악, 합창단 모두의 열심이 새삼 감명 깊더군요.

그 집중, 하나의 뜻으로 시작하여 하나로 끝나는 조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에필로그- 뒷 풀이]

순대집에서의 저녁 식사와 소주 몇 병은 이 날의 백미였습니다.

좃내밀이와 강화 촌놈 헌호 종훈이 간의 대화로 남일이 누님, 진환이 누님, 희전이 누님, 내 아내는

웃음이 끊어지지 않았지요.

이과 우대를 실천함에도 불구하고 학장님을 몰아 대는 남일이가 꽤 귀엽더군요.

오랜만에 만난 헌호는 기존의 해박한 지식에 직감 같은 것까지 더해 진 것 같더군요.

역시 종훈이는 약속과 의리의 사나임이 분명함을 느낍니다.

지난 번 반창회에서 "사랑 나눔 콘서트" 후원권을 사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고 표를 사 줍니다.

종훈아~ 정말 고맙다!

네 누님께도 더불어 감사한다.

네 덕분에 연말의 하루가 더 기다려지게 되었고 어제도 영육의 휴식을 만끽하였으니

합창단 여러분께도 안부 인사를 전해 드리길 부탁한다.

내년을 또 기약한다.

<2005.12 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