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체성과 한나라당(펌)

그리고 뭔가... 2006. 1. 12. 18:15

국가 정체성과 한나라당

유시춘(2006.1.12일 서프라이즈)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 모든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체포, 구속, 압수 수색 또는 심문을 받지 아니하며

○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 모든 국민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진다

○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

○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대한민국 헌법 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발췌했습니다.


국민의 위와같은 기본적 인권은 그 어떤 경우라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받을 수 없다라고 헌법은 또한 못박고 있습니다. 왜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공자의 문자속을 열거하느냐고요? 하도 기가 막혀서 그럽니다.


도둑이 윤리강의를 하고, 방귀뀐 놈이 성내고

냉수에 이 부러지고 마루밑 강아지가 웃을 일이

여드레 삶은 호박에 도래송곳 안들어 갈 말을 들으니

길로 가라고 아무리 가르쳐 주어도 멍석 말아쥐고 메로 가니 참말로 답답할 노릇입니다.


위에 열거한 헌법조항들은 한나라당이 요즘 넘 좋아하는 ‘국가정체성’을 명문화한 것들입니다.

가만히 잠시만 뒤를 한번 돌아봅시다.


박정희 독재와 전두환 살인 정권 때 권력은 어디서 나왔나여?

장충체육관에 모여서 김일성 때려죽이자는 고함이외에는 아무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없는, 소위 ‘통일주체국민회의대의원’들이 99% 거수해서 만들었지요.


그도 모자라서 국회의원 삼분지 일은 또 ‘유신정우회’라 해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지명했지용. 수많은 군인들 속에는 더러 양념으로 여성시인 모윤숙도 끼워넣고, 꽃을 위한 서시의 시인 김춘수같이 정갈한 이도 구색을 맞추었지요.


어때요? 위헌타령 좋아하는 한나라당이 봐도 이건 완존 위헌아닙니까.

긴급조치, 5공화국때 독재반대하고 민주주의 하라고 외치다가 일년에 사천여 명씩이나 감옥에 쳐박힌 이들 중에 구타 고문 안 당해 본 사람 있으면 나서보셔요. 데모하는 자식, 형제자매 둔 죄로 해고당하거나 붙잡혀 곤욕치른 사람이 수두룩합니다.


지금이사 민주노동당이 버젓이 의회에 진출했지만 그 때 노조만들려면 목숨 걸어야 했습니다. 백주대로에 테러당하기 예사이며, 심지어 어린 소녀들에게 똥물까지 뿌려대지 않았습니까?


문화 예술계는 어떤가요?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님을 독일에서 쥐도새도 모르게 붙잡아 와 간첩죄 뒤집어씌우고 정권 안보에 이용해 먹은 건 이제야 천하가 아는 사실이 되었지만 그 땐 숨도 제대로 못쉬고 꼼짝없이 당했지요. 윤이상님은 그 때 감옥에서 ‘아들아, 나는 결코 간첩이 아니다’라고 절규했습니다. 그런가하면 감옥에서 대작 ‘나비의 꿈’을 창조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 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했던 천상의 시인 천상병 역시 이때 당한 고문으로 정신이 오락가락하게 되었습니다. 열흘 물먹이고 잠안재우면 예수도 아마 팔레스타안 첩자가 될 겁니다.


수많은 예술가를 잡아족치고 아침이슬까지 금지곡으로 묶어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을 말살했던 집단이, 지금 어디서 그 잔명을 유지하고 있나요?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던 검사는 지금 어느 당적을 가지고 있습니까?


신성한 국방의무를 정권유지에 악용하면서 청순하고 여린 대학생들에게 동지를 밀고하게 하고 감시케 한 녹화사업 범죄집단의 협조자들은 지금 어디 있나요?


그 때 6명의 대학생이 병영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혁당 사건을 두고 증거가 있냐고 항변하는 박근혜대표는 아마도 고문을 광장에서 만인이 지켜보는데서 행하는 범죄로 알고 있는 모양입니다.


재단전입금 1%도 남짓한 사학들이 수시로 교육청에 손을 내밀면서도 신입생 배정을 거부하다가 여론에 쫒겨 급기야 배정거부를 철회한 건 그나마 다행입니다.


이렇게 길을 가르켜주면 길로 가면 좋으련만 우격다짐으로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을 재개한다니 참 기막힐 노릇입니다. 그들이 지금 위헌운운하는 건 적반하장을 넘어 당랑거철(사마귀 한마리가 수레를 막겠다 함)과 같은 우매한 짓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들이 솔직히 한나라당에는 비리사학의 주인이나 그와 유사한 이익집단이 많이 있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하는 수 없이 나선다고 말하면 그래고 봐주련만 뜬금없이 국가정체성을 수호하겠다고 난리를 피웁니다그려.


웬 국가정체성?


대한민국이, 국민이 정부선택권을 가진 주권자임을 짓밟은 바로 그 후예들이 누구를 향해 국가정체성을 지키겠다는 것인지 참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비리사학 꽁꽁 싸매주는 게 대한민국 정체성입니까?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 수업권을 볼모로 협박하는 게 정체성인가요?


또 우리 헌법 전문에는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불의와 폐습을 타파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하여’야 함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사학법 개정의 핵심은 투명경영에 그 목적이 있다. 대기업도 사외이사제를 두고 공정성 확보에 나서는 즈음에 사학이 그 무슨 특권을 요구하는가 말입니다.


이를 위헌이라 앙탈부리는 집단은 평소 무엇이라 주장했는가요?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녘 동포에게 쌀을 지원하는데도 퍼주기라 비난하지 않았던가요? 참으로 자신들의 밥그릇이외에는 송곳꽂을 자리 한 치 없이 그 인심이 사납고 야박하고 인색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들이 국가정체성을 운위하니 오히려 겁이 납니다.


이러다가 국가정체성이 그들 손아귀에 장악되어 수렁으로 시궁창으로 다시 굴러떨어지지나 않을지. 국민의 정부선택권을 되찾는데도 숱한 희생이 필요했는데 말입니다.


나는 정말 국가정체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그들 한나라당으로부터.

오히려 나는 그들이 수호하겠다는 국가정체성이 오물을 뒤집어쓰고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지는 모욕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물구나무 선 현실을 수긍하는 침묵이 두렵습니다. 아니, 그들을 준열히 질타하지 못하는 자신이 비겁해서 어디 숨어버리고 싶습니다.


한나라당, 다른 건 몰라도 사학법을 두고 국가정체성 운위하지 마시라.

삶은 돼지머리가 웃다가 입이 찢어질지 모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