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따르는 디자인 수도[펌]

기본카테고리 2010. 8. 4. 15:36

내가 살고 있는 홍은동의 집은 내가 삶의 질과 관련해서 늘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는 요소이다.

나의 앞 마당에서 사계절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내 어릴 적 고향의 자연을 생각나게 하면서 더욱 기분좋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모른다.

내 집에 오세훈 식 디자인 서울을 대입하면 어떤 그림이 될까?

노랗고 빨갛고 파란 각지거나 눈을 현란하게 하는 곡선을 넣은 담장...

잡풀들은 철저히 뽑아 없애고 갖가지 꽃들로 모양낸 화단을 만들까?

듬성듬성 보이는 흙엔 틈 한 뼘 허락하지 않고 잔디를 빼곡하게 심을까?

달개비나 명아주 반하 싹같은 것은 보이지 않도록 제초제를 칠까?

볼거리나 제공하는 디자인서울을 내 집 마당에 들여오는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선악과....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그렇게 만드느라고 수 조원의 빚을 지고 있는 서울특별시를 생각하면 저절로 답답해 온다.

나는 어설픈 우리 집 마당이 정말로 좋다.

빚가리를 위해서 집을 매물로 내 놓았는데, 아내는 9억에, 나는 10 억에 내 놓자고 했지만 공통적인 것은 팔고 싶은 생각이 아직 없다는 것이다.

165평 연희베버리힐즈 빌라와는 추호도 바꿀 생각이 없는 집이다.

뭐 바꾸자는 사람도 없지만....

한겨레신문에 디자인수도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삶의 질과 연관지은 기사가 있어 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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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수도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게 산업·실내 디자인 중심이라 정작 사람들의 삶과는 무관하게 흘러가고 있어요.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인데 말이예요.”

니얼 커크우드(58·사진) 하버드대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 교수가 지난 6개월 동안 서울에 머물며 바라본 ‘디자인 서울’에 대해 소회를 털어놨다. 그는 안식년을 맞아 지난 2월고려대 초청 석좌교수로 한국을 방문해 한 학기 동안 고려대에서 조경학과 건축학 등을 강의한 뒤 3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번 방한이 14번째일 정도로 그는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깊다.

지난 2일 고려대에서 만난 커크우드 교수는 한국의 계절과 자연에 대해서는 감탄을 연발하면서도,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서는 “공사 등으로 복잡하고, 유지비용이 많이 들며, 어설프게 겉모습만 서양 문화를 따라하는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자인 수도’ 사업에 대해 “사람이 살기 알맞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실내’가 아니라 ‘바깥 환경’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구호는 현실과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커크우드 교수는 “우리는 파리에서 멋지게 디자인 된 건물이 아니라 거리의 분위기를 감상하는 것”이라며 “도시를 만드는 건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바로 시민들이며, 이 때문에 거리와 공적인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시는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기 때문에 도시는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의 조각물에 머물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높은 건물과 여기저기서 계속되는 공사, 예술작품처럼과잉 디자인된 거리가 그 자체로 주인공이 아니라 배경이 되어 뒤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국가대표 광장’이라 거론되는광화문 광장을 두고도 “지나치게 디자인되고 장식된 이해할 수 없는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커크우드 교수는 또 “항상 사람을 중심에 두고 그들이 도시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관찰한 뒤 그들의 일상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도시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려면 ‘삶의 질’이 매우 중요하고, 이것이 서울 도시계획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는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자연환경에 대한 정비’로만 이해한 채 정치구호로만 사용하고 있다”며 “정말 필요한 건 사람들이 어떻게 도시에서 이동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밥을 먹고, 편안함을 느끼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삶의 질’은, 한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추진하면서 잃어버렸던 것입니다. 이제는 그런 삶의 질을 되찾는 방향으로 도시를 디자인 해서 잃어버린 것들을 꼭 되찾을 필요가 있습니다.”

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2010.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