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2(♬)

기본카테고리 2005. 4. 27. 11:44

<헨델- 오르간 협주곡 뻐꾸기 와 나이팅게일-allegro>

겨울의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 많다.

논 들 산 해변 공중이 텅 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울에 대해 쓸쓸함 삭막함 외로움 같은 것이 느껴지나 보다.

그러나 겨울이 저물어 가고 봄이 오는 세계를 보라.

때 되면 어김없이 저의 존재를 나타내는 것을 보라.

우리 집에선 모란 순이 제일 먼저 난다.

원추리 난초류의 싹들이 뾰족뾰족 돋는다.

올해엔 앵두 꽃이 좀 일찍 폈다.

라일락 장미 순이 나서 조금 자라고 라일락에 꽃 몽우리 달리면

철쭉에 꽃 몽울이 맺히며 이른 놈은 수줍게 피기 시작한다.

인동 덩굴의 순이 먼저 나면 그 다음은 능소화 순이다.

그러면 감나무에 순이 돋기 시작한다.

그리고 제일 나중에 순을 내는 것이 목백일홍이라는 배롱나무다.

목백일홍에 새 순 나기 시작하면 4월의 중순이 넘어 초여름 기운이 돈다.

올해엔 조팝이 유난히 좋다.

뭉쳐 있어 흩어지지 않는 하얀 안개가참 좋다.

난지시민공원의 조팝은 낮 뿐만 아니라 밤에도 빛난다.

그래서 정광산에서 조팝 몇 가지를 캐서 한 귀퉁이에 심었는데

내년엔 우리 마당에도 하얀 안개를 볼 수 있으리라 바래 본다.

애초에 이미 예약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자리가!

그냥 텅 빈 자리로 보였던,

아니 아무 생각이 머물지 않았던 그 자리들의

주인들이 자기 존재를 웅변하는 듯 하다.

시간

공간이 얽혀서 존재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마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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