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비행과 니코스카잔차키스(♬)

기본카테고리 2005. 4. 19. 17:40

<mantovani - Zorba's Dance>

하늘을 만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전합니다.

그대들은 그대들의 삶을 풍부 하게 하기 위해 여행을 하고 꿈을 꿉니다.

이번 지리산 여행에서 무엇을 확장시키고 오십니까?

지리산을 바라며 무엇을 꿈꾸십니까?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육체"가 여행을 통해 꿈을 심화시키고,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영혼"이 꿈을 통해 여행의 무대를 확대시킵니다.

그대들이 지리산을 여행하고 꿈을 꾸는 동안 나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수행 쪼가리들을 만났습니다.


그는 아토스 산에서 영혼 지상주의자 수도자와 육체 지상주의자 파계자를 만납니다.

수도자에게 한 마디 합니다.


"하느님 만나시거든 인간이 이렇게 죄악과 악마에 시달리는 것은 하느님 탓이라고

전해주세요. 하느님이 세상을 너무 아름답게 만든 탓이라고요."


그리고 스물이 안 되어 수도승이 되었다가 20 년 간 손바닥에 굳은 살이 박히도록

땅 바닥을 짚고 하느님을 뵙고자 기도 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 한

60 살 된 한 파계승의 얘길 듣습니다.


"한 여자를 우연히 알고 동침까지 하고 나자 하느님이 두 팔을 벌리고 내게

다가 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날이 밝아 오기 까지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전 날 까지만 해도 나는 기쁨을 모르는 인간, 기뻐 해서는 안 되는 인간 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자를 알게 되는 순간 나는 다른 인간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당신이 창조하신 아름답고 우아한 여자를 통하여 나를 잠시 나마

천국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그 후 40년 간 나는 죄 역시 하느님을 섬기는데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그 후 카잔차키스는 영혼과 육체의 이분법을 뛰어 넘는 더 긴 여정에 빠집니다.

그 과정에서 불교적인 결론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렇게 기도합니다.


" 1. 주여. '존재하는 건 당신과 나뿐' 이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2. 주여. '당신과 나는 하나' 라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3. 주여. '이 하나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이들을 축복하소서....."


" 1. 주님. 나는 당신의 손에 든 활입니다. 당겨 주소서.

2. 주님. 너무 세게 당기지는 마소서. 나는 약한지라 부러질지도 모릅니다.

3. 주님. 마음대로 하소서. 부러뜨리든 말든 뜻대로 하소서. "


편도나무에게 신이 무엇이냐고 묻자

편도나무는 대답 대신 꽃을 피워 버렸 답니다.


그의 소설에서 오딧세우스는 절규 합니다.

"네 고향 이타카에 집착 하지 마라. 너의 항해가 곧 너의 고향인 것을......"


조르바는 그에게 참으로 화끈한 가르침을 내립니다.


"확대경으로 보면 물 속에 벌레가 우글우글 합니다. 갈증을 참을 건가, 아니면


확대경을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는가? "


"그 많은 책 일랑은 다 쌓아 놓고 불을 싸 질러 버리시오. 그러면 인간이 될지?"


초라한 언어가 뱉어 놓는 온갖 시비를 삶 속으로 용해 시킵니다.

인식의 주체인 '나' ,

인식의 개체인 '세계'를 통합함 으로써

무수한 개념을 하나로 통합하려 합니다.


사업에 실패 하자 바닷가에서 중력에 저항이라도 하듯 벌떡 일어나

펄쩍 펄쩍 춤을 추던 그리스인 조르바!

그가 외칩니다.


"하느님, 작고하신 우리 사업을 보우 하소서. 오, 마침내 거덜났도다! "


이 장면이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안소니 퀸이 해변에서 춤을 추는

마지막 장면 이랍니다.


극장에서 우연히 만난 여인과 난생 처음의 하룻밤을 약속 하자 마자

온 몸에 돋는 피부병.


그 여자와의 잠자리를 포기 하자 마자 씻은 듯이 깨끗해 진 카잔차키스.......

의사는 "성자병" 이라고 진단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과 보이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

내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

영원히 모순 되는 반대 개념에서 하나의 진리를 도출 하려던 그에게

육체와 영혼은 둘이 아니라 하나였습니다.



" 나는 아무 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므로......."


정교회에 의해 작품들은 신성모독 이라 하여 파문 당하고,

아테네에 매장 마저 불허된 카잔차키스.......

그가 생전에 남긴 묘비명의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