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 교수의 사랑과 성애론[펌]

기본카테고리 2011. 4. 4. 16:26

“감옥에 갇혀있던 사라 다시 왔다, 또 가둘래?”

사랑 목적은 성욕해소…‘쾌락설’ 철저 옹호
표현자유·검열철폐 ‘모든 상상력에 권력을!’
“똥폼잡은 이상보다 쉽고 순수한 윤동주 좋아”

-쾌락주의를 지지하면서 사랑이라는감정 자체에는 부정적인데.

“나는 사랑을 극단적으로는 정신병으로 본다. 플라토닉 러브는 솔직하지 못하다. 프로이트를 빌려 말하면 핵심은 성욕이지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란 말보다 성애라는 말을 쓴다. 사랑은 굳이 말한다면 어머니에 대한 사랑, 조국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을 말할 때는 통하지만, 인간 남녀 사이에 사랑이란 말은 뭐랄까 간사스러운 말이다. 하하.”

-그래도 남녀가 만나 40~50년 사랑하며 함께 살기도 한다.

“내가 한 말이지만 이건 명언이야. ‘사랑해서 섹스하는 게 아니라 섹스해서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말은 추상적이야. 연대 애들도 들어보니까, 다 자보고 나서 살지 말지 결정한다는 쪽이더라.”

-하긴 요즘 젊은 세대는 성에 대해 훨씬 자유롭긴 하다. 프리섹스를 지지하나?

“준비중인 수필집에 이렇게 썼다. ‘부담 없이 즐기는 섹스 파트너가 좋다.’ 그게 원나잇스탠드잖아.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리고 빠이빠이. ‘그 어떤 집착과 소유욕으로부터 벗어난 섹스’ 그런 점에서라면 나는 프리섹스주의자야.”

-결혼은 왜 했고 이혼은 왜 했나?

“결혼은 좋아해서 했고 이혼은 궁합이 안 맞아서. 내가 그 뒤로 쓰는 말이 있어. ‘겉만 야한 여자한테 속지 말자’, 으하하.”

-요즘 사귀는 여성은?

“4년 전에 공을 들여 쫓아다닌 여자가 있었는데 결국 나이 땜에 안 됐어. 그놈의 나이. 2년 전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내가 동거하자고 했더니 싫다고 도망갔어. 38살 여자였는데 죽어도 안 된대. 그러더니 얼마 있다가 9살 연하 남자한테 시집가더라구. 그러니 내가 상대가 되겠어, 아홉살 연하, 허, 아홉살….”

-노후대책은 있나?

“진짜로 걱정된다. 책 내기도 어렵고, 연금도 없고…내 소망은 오직 한가지다. 어느날 갑자기 단번에 죽는 거.”

그는 서울 용산 동부이촌동의 한 빌라에서 아흔의 노모와 간병인과 함께 살고 있었다. 한눈으로도 섬약해 보였다. 부실한 듯한 치아 사이로 새나오는 쉰 목소리, 숱이 부족한 백발, 구부정한 허리… 거실에 진열된 2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의 젊은 마광수의 사진들은 자신감 넘치는 모더니스트의 전형이었다. 마릴린 먼로가 노마 진 시절에 찍은 빨간 비로드 위의 누드가 그 사이에서 아름답기보다는 애처로웠다.

아무리 근엄한 사회더라도 어쩌면 얼마간은 있어야 오히려 좋은 ‘유쾌한 이단아’로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빛내줄 수도 있었던 한 영혼에게 우리 사회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 만한 사람은 안다.

“남자는 비치 의자에 누워 여전히 계속 눈을 감고 있다. 남자는 백일몽의 환상에 빠져 들어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잠을 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꿈도 없는 잠, 그저 피곤하기만 한 잠, 재미없는 잠이다. 그가 살고 있는 나라, 그가 살고 있는 시대와도 같은 그런 죽어 있는 잠이다.”(<페티시 오르가즘>의 마지막 구절)


-한겨레신문 2011.4.4-

<201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