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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찾은 용산참사 농성 현장
2009 년을 참혹하게 연 용산참사가 뜻있는 국민들과 마음 여린 시민들을 울리더니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다.
노 대통령의봉하마을과 김 대통령의 쎄브란스에 문상을 다녀 왔지만 용산엔 아직 가 보질 못하여 올해가 가기 전에 꼭 용산 참사 현장을 꼭 들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엔 유달리 박 교수, 신 부회장의 죽음, 김영창의 죽음 등...안타까운 죽음이 많은 셈이다.
용산에 가 보기 위하여 여기저기 알아 보니 12월 마지막 일요일 오후 두시부터 다섯시까지 음악회를 연다는 공지가 잡혔다.
"년말에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불법음악회" 란다.
일요일 12시가 넘으니 눈발이 제법 날린다.
날씨 조짐을 보아하니 차를 가져가기엔 좀 불안하다.
예보보다는 많이 올 것 같고, 일요일이 되다 보니 서울시나 구청에서 발빠르게 움직여서 제설을 할 것이라는 자신을 못 하겠다.
국민을 섬기는 민주정부라면 모르지만, 국민을 다스리려는 권위주의적 정부에게 척척 알아서 국민편익을 챙길 것이라는 기대란희망사항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후 한 시가 조금 넘어서 택시를 잡아 타고 신용산역으로 가자고 하였다.
알기로는 신용산역 2 번 출구에서 1-2백 미터에 위치해 있단다.
택시 안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거기에 한 번 갔다 와야 내 맘이 좀 편할 것 같다고 기사에게 말하니,
관계자들의 가족이나 친지 되느냐고 묻길래 아무 연관없다고 대답했다.
이렇게현재의 내 심정을 놓고 보니 그야말로 소위 이야기하는 선행 자선 동정 참여 같은 것들이 정말로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임을 확실하게 깨닫는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누가 강도 만난 사람의 이웃이냐?" 라는 물음과,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니라" 라는 귀절을 되씹으면서 신용산역으로 가는 길은 가루 눈이 꽤나 높은 밀도로 온다.
신용산 2 번 출구로 나와 한강대교 방향으로 한참 걸어가니 전경 세 명이서 서 있는 게 보이길래,
"아..저기구나" 하면서 걸음을 재촉하면서 전경들을 유심히 보았다.
이 추위에, 눈보라 속에서 저렇게 서 있는 것을 보니 금강산 갔을 때도로가와 멀리의 방죽 같은데서 경비를 서던 북한 병사들이 생각났다.
쟤들을 왜골목 어귀마다 세워 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도 '시위 효과'를 주기 위한 것 같다.
어느 골목 입구에 이르니 실외용 대형 난로 몇 개를 피워 놓은 간이 천막 안에서 사람들이 서 있는 곳을 찾았다.
시간은 두 시가 약간 넘었지만 사람들은 몇 명 안 모였다.
어지러운 건물과 거푸집 울타리 벽에는 고인들의 사진 판박이와 각종 구호가 걸려 있는데,
"누가 우리의 이웃입니까" 라는 말씀도 걸려 있어서 신기했다.
10 여 분 지나니 사람들이 빠르게 모여들자 바로 음악회를 시작한다.
분위기는 무겁지도, 우울하지도 비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흥겹고 가벼웠다.
즐겁게 싸워 나가는 투쟁의 일상을 보는 듯 했다.
어쩌다가 끼어든 나 같은 사람이나 비분강개할 것이다.
눈이 계속 내려서 천막 위에 쌓이고 녹아서 천막 경계에는 물이 주르르 떨어진다.
발이 시려워서 발을 박자 맞추듯이 구르고 발로 박수를 치니 그 때마다 잠깐씩 덜 시렵다.
간이의자에 스티로폼 간이방석을 깔고 도리우찌를 엉덩이 밑에 까니 그런대로 추위를 이길만 하다.
아니 음악회의 열기와 흥겨움이 추위를 잊게 한다.
음악회가 진행되고 사람들이 점점 더 많이 모여드는 것을 보면서 "용산참사 문제" 는이 사건을 가슴 아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 이기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찰 검찰 법원 정권 한나라당 수구신문 수구단체들이 내세우는 '법치주의' 논리는 이념적이고 이성적이지만, 강자의 자의적인 잣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힘의 한계가 뚜렷하다.
그러나 여기에 모여서 노래하고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은 본성, 감정, 비분에 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의 끝이 없는 염원이 지속되면서 이성으로 위장된 탐욕과 야만을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잠실에서 알피네 사람들과 저녁을 먹기로 하였기에 네 시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나서 보니 큰 길 인도 부근까지 사람이 꽉 찼다.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하니 불과 몇 미터 사이를 두고 평범한 일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세탁소 목욕탕 수퍼 횟집 삼겹살 집 중대부속병원......
레아 까페와 남일당 빈소를 찾아 인사하고선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잠실로가기 위해 전철역으로 들어갔다.
<20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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