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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의 해맞이와 하루
서해안이라고 해가 안 뜨랴
서울이라고 해서 해 뜨는 모습이 찌질하랴.
작년에는 상암동 하늘공원 아래 강변북로와 자유로로 진입하기 전에 위치한야경 사진 촬영 명소에서
이미 떠 오른 해만 봤던 아쉬움이 있어서 올해엔 아예 일찍부터 길을 나서기로 결심을 하였다.
으례 양력 새해 초의 새벽에는 강추위가 닥칠 때가 많았는데한강이 어는 추위가2 주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올해에는 유달리 그렇다.
재작년엔 경석이와 백련산에서 새 해맞이를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생각하다 동해의 해돋이 구경은 워낙 멀어서 길에서 겪는 짜증이 미리 두려워 아예 한산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영종도 거잠포로 정한 것이다.
어제의 약속대로 1월 1일 새벽 다섯 시 반에 우리집에 기선이 화룡이 내외가 와서 아내의 소렌토로 여섯 명이
영종도로 출발했다.
오랜만에 세 가족이 한 차로 새벽부터 여행을 하자니 여자들은 벌써부터 들떠 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졸업 전까지 나의 지휘 인솔 하에 참 여러 곳을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는데 심지어는
상윤이가 돌도 안 된 신생아 일 때 안산의 수암봉 밑에 까지 데리고 갔던 것은 두고두고의 추억이다.
그러나어릴 때부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어릴 적부터 많은 곳과 많은 것을 보여 주면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이될 것이라는 어른들의 기대와는 달리어른이 된 애들에게 물어 보면 어른들이
실망할 정도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별로 많지 않음을 알게 됨을 이야기 하게 되었다.
차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들 서운해 하다가 결국 부모들이 스스로 즐거워서 데리고 다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내가 서둘러서 많은 곳을 같이 가게 되었음을 추억하고 같이 흐뭇해 하였다.
거잠포에 6시 40분쯤 도착하니 이미 많은 차량들이 해안이 보이는 도로 옆에 주차해 있었다.
시간이 많이 일러서 바지락 칼국수와 조개구이를 하는 식당에 자리를 잡고 칼국수를 시키면서
소주를 한 두 잔씩 마시면서 지나간 이야기들을 나누노라니 참으로 정겨웠다.
식당주인에게 해가 떠오르는 방향을 물어서 7시 30 분이 넘어서 해안으로 나와서 기다렸다.
독도에서 해가 뜨는 시각이 7시 37 분, 서울은 7시 47 분이라고 하니 서울에서 가까운 여기도 그쯤 되리라 생각하고 있는데,
7시 50분이 되어도 안 떠오른다.
동이 틀 때 벌개 오는 먼동도 약한 것이 혹시 돋는 것을 못 보진 않을까 조바심도 해보다가 "아하, 서울보다는 여기가
더 서쪽이니까 조금 더 늦겠구나" 하는 순간....
머얼리서 실눈 같은 빨간 선이 보인다.
그 선은 깎은 손톱으로 자라더니 반달 무늬 손톱으로...반달 보다 조금 커지더니 순식 간에 바다 위로
둥그런 모양을 드러낸다.
이 땅에서 하나님의 공의가 강물같이 흐르기를,
힘 없고 가난하고 외롭고 헐벗어서 고통받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어머니와 장모님의 건강,
모든 형제 자녀 한경이의 건강과 축복을,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평안을 위하여 기도해 본다.
서해는 일몰의 해가 크고, 동해는 일출의 해가 크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다.
몇 년 전 당진 왜목마을 갔을 때 새삼 알게 된 것......
동해의 해돋이는 이글이글 타오르며 바닷물을 끓이듯이 불끈 솟았던 기억이 나는데,
서해안의 해돋이는 아주 조신하고 얌전하다.
날씨는 추웠지만 지금까지의 해맞이 중 가장 편안하고 덜 춥게 맞았다.
빨갛게떠서 따스하게 빛을 뿌리는 해를 두고 많은 사진을 남겼다.
사진을 다 찍고 도로 위로 올라 오니 많은 차량들이 되돌아 나가기 위하여 긴 줄을 만들어 주차장이 되었다.
그래서 내가 무의도로 건너 가서 구경하고 가자고 하여 우리는 반대 방향으로 차 머리를 돌렸지만
워낙 나가는 차들이 밀려서 꼼짝을 않는다.
어떤 차에서 여행 가방 카트를 끌고 있는 몇 몇 사람들이 부랴부랴 바쁘게 뛰어 간다.
아마 이렇게 차가 밀려서는비행기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서 그랬으리라.
간신히 거잠포에서 연육교를 거쳐 잠진포구 선착장에 와서 카페리를 탔다.
차 한 대와 운전수가 21000원, 사람은 일 인 당 3000원이다. 물론 왕복.
배의 꼭대기 여객실에 올라가서 사진 몇 장 찍었는데 어느새 배는 무의도 선착장에 다 갔다.
선착장에서 무의도 까지는 그저 배 머리가 한 바퀴 정도 선회하는 거리밖에 안 되는 것 같아 모두 실소를 터트린다.
무의도엔 영화 실미도 촬영지 해변, 하나개 해수욕장, 국사봉, 호룡곡산 등 바깥 사람들이 잘 가는 곳이 몇 군데 있다.
특히 하나개 해수욕장엔 하얀 피아노 모형이 마당에 자리한 예쁜 집 세트장이 있는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몇 년 전에 오남매가 여기 놀러 와서 입장료를 달라고 하기에 무슨 명목으로 입장료를 징수하는지에 대해
대판 싸운 적이 있음을 추억해 내고는 모두 웃었다.
그래서 돈 내고 들어가는 하나개 해수욕장과 실미도 촬영지엔 아예들어가지를 않고 여기 온 김에 국사봉을 올랐다.
여자들은 차 안에서 기다리고......
실미도촬영지 부근의 등산로 입구에서 어렵지 않은 길을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능선을 밟으니 사방이 바다다.
서해는 낮은 산에 올라가도 바다를 시원하게 볼 수 있어서 좋다.
약 한 시간 여의 국사봉걷기를 마치고 무의도를 빠져 나왔다.
다들 배가 고프다고 하여점심을 먹고는 애초의 내 의중대로 용궁사를 들리기로 하였다.
용궁사는 원효대사가 지은 절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 보다는 천 년을 산 느티나무가 두 그루가있어서 할아버지 느티나무, 할머니느티나무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등산로 입구에서 육각정을 거쳐 용궁사로 가는 길은 참 호젓한 오솔길이다.
잔설이사면에 얕게 깔려 있는 것을 보며 걷는 눈 길이 무척 예뻤다.
용궁사에 도착하니 듣던 바대로 느티나무 두 그루가 범상치 않다.
천 년의 시간을 묵어 온 생명체...
저 나무는 어떤 기억을 갖고 있을까...
속이 비어서 우레탄 같은 것으로 채워 보호 받을 수 밖에 없는 몸으로 겪어 온 세월이란 어떤 것일까?
나이 먹을수록 오래된 나무, 오래된 절 같은 것에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람의 수명은 길어야 100 세이지만, 나무 나이로 보면 그게 1000 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실없는 생각도 해 본다.
2010 년 새해 첫 날을 이렇게 열었다.
요란하지도, 조용하지도, 바쁘지도, 한가하지도 않게......
내가 사람들에게 가끔 말하는 것처럼 추억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는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20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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