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황강댐 방류 사태를 보고

기본카테고리 2009. 9. 7. 11:02

북한의 예고 없는 황강댐 방류 사건이 던지는 의미는 참으로 크다.

남북 간의 긴밀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사건이다.

전쟁이나 전투를 공식적으로 선포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시작하는 쪽의 명분을 세우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행해지겠지만, 예고없는 전쟁은 결국 침략행위라는 오명을 쓰고 두고두고 심판을 받게 마련일 것이다.

6.25 동란처럼...

평상 시에 우호적인 협력관계가 진행되어 왔다면, 북에서는 이번처럼 무단으로, 기습적으로 댐 수문을 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예고없는 다량방류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사람의 삶과 평화는 '국민' 이건, '인민' 이건 언제 어디서든지 존중받아야만문명사회랄 수 있지 않겠나?

북에서도 남쪽을비난할 때 '인도주의'를 내세워 왔지 않았는가?

방류로 인하여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지 않는 그 무신경 무관심 무배려는 어떻게 보면 반민족적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의도는 그렇지 않았다 할지라도결과는 그렇게 되어 버렸다.

남쪽의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북에서 사전에 통보를 하지 않으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그대로 입어야 할 정도로 우리의 능력은 빵점이란 말인가?

북에 대한 분노 이상으로 우리 당국에 진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우린 북이 얼마나 '인도주의를 앞세우는 정권'으로 믿고 있었기에 우리가 예측치 못하는 사태 발생에 대한 방비 시스템이 이렇게 고장나 있는 건가?

북이 보여 왔던 비상식,무리, 야만성, 억지스럼에 우린 오랜동안 익숙해 왔으면서도 그저 태평하게, 북쪽의 모든 시스템이 잘 돌아갈 것처럼 북을 철썩같이 믿어 온 것인가?

단순히 수자원공사의 경계 경보 시스템의 무작동이 책임의 전부인가?

훈련 중이던 육군은 관할이 아니라서 나름의 훈련과 대피에만 충실했으면 다인가, 전차가 물에 잠긴 것에 대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 것인가?

집권 여당이라는 당은 이번 사태가 나자 마자 "북의 도발"을 규탄부터 하고 나섰는데 정말로 국가통치를 담당할 수 있을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 건지 자못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북에 대한 불신은 이 정권의 정책적 토대 아닌가?

북이 모든 것을 사전에 예고하고 진행하여 우리가 대비할 수 있게 하리라고 생각한 것은 믿음인가? 미신인가? 희망사항인가?

경험인가?

나는 이번 사건도 이명박 정부의 영혼없는 관료주의, 권위의식, 민간인 경시, 인권 무시가 일반화된 사안 중의 하나라고 본다.

관료나 기관의 담당자들이 갖고 있는 일의 '우선 순위'를 알아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 아닌가 한다.

복수 기관들의 상호 연계 협조 협의가 없는 알알이 흩어진각개 주의와 보신에 입각한 직무태만이 빚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국민 권력을 우습게 보는 일종의 '레임덕' 현상이라고 생각든다.

구멍난 국가 재난 경보 시스템에 의해 희생된 분들의 명복만을 빌고, 각종 국가 재난 대비 시스템이 복원되기 만을 빌뿐이다.

다음은 한겨레신문의 보도 내용이다.

북한의 갑작스런 댐 방류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 ‘임진강 실종 사고’의 책임에 우리 당국의 늑장 대응도 한몫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연천군청은 이미 임진강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홍수를 막기 위해 수자원공사가 설치한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은 사고 당시 ‘먹통’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육군은 이날 새벽 3시께 임진강의 이상 징후를 알았으나,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자원공사는 통제국 1곳과 삼곳·임진·단풍·북삼리 등 임진강 주변 4개 리에 경보국을 설치해 운영중이다.

또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 수위가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자동으로 안내방송을 하는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이 시스템은 필승교 수위가 3m를 초과하면 경계 경보, 5m를 넘으면 대피 경보, 7m를 넘으면 중대피 경보를 자동으로 안내방송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이날 무인자동경보시스템은 필승교 수위가 3m를 넘어선 지 4시간이 지난 아침 7시에야 작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야영객 5명이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 더는 구조를 기다리지 못하고 스스로 헤엄쳐 나오려다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지 1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다.

4시간 만에 임진강 수위가 배나 늘어났는데도 아무런 경계방송이 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날 수자원공사는 “원인을 조사중”이라고만 밝혔다.

연천군의 책임도 도마에 올랐다. 연천군은 임진강 주변에 안내방송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나 안내방송은 임진강 수위가 이미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연천군청에는 필승교 수위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폐쇄회로텔레비전까지 설치돼 있으나 사고가 접수될 때까지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것이다.

한편 이 일대에서 훈련을 하다 전차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본 육군은 “하수면과 홍수 통제 기본은 국토부 관할이고 실제 강 수위는 국토부에서 판단한다”며 “초병이 이날 새벽 3시께 이를 보고해서 대응했지만 민간인 대피는 군 통제권이 없어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황강댐은?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약 42.3㎞ 떨어진 임진강 본류에 있다.

발전과 용수 공급 등을 위해 2002년 착공됐으며, 2007년께 완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높이 34m, 길이 880m에 저수량은 임진강 유역의 또다른 북쪽 댐인 ‘4월5일댐’(3500만t 규모)의 10배에 가까운 3억~4억t 규모로 알려졌다.

우리 팔당댐의 약 1.5배 규모다.

<200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