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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천 절벽 경치와 자연형 조성 공사
내가 서대문구 홍은동으로 이사 오고 나서 홍제천을 걸을 때마다 감탄하는 것이 홍제천의 아름다움이다.
북한산에서 정릉천을 거쳐 세검정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홍제천,
북한산에서 구파발을 거쳐구기동 불광동을 지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것이 불광천 같은데,
이곳 홍제천은 동신병원 뒷쪽에 두어뼘 정도개울 옆에 아직 절벽이 남아 있어 조선 시대에 얼마나 수려하였을까를 엿보게 한다.
여기는 지금 분리하수도 처리를 한 이후에 보통 때엔 마른 개울이지만 비가 오면 제법 맑은 물이 흐르고 물소리가 제법 듣기 좋다.
특히 장마철에 비가 많이 오면 개울을 가득 채우고 물이 흘러가고 심지어는 둔치로 넘치기도 한다.
바로 위의 사진은 어제 잡은 홍제천 절벽의 잔재이다.
아직도 옛 아름다움이 남아 있어고기잡아 천렵 끓여 먹고, 시원한 나무 그늘이나 정자에서 시를 읊조리거나 바둑 장기를 두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러나 요새 공사가 한창이다.
그동안 자연을 방치하더니, 조금 인공적으로 말끔하게 정비하다가 이제는 대대적으로 다시 자연형으로 만들겠다는 공사이다.
참으로 아이러닠하다.
자연을 기껏 파괴해 놓고는 자연스럽게 만들자는 인공의 역사를 일으키겠다니.....
요새 "홍제천 자연형 하천 조성공사 및 물길열기 계획 안내"라고 쓴 현수막을 걸어 놓고 공사가 열심히 진행 중이다.
현수막 아래에 허연 빛깔의 바위들을 이미 박아 넣은 것이 보인다.
그 옆의 절벽 바위의 빛깔과는 바로 한 눈에 대비가 되고 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가야 빛깔이 서로 닮을까?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저 돌들은 어디서 가져 온 것일까?
그야말로 굴러 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홍제천 주변의 오래된 돌과 바위들을 다 파내 버리고 그 자리에 저 것을 대신 심겠다는 것인데, 그 일을 하는 포크레인이 상당히 부지런해 보인다.
자연으로 돌아가자, 자연하천으로 만들자는 주장에서 빠진 것이 있는데 가장 기본인 그 "자연"의 정체가 그것이다.
청계천 아류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데,
현재의 역사는 현재인이 쓰는 것으로 알고, 그냥 새로운 역사, 새로운 자연을 만들자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슴 한 켠이 무거워지고 정신이 얇아 지는 것 같은 마음은 또 어쩔 수 없다.
<2008.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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