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 새 순

기본카테고리 2008. 4. 15. 17:40


이 집에 1994 년에 이사를왔으니어느덧 15 년이 되었다.

집주인이 자기가 직접 1974 년에 지어서 동네 사람들을 불러서 자신이 무척이나 신경을 써서 잘 지었다고 자랑했다더니 이 집은 정말 탄탄하게 잘 지은 집이다.

그 때에 작은 나무를 심었을테니 40 여 년 가까이 먹은 셈이다.

기초가 잘 되어 있고 벽이 엄청 두껍고 당시에는 제법 고급의 외장재를 썼다더니 지금도 말짱하다.

그러나 그 주인은 우리가 계약을 하기 위해 만나 봤을 때 중풍으로 자리 보전을 하고 있었으며 아들들이 그 많던 아버지 재산을 사업에 쏟아 넣었다가 실패를 했다고 했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이 아무리 계획과 공사를 튼튼히 하여 자기만족을 크게 누리고 살아도 지나 보면 좀 허무해진다.

늘 맞는 새해에다 봄이지만 그 때마다 느낌은 매해 새로우나 지나고 보면 다 잊어 버린다.

오래된 일기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흐뭇할까를 문득문득 생각하고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남기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오래 살아서 자기 주변의 사람들 다 없어지면 누구하고 지낼 것이며, 얼마나 재미가 있을까를 생각하기도 하면서

늙을 때를 미리 걱정하지 않고 살아가자고 늘 다짐한다.

작년에 난 가지에 예쁜 연두빛 순이 돋았다.

저 감나무.

3 년 전에 집수리를 할 때 50만원을 들여서 크레인으로 옮겨 심었다가 다시 심은 나무인데 처음의 방향과 약간 다르지만

그냥 잊고 지낸다.

과일나무들은 영양상태가 안 좋으면 종족을 보존하고 퍼뜨리는데에 열중한다더니 이 나무도 처음엔 씨가 열여섯 개 이상이 되었지만, 근년에 와서는 여덟 개 밖에 안 되기도 하니 참신기한 노릇이다.

홍시가 이렇게 물이 많고단 감나무는 아직까지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감나무인데 올해엔 거름을 좀 더 많이 하려고 한다.

사람은 집과 더불어,

주위 사물과 더불어 늙어가면서,

늘떠나고,

늘 남고,

늘 새로 태어난다.

<2008.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