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시] 어느 한 페이지를 접으며 듣는 노래

기본카테고리 2008. 4. 9. 08:01

참으로

봄이

도적같이 왔다

언제 겨울이었는지

여름이었는지도 가물가물한데

와 버린 느낌이다.

그 봄에

나도 저절로

실려서오다

요사이

한가함에

익숙해지려 한다

지루함에

편해지고 싶다

아무 것도 안 하고도

행복을 느끼고 싶다

그저

정치

명예

다툼이

끼어들지 않는

경지 아는

그냥

아는

사람들이 고마웁다

가끔 보아도

아니

보고 싶은

사람들이 편해서

좋다

<2008. 3월 말에>


태국에 갔다가 집에 오니 망울로 있던 앵두가 꽃이 피었다.

아직도 망울인 채로 있는 놈도 있어 활짝 핀 느낌이 덜하지만,

봄이 도적같이 온 것을 알리는 예 중의 하나이다.

<2008.4.9>

산 하

1. 겨울 가고 봄이 오면 아지랑이 피어 오르고
길게 누운 이 산하는 여윈 몸을 뒤척이네
피고 지는 네 얼굴의 터질듯한 그 입술에
굵은 비가 몰아치면 혼자 외로이
끝도 없는 긴 긴 밤을 살아가는 나의 산하

2. 하얀 고개 검은 고개 울고 넘는 아리랑 고개
눈물타령 웃음타령 휘어감는 사랑 노래
피고 지는 네 얼굴의 터질듯한 그 입술에
굵은 비가 몰아치면 혼자 외로이
끝도 없는 긴 긴 밤을 살아가는 나의 산하
...............................................................................

봄산이나 겨울산을 종주할 때 이 노래를 부르곤 한다
정말로 "여윈 몸"으로 느껴질 때가 많은 우리의 산하...

말라 보이지만 깡깡한 우리 조선의 산하......
눈 퍼런 기상 아래 담긴 따뜻한 정을 느끼게 하는 나의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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