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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년 신년 비행-예봉산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고, 식구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쩌다가 두어 주가 지나면 금새 한 달이 지나고, 서 너달 거르는 건 금방이다.
비행을 한 두 주 거르고,딴 데 더 신경쓰고,겁도 나고, 멀리서 따라가서 합류하는 것도 어색하고 내키지 않게 되니, 한 바퀴 다시 거르게 되면나태비행이 일상처럼 되고 만다.
그러나 비행은 참 좋은 것이여~ 가 맞다.
비행자들 중에서 내가 어쩜 욕심이 제일 많은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가족들과도 시간 잘 내고, 비행을 하려 하니 참으로 욕심꾸러기 임이 사실이다.
그래도 이것을 욕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잘 받아들여 준 서울파라 식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자기 스스로 비행"의 경지에도 영 못 오르고, 특별히 노력을 아니 하지 않으면서 즐기기만 하는 나를 내치지 않으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러던 내가 몇 달을 쉬어 새해로 들어서서 이제야 신년비행을 하게 된 것이다.
바로 러셀이 회장으로 있는 하늘산 팀의 예봉산에서......
하늘산에는 나를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회원들도 상당히 편하게 대해 주어서 아주 편안했다.
이름도 예쁜 예봉산은 한강을 격하여 검단산을 마주 보고, 운길산과 이어진 완만한 산인데 청평 쪽에서 길게 내려오는 북한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경치를 제일아름답게 볼 수 있는 수종사를 품고 있는 운길산과 이어져 있다.
몇 년 전에 알피네와 같이 산행하던 일이 떠 오른다.
늦가을에 바람이 많이 불어 수북하게 몰려서 쌓인 나뭇잎들을 이불삼아 덮고 시체놀이도 하고 놀았는데 벌써 꿈만 같다.
내가 수술하고 나서 처음 간 산이 예봉산이었는데, 심장수술의 위력을 새삼 확인한 날이다.
그 때에는 산 이쪽에서 올라갔는데, 이제는 수종사 옆으로 가서 새로 마련된 임도로 한 15 분 정도 차를 타고 갔다.
얼마 전에 고압선에 걸려 119에 의해 구조된 아저씨가 여기 하늘산 팀인 것을 처음 알았는데, 팀원들이 놀리는데도 아주 배짱이 좋다.
중간 중간에 눈이 쌓여 녹지 않고 길에 얼어 붙어 체인을 치지 않은 차는 못 올라가기 때문에 하늘산 팀의 트럭도 체인을 장착했는데, 아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체인을 감는다.
거기서 부터는 오른쪽에 약간 깊은 계곡을 끼고 올라가기 때문에 채윤이 엄마는 무서워서 혼났다고 한다.
산 길은 눈이 아직 안 녹아 차에서 아이젠을 갖고 오지 않아 조금은 불안하였지만 좀 미끄러운 곳마다 로프를 매어 놓아 잡고 이것을 잡고 올라가니 안전하다.
하늘여행팀의 70 넘으신 성낙윤 어르신과 황부호 회장님은 나 보다도 훨씬 빨리 올라가셨지만, 나는 쉬엄쉬엄 올라가기로 결심하였기 때문에 천천히 올라갔다.
기체를 지고 내 걸음으로 25 분 정도 강도 높은 등산을 한 셈인데, 이륙장에 올라서 기체를 벗어 내려 놓으니 날아갈 듯이 온몸이 가볍다.
이륙장에는 포장마차가 있어서 막걸리와 라면 음료들을 팔고 있다.
러쎌 말대로 주황과 까만색 회색이 섞여 있는 작은 새들이 사람들이 손바닥에 올려 놓은 과자나 땅콩들을 물어서 채 간다. 작은 새들의 눈동자는 콕 박힌 보석같아 더 예쁘다. 사람들이 손바닥에 앉은 새를 찍으려 하면 그냥 날아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놀았는데 새들은 이미 한 가족이 여러 식구가 되었는지 살도 안 찌고, 계속 물어 간다.
특이한 예봉산 풍경이고 명물이 되었다.
러쎌과 성수 씨에게서 예봉산 비행의 요령을 듣는다.
떠서 왼쪽 능선으로 가서 비벼 보고,이륙장 앞에서 릿지를 하면 좋으며 고압선을 지나가서 열을 잡아 놀던지 한강까지 갔다 와서 착륙장 위에서 놀라고 한다.
러쎌의 사부라는 데프님 사촌동생은 데프님과 친형제처럼 닮았는데 하늘산 팀의 전속 사진사라고 말해 준다.
기체를 펴고 라이저를 제대로 잘 잡고 돌아섰다.
견제 타임을 지나치지 말자, 기체에 올라서 하네스에 너무 빨리 앉지 말자, 조작을 부드럽게 하자.......
마음을 편안하게 갖고는 기체를 끌어 올린다.
아주 부드럽게 올라 오길래 바로 뒤돌아서 서서 막 뛰자, 기체는 부웅 떠 준다.
가볍게 올라타서 앞으로 주욱 나간다.
앞에 조금 나가니 러쎌이 서클링을 하라는 콜을 해 준다. 몇 번을 해도 상승이 별로 없으니 그냥 왼쪽 능선으로 보낸다.
거기서 이륙장 오른쪽까지 몇 번 왕복을 하고 나니 좀 멀미가 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착륙장 방향으로 날아가서 처음 주의대로 고압선을 넘어서 몇 번을 왕래 하는데 성수씨가 좀 비빌 데를 알려주어 비볐지만, 영 그렇다.
오랜만의 비행이라서 멀미가 난다. 아까 트럭타고 올 때부터 조금 그랬는데 비행하면서 조금 더 해진 느낌이다.
성수 씨의 콜대로 착륙장까지 가서8 자로 고도를 깎았다.
성수씨의 말은 착륙할 때에는 착륙장을 향해서 회전을 해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한다.
정풍 착륙을 아주 부드럽게 잘 치뤘다.
신년비행을 하고 나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까다로와서 미루고 미루던 숙제를 하고 난 느낌이다.
그래서 안성 가는차 안에서도 "이야!" 하고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느린 내 걸음으로 25 분 정도 낑낑대고 올라가서 시야 좋은 곳에서 맘 편하게 떠서 큰 문제 없이 땅을 밟은 것이다.
등산과 비행의 맛을 예봉산에서 만끽하였다.
123 회 차로써......
필은 안성에서, 아이거는 정광산에서.....
떨어져있었어도 가까움을 실감한 날이다.
<2007.1.14>
Royal Philharmonic Orchestra - hero (wind beneath my 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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