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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골 때리기
처음에 121 개를 쳤었는데 129 개란다.
굿샷 모임에서 행운상이란 게 있는데, 꼴찌에서 두 번째를 하는 사람에게 준다.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 째의 타수 차이가 어마어마하여 종혁이가 좀 억울해 하겠지만,
좀 아슬아슬하게 상 타게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미안 미안해~
그러나 나 아니면 네가 꼴찌를 먹었을텐데 내 덕인줄 알아라.
(세계는 이렇게 열등한 사람의 존재도 필요한 줄도 알아라)
자욱한 황사를 비로 씻어 낸 다음 날이어서 시야가 꽤나 길었다.
멀리의 야산 능선 윤곽이 선명하다.
벚꽃살구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잔디가 이제 슬슬 나기 시작했는데 빗물을 머금어
찌걱찌걱 거리기도 한다.
하여튼 징하게 안 맞는다.
한 세 홀쯤 지나 몸이 풀리면 좀낫겠지...
여섯 홀쯤이면 힘이 안 들어 갈꺼야...
반쯤 돌면 연습 스윙이 나오겠지...
그러나 내 입에선 "에이~전병! 에이~젖병!" 이 연발하고
자꾸 "왜 이렇게 바보가 되었담..."
하는 생각이 가슴 속에 머물지 않고 입 바깥으로 터진다.
돈 써 가며 멍청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자괴감까지 치민다.
그러나 종훈이의 안타까움과 격려, 종야의 따뜻한 위로들이
어느 새에 "쥬하찌방" 인지,"씨발" 을 다 지냈다.
종야는 "이제 힘이 빠져서 칠만한데 끝났지?" 하면서 담엔 더 잘 칠 수 있을 거란다.
어제 연습도 못해 몸도 못 풀고, 한 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네시에 일어나느라고 잠을 못 자서
더 못 친것 같다고 자위해 보지만 아주 못된 습관을 고치지 않는 한 계속 젖병만
찾을 것 같다.
이 놈의 머리 드는 습관, 몸 일으키는 짓꺼리,쫌새 같은 날개 짓.....
힘이 들어가서 안 맞고, 안 맞으니 힘이 빡빡 더 들어가고, 그에 따라 스윙폭 좁아지고...
온 몸이 결리는 것을 보아 정말로 힘이 엄청 들어간 게 틀림없다.
언제나 고쳐질까?
종훈이 말로는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한 단계 훌쩍 뛰어 넘는 경지를 만난다고 했는데
나에게도 그럴 때가 올까?
종야는 무지막지한 연습 밖에 방법이 없다고 이야기 하는데.....
불이 나서 새로 지은 클럽 하우스에 시원한 사우나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진다.
클럽 하우스를 새로 짓고 나서 회원권 값을 대폭 올리면서 고품격 골프장을 표방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부킹만 더 어렵게 되었다고 종훈이가 캐디에게 투덜거린다.
고품격을 지향하려면 그린 위의 물부터 웬만큼 제거하는 성의가 필요한데
돈만 벌려고 한다고 칼 날을 세운다.
맞다. 니 말이 맞다.
그린피- 18 만원 정도
캐디피- 3 만원
등심 파티- 3 만원
고속도로 통행료- 6 천원 정도
그럼 토탈이 25 만원 정도......
내가 술 값이 별로 안 드는 사람이니 그렇게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동무들 만나서 웃고 떠들고 즐기는 값이면 그냥 준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06.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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