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5

기본카테고리 2006. 3. 13. 10:31

<한경애 - 그때그자리>

무주 덕유산 여행 갔을 때와 정광산에서캐 온 조팝에 파아란 눈들이 나왔다.

꽃망울인지, 잎망울인지....

모란 잎의 자주 색 눈들과 잔디 싹에 이어 세 번 째 인 것 같다.

마루에서 보면 벌써 파르스름한 옅은 안개를 피우고 있다.

버드나무안개는 첨엔 노르스름하다가 파래지지만

조팝의 안개는 첨엔 파르스름하다.

조팝의 파란눈들이 피어 낸 안개는 이미 예약이 되었던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이지만,

참으로 신기하고 기특하고 예쁘다.

어김없기가 엄밀하고 무서울 정도다.

덕유산과 정광산에서 그 나무들을 캘 때에 왜 자연스러운 상태로 그냥 두지하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도,

흔하고 번식력 좋은 넘들은 좀 캐 내야 오히려 좋지 않을까 자위한다.

이제 저 망울에서 작디 작은 이파리가 자라고 하얀 꽃이 피면 얼마나 예쁠까?

덕유산 여행 같이 갔던사람들을 불러서 같이 보고 싶다.

자리는 무엇으로 매김되는지를 생각해 보고 그 생각을 넓혀 가 본다.

보이는 것으로써,

들리는것으로써.

촉감으로써,

내음으로써,

느낌으로써,

추억으로써,

정신으로써,

뜻으로써,

마음으로써,

사랑으로써,

미움으로써,

질투로써,

그리움으로써,

슬픔으로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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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해 봄의 느낌 화두가 자리로써 시작하더니

올해에도 자리로써 시작이 된다.

<2006.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