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마당 -1

기본카테고리 2005. 6. 2. 11:06


마당 담 밑에 심은 인동이 몇 송이 피었다.

하얀 꽃이 먼저 피었는데 노오란 색은 아마 좀 늦게 피려나 보다.

인동의 꽃 모양은 꼭 해오라기 난초 꽃 비슷하다.

참 신비로운 빛깔과 모양...그리고 향기를 지녔다.

그 달착치근한 향기는 몇 송이 만으로도 온 마당을 다 채우는 것 같다.

마침 비가 많이 온 후의 날이라서 그 내음이 더욱 그윽하게 느껴 진다.

줄을 담 위에서 늘어뜨려 주었으니 그것을 타고 하얀 담을 파랗게 장식할 날도 얼마 안 남았다.

희고 노오란 꽃 들이 마구 어우러져 신비한 내음을 뿜어 댈 것을 생각 하니 벌써 부터

기분이 좋다.

설악산 가리봉 능선에 등산을 갔다가 내려 오면서 위령선을 캐다가 심은 것이 한 5년 되었나...

아버님이 생전에 저 뿌리를 짖쪄서 팔뚝에 붙이면 구안와사가 낫는다고 가르쳐 주셔서

심은 것 인데 나는 도토리 껍질에 담아서 붙인다.

아주 잘 낫지 않는 구안와사에 겸해서 써 볼만 하다.

산에서는 아주 작달막한 키였는데 집 마당에서는 무지 크게 자란다.

내 키 만하게 자란 상태인데, 위령선의 하얀 꽃이 또 무지 예쁘다.

올망졸망 작은 망울들이 우산 처럼 잔 줄기에 붙어 있는데 한 번 피면 제법 오래 간다.

우리 집 마당을 사랑하게 해 주는 넘 들이다.

파아란 줄기와 파아란 잎새는 꽤나 약해 보이지만 하얀 꽃을 피울 때는 정말고 멋지다.

올 초 봄에 듬성듬성한 마당 바닥을 다시 파랗게 만들고 싶어서 카페트 잔디를 살리기로 했다.

그래서 삽으로 카페트 잔디 묘판을 죽 죽 끊어 놓았는데 잔디기 얼마나 편안해 보였는지 모른다.

숨 쉬기 하는 모양이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게다가, 아내가땜방을 가끔 하기도 하여 이젠 제법 파아랗다.

양잔디는 자라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작년 첫 해에는 최소한 열흘에 한 번 깎아 주어야 했다

그러나 올해에 자라는 것을 보니 작년 보다는 성장 속도가 그렇게 빠르진 않았다.

조선 잔디 처럼 짧고 촘촘해 진 것을 보니 그넘대로 적응을 하고 있는 거 같다.

올 가을 쯤에는 참 많이 파아래져서, 마당에서 상 펴 놓고 저녁 먹으면 참 뿌듯 하겠다.

어제 맥문동 포기를 나누어 심었다.

아내가 작년에 사다가 몇 포기 심었는데 제법 북술해져 숨 쉬기가 답답해 보였는데,

그동안 벼르고 벼르다가 포기를 많이 나누어 주고 보니 역시 이 넘들도 좋아 하는 게 느껴 진다.

캐 보니 아주 작은 맥문동 뿌리가 조랑조랑 매달려 있는 것이 참 귀엽다.

맥문동은 생명력이 강해서공해 많은 서울 대로 화단과 공터에서도잘 자란다.

이파리가 가늘고 칼 같이 뾰죽하여 난초 잎 처럼 예쁘고 꽃은 대가 하나 빼꼼 올라와 보라빛으로 핀다.

포기 나눌 때 보니 새로 나서 야들야들한 연두색을 띠는 넘도 있고 이제 싹이 삐쭉 나기 시작하는

넘도 있는데 너무 예쁘다.

바위 틈과 아래의 여러 군데 심었는데, 아내는 벌써 부터 보랏빛 꽃에 대한 기다림을 나타낸다.

생명에겐 숨을 쉬게 해 주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확인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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