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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 글] 자유주의 유감
‘자유’가 주는 울림은 참으로 깊다.
하늘처럼, 긴 강물처럼 마치 모든 불행을 품어 안아줄 것 같은 아득한 느낌을 준다. 누군가 자유를 말하면 그것을 향해 한없이 그리움의 눈길을 보낸다. 우리의 삶은 어쩌면 자유를 추구하기 위한 몸부림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일상을 돌아보기도 한다.
사르트르는 “우리는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는 말로 인간이 선택의 여지없이 자유롭다는 걸 표현했다. 자유만큼 우리의 영혼을 뿌리부터 흔드는 말이 드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유를 말하기가 늘 조심스럽다. 나의 자유로 인해 생겨날 주변의 파장 때문이다. 가깝게는 가정에서부터, 세속을 벗어던지고픈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것은 남겨진 가족에게 속박이 된다. 멀게는 사회적으로, 집단의 자유표출은 때로 타인을 억압하고 타인의 문화를 짓밟기도 한다.
그것이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면 침략과 제노사이드 같은 실로 참담한 결과로 나타난다. 그래서 세계의 지성들이 도달한 자유의 개념은 나의 자유가 타인의 자유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전제 하에서의 자유이다. 적어도 자살의 자유, 절도의 자유, 폭력의 자유 같은 것은 자유의 영역에 두지 않으면서 다른 존재들과 어울려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 자유를 누리는 것이며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해야 진정한 자유가 꽃핀다고 여긴다.
오늘날 자유에 대한 역사적 반성은 미국과 무관하지 않다. 과연 유프라테스강을 건너는 미군들의 마음 속에 깃든 자유주의가 아랍인을 자유롭게 할 것인가. 세계시장의 확대를 위해, 미국 혹은 미국인 아니 미국 백인들만의 자유를 위해 벌어지는 수많은 폭력을 자유주의로 부를 수 있는 것인가. 말레이시아의 학자 무자파르는 “인간의 권리에 대한 서구의 자유주의적이고 휴머니즘적인 개념은 사실 인간학대입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자유주의와 휴머니즘에 대한 아시아적 개념을 촉구하고 있다.
식민지시대 자유주의는 미국에게 절실한 논리였다. 유럽열강이 장악한 식민구도를 재편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식민지 스스로 유럽열강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었다. 이때 필요한 논리가 자유주의였고 미국은 이것을 이념으로 삼았다. 세월이 지나 각 나라가 자기의 방식으로 경제적 독립을 이루고 문화적으로 자립하자 자유주의는 네오(NEO)라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유령처럼 나타났다. 이 자유주의는 다양성과 조화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를 거부하고 민족적 정체성과 문화 보존에 기초한 인간의 존엄성도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자유로운 시장의 확대와 ‘부드러워 보이는 착취’이다.
그런데 요즘 ‘자유주의’란 말이 심심치 않게 언론을 떠돈다. 보수혁명이나, 건강한 보수라는 말로 치장하면서 미국의 감춰진 이념에 굴복했음을 자백하지는 않는다. 진정 자유주의를 내세우려면 먼저 이라크와 북한을 포함한 제3세계의 자유를 속박하고 보편적인 자유의 가치를 자기들만의 가치로 내세우는 미국의 굴레를 벗어던져야 하지 않겠는가. 또한 자유주의를 말하면서 왜 집단이고 단체인가. 나는 그들이 집단적으로 해결하고픈 자유가 바로 미국의 자유가 아닌가 묻고 싶다. 미국식 자유주의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지나가고 있는 자유의 길을 통제하고픈 게 아닌가 묻고 싶다.
우리는 지난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통해, 오늘날 참여정부의 출범과 함께 자유에 대한 실험대에 올랐다.
우리가 지금 이 자유의 공간을 두려워하고 스스로 자유의 가치를 만들지 못한다면 나치즘 하의 독일국민이 겪은 오류를 반복하고 만다. 그들처럼 주어진 자유에 당황한 채 스스로 속박을 택하게 된다면 역사는 지루하게 우리를 과거로 끌고 갈 것이다. 서구가 준 자유주의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가치를 부여한 자유이고 싶지 않은가. 새삼스레 김수영의 시〈푸른 하늘을〉이 다시금 읽고 싶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유를 위해서/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사람이면 알지/노고지리가/무엇을 보고/노래하는가를/어째서 자유에는/피의 냄새가 섞여있는가를/역명은/왜 고독한 것인가를”
신동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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