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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이 먼저냐, 치료가 먼저냐?
이것은 제가 99년도 가을에 평양을 방문하였을 때 거기 안내원과 나누었던 화제입니다.
저녁 식사 뒤, 양각도 호텔 회전 전망대에서 이루어진, 아주 잠깐의 사상토론 이었습니다.
북쪽 안내원들과의 뒷풀이 자리는 원래, 바빴던 하루를 편안하게 평가하고 내일의 일정에 대해 미리 상의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 날은 마침 저희가 평양산원을 방문한 날이었는데, 평양산원은 북에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보여 주는
해산과 부인병을 치료하는 종합병원이지요.
그날 김 일성 주석이 생전에 "병원이 아닌 궁전에 들어서는 느낌"이라고 감탄했을 정도의
으리으리함을 대면하였습니다.
현관을 들어서자 마자 드높은 천정......
옥돌 대리석 160 여톤을 들여 깐 동백꽃 바닥......
산후 2시간 후부터 산모와 남편이 T.V로 면회할 수 있고 인터폰으로 대화할 수 있는
시설......
그러나 저희 방문단은 감탄 따로, 무거움 따로의 감정을 갖게 되었지요.
북쪽에서 보여 주는 것만으로써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갈증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날 밤의 깜짝 사상 논쟁은 저희가 촉발시켰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우리는 솔직히 딜레마를 느꼈다. 남쪽에 가서 평양산원에 대해 보고하면
후원자들로부터 더 이상의 지원필요가 있는가라는 반문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서 '고난의 행군' 과정에서 나타난 보건의료 부문에서의 극복사례와 미담의 수집을 요청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안내원 선생에게서 다음과 같은 사상논쟁의 실마리를 받았습니다.
" 선생님들이 보기에 의사가 집도를 할 때 사상을 갖고 집도하는 게 좋으냐,
사상없이 집도하는 게 좋으냐?
나는 집도를 할 때 사상을 융합하여 집도 하는 게 훌륭하다고 본다"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 명분과 목표의식에 사상성-사회주의 건 김일성 사상이건-을
부여하는 그들이기에 여기에서 이를 뛰어 넘는 뭔가를 분명히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들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말려 들어가서도 안 되지요.
"특별히 사상을 갖고 집도를 한다면 생명을 더 살릴 수 있으리라는 사명감은 훌륭하다.
그 의사가 인술이 갖고 있는 목표와 마음으로써 집도를 한다면 다 똑같다고 본다.
사상의 유무나 좌우에 관계없이 모든 생명은 다 귀한 것이라는 생각에서 우러 나오는
차별없는 치료는 더 훌륭하지 않을까?
환자가 사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여 의사가 집도를 안 할수는 없는 것처럼......"
대학을 다닐 때에도, 아니 인생관이 어느 정도 머리에 들기 시작할 때부터 갖게 되는
의사에게 요구되는 기본적인 윤리와 사명을 뛰어 넘는 화두라고 생각됩니다.
"사상성"이라는 말 대신 "인간의 존엄성" "기독교적 사랑" "부처님 자비"를 대입한다 해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윤택한 삶에 대한 강한 욕심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기본은 결국 인술이 갖고 있는 "생명 지키기"는 한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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