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보안법 믿음 이야기- 어떤 편지

기본카테고리 2005. 4. 26. 13:37
안녕하시죠?

Y도......

아드님 진학이 잘 마무리되기를 기원합니다.

저가 오래된 숙제를 푸는 고비에 있을 때 기도해 주시고 걱정해 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강화에서의 모습에서는 Y도 정말 좋은 아내를 받았구나 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어제 마침 친구들과의 저녁식사 모임이 있었지요.

"지성"이 바로 이야기 꺼리 였습니다.

뭐, 34년 된 친구들이니 육두문자가 난무했고 두서도 없었지요.

"보안법 왜 없앨라고 하냐, 조중동이 어쨌단 말이냐? " 에서부터 불 붙은 논쟁입니다.

....보안법에 걸려 고문 받고 감옥가고 죽음 당하는 사람이 이 시대에 있느냐?

그런데 왜 없앨려고 해?...

이것이 그 친구의 논지였습니다.


...임마, 니 친구인 나도 감옥살이를 하면서 이 나라에 긴급조치 같은 악법으로

애꿎게 학생들 시민들 노동자 교수들이 억울한 꼴 당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기도한

사람이다.

그건 한나라당 공천을 받고 총선에 나왔다가 낙선한 저 친구도 마찬가지다.

그네 잘 타는 박그네 아버지의 세상이 빨리 끝나기를 원하던 사람들이다.

우리의 한 이고, 원 이며 이상이었다.

그래서 박 정희 죽고 긴급조치 없어졌고 말 한 마디 잘못하는 시민이나 민주화운동을 하던

정치인들이 웬만하면 감옥가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의 소원이 풀린 것이다.

그렇다면 보안법에 걸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받던 사람들, 간첩으로 조작되어 모든 것을

뿌리 채 잃은 사람들의 한이 아직도 시퍼런데, 정형근 이로부터 성기 귀두 맞는 고문을 당한

사람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그 쓸 데 없는 보안법을 왜 그냥 두냐,

지금 피해자가 없다고 해서 그게 다냐?

그렇게 고생하고 목숨 잃은 사람들의 한을 풀어 주기 위해서라도 보안법은 없애야 한다.


역사는 돌고 도는 것인데, 박 정희 , 전 두환, 노 태우, 김 영삼 같은 독재가가 나오지 말라는 보장이

있냐, 이미 형법과 중복이 되어 없어져야 한다고 당시에 대법원장 였던 김 병로 선생도 말씀했고,

그저 고무 찬양제가 특별히 남아 있는 건데, 광화문에서 김 일성 만세, 김 정일 만세 부르며 인공기를

휘두른다고, 지금 공산주의, 빨갱이, 독재가 무슨 경쟁력이 있냐, 이북이 그렇게 무섭냐?


그리이스엔 카르타고를 찬양하는 자유가 있었고,

카르타고에는 그리이스를 찬양하는 자유가 없었다.

근데 한니발의 카르타고가 그리이스에게 패망하지 않았냐?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난 지가 오래임을 세계사가 증명하는데, 보안법의 야만성이 현재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해서 그냥 두자?

예이! 네가 그러고도 박사냐!.......

이러면서 여론과 지성 이야기로 이어 졌지요.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서 20%도 안된다고 반론이 나왔습니다.

어떤 친구는 20%는 무슨? 5% 밖에 안 돼......라고 하기도......


그래서 난 지성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와 현실 타령은 바람에 나는 겨와 같은 거다.

이 세계 역사를 발전이라는 방향으로 가게 한 것은 소수의 지성이 아니냐.

인류의 이상이 뭐고, 종교의 진리가 뭐고, 가난한 자나 부자나, 권력가나 무지랭이나 간에

생명은 다 귀한 것이고 차등하지 않다 라는 생각이 진리이겠금 하는 것은 지성이 아니냐...

그것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게 하고 이 사회를 그렇게 만들려는 것이 바로 지성 아니냐......


난 이런 이야길 하다가 마침 코피가 터졌습니다.

상습병이었던 비출혈이 발생하여 아산병원 응급실 가서 별 것도 아닌 검사와 거즈로 코를 단단하게

틀어 막는 처치를 두 시간에 걸쳐 받고는 총 진료비 10만원, 본인 부담 6만원을 지불하였지요.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좀 더 싸고 편하고 빠른 진료를 받는 제도를 만들고 싶다는 것은 "발전의지"입니다.

이것 없으면 우리의 의료보험제도는 바뀌겠습니까?


지성,

성경에 모르고 믿는 믿음이 더 크다는 뜻이 있지요?

도마와 같이 예수님 손바닥에 제 손가락을 쑤셔 넣어 보고는 확신하는 믿음은 격이 좀

떨어지는 가치일까요?

무조건 모르고 믿는 것만이 지고지선의 신앙 미덕인 것으로 가르치고 권장한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어제 금란교회 김 홍도 목사는 남 아시아의 지진 해일 참사가 이교도들에게 내려 진

하나님의 심판으로, 주일 성수를 못한 사람들에 대한 징벌이라고 했다는군요.

음......무시무시한 우리 하나님~

그야말로 사랑과 자비가 아니라 공포와 충격의 대상이시군요.

자녀를 몰살로 징계하셔서 남은 자녀로 하여금 일벌백계의 교훈을 얻게 하신 것일까요?

미국과 유럽의 자연재해는 "잘 믿어라, 내 자식들아~" 하는 가벼운 경고?

그 와중에 죽는 성도들은 뭔가 구린 사람들?

그렇다면 하나님 앞에 온전한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입니까?

하나님 뜻을 자기 맘대로 해석할 권리는 누가 줬으며,

계시라면, 신비주의를 내 거는 사이비 종교 교주와 뭣이 다를까요?

정통 교단이라는 이름 일까요?

보안법 철폐 결사 반대를 시청앞에서 외쳐 댄 공로가 자격증 인가요?

이쯤 되어서는, 알고 믿는 자 보다 무조건 믿는자가 복이 있도다 라는 귀절에 덮여 지나요?

결국 지성이란 믿음을 저해하는 죄가 되고 마는 건가요?


얼마전 몇 사람이 모이는 데에서 교회를 싫어하는 불신자로 부터 물음이 있었습니다.

그냥 입으로만 하나님, 주여를 죠크 삼아 외우는 사람- 장난꾸러기 비슷하지요-에게

이 불신자가 냉소적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회 다니면 뭐가 좋아요?"

"천당가고, 부자되고, 즐겁다"

"난 천당 모르고, 부자 아니어도 좋고, 교회 안 나가도 잘 웃고 재미있게 삽니다"

여기에서 그 장난꾸러기는 말이 탁 막혀 버렸습니다.

이런 장난 같은 대화를 그냥 지나쳐 버리려 하다가, 나의 한 마디가 여기 이 사람들에게

나중에라도 어떤 기억을 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이 하나님, 예수님, 교회 다니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불교 회교 힌두교 유교...등등이 있어서 그 중에 맘에 드는 거 하나를 골라 잡은 것이 아니다."

"그럼 뭐죠?"

"난 잘 모르지만, 하나님으로부터 선택 받은 것이다"

말이 너무 어려워서 인지, 간단해서 인지 모든 사람이 입을 닫았습니다.


주절주절......

아는 척 하는 것도 한계가 있군요.

마침 교회 청년부에서 좋은 메세지가 왔길래, 그냥 막연한 감동과 찬탄의 형용사 보다는

저의 생각을 답장으로 보내는 것이 더 성의 있는 것 같아서 이렇게 길어 졌습니다.


글 교만에 이른 표현이 있었다면 넓은 맘으로 받아 들여 주시길 바랍니다.

내내 평안하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