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에베레스트를 보고 - 하늘 아래 첫 땅 에서 노래 하고 싶다

흔한 생각과 취미 2005. 4. 19. 17:55
에베레스트!


이렇게 에베레스트를 가까이에서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렇게 에베레스트를 크게 본 적은 없었습니다.

일 억년 전 부터 인도 대륙이 대서양 쪽으로 이동 하면서 중간에 낑기게 되어

튀어 올라 만들어 졌고, 지금도 매년 0.6센티 씩 올라 가고 있다는 에베레스트......


그 지진 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장치를 정상에 설치 하려는 사람.

아버지 텐징에 이어 산에 오르려는 쎌파 잠링.

스페인 여성 암벽등반 전문가.


이들이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는 과정을 그린 기록영화 이지만

극 영화 못지 않은 재미와 스릴을 맛보게 해준 좋은 영화입니다.


여섯 살 때 힐러리 경과 더불어 에베레스트 초등에 성공 했던

아버지 텐징이 가르쳐 준,

자연 앞에 겸허한 생활을 강조하는 교훈 들을,

수 많은 등불에 불을 붙이면서 들었던 2대 쎌파 잠링이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한 훈련으로써 처음 시작한 것은

빙설이 쌓인 산에서 미끌어지면서 몸을 멈추는 훈련이었습니다.

그리고 광대한 히말라야 산 자락에서 경쾌 하게 산악자전거를 타면서

힘을 축적 하는 체력 훈련.


이런 모습들이 눈과 바위로 덮인 히말라야에서 한동안 펼쳐 집니다.

아이맥스 기술에 의한 화면 변화를 그대로 따라 가면 실감은 확실히 나지만,

어지럽기 짝이 없습니다.

구부러진 길, 계곡, 능선, 사면, 봉우리들을 휩쓸어 오듯이 앞으로 끌어 오면

내 몸이 거기에 실려 있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에베레스트 등정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고 헬리콥터를 따라

전개되는 높은 데서 보는 히말라야 모습을 따라 가는 건 정말 색다른 경험

이었습니다.


촬영을 맡았던 일본 여성의 시각과 기술에 정말 감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밑에서 위,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펼쳐 지는 히말라야가 일종의 무서움 같은 것을 주더군요.

영화에 불과 한데도.....

꼭 산이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 그런 촬영술 이었습니다.

등정에 필요한 짐의 무게가 30 톤이나 될 정도에 대부분은 먹을 것 이랍니다.

이것은 산의 생리에 적응하기 위한 것이랍니다.

고산 기후에 적응 하기 위해 약 50일을 캠프에서 생활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거나 고산병에 걸려 큰 고생을 하게 됩니다.


폭 120 미터에 이르는 높은 계곡의 얼어 붙은 강,

지구 끝에 이른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크레바스,

그 곳을 사다리 놓고 서서 건너는 모습,

여기에선 앉아서 엉금 엉금 기어 가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로

무시무시 합니다.


까마득한 빙벽을 오르는 저 힘들......

길이가 얼마나 될지도 모를 고드름 덩어리들......

번쩍이는 얼음 능선 위로 떠 오르는 파아란 달.....

태양의 여덟 줄기 빛살.......

에베레스트를 에베레스트 답게 하는 빛 입니다.


그리고 천지를 무너뜨린 듯한 눈사태.....

그 투명한 하늘과 하얀 구름들........

에베레스트는 일 년 열두 달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 치지만,

5월 한 달만은 조금 약해 지기 때문에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된 답니다.


이 팀의 바로 앞 팀이 좀 서두르다 대원 중의 여덟을 잃는 사고를 당했지요.

이 팀도 바로 정상 밑에서 5 주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일분에 40 회씩의 숨을 헉헉대며, 긴 발자국과 푹푹 들어가는 지팡이 자국을

만들며 천천히 한 발 한 발 올라갑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르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증명하기 위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니 무슨 생각이 들고 있을까?


그러나,

그러나!

마침내

꼭대기!


정복 했다 라고 말하지만, 정복의 의미 자체를 인간이 만들어 놓고

그 행위를 실행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산을 가두어 놓고, 자기가 큰 체 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지요.

산에 뜻이 있어 제가 받아 들이고 싶은 사람 만을 받아 들였을 뿐.....

산의 뜻에 맞추는 사람 만이 살아남고,

한 구석 높은 자리에 잠깐 서 봤을 뿐인 것을.


잠링이 남긴 것도 앞 선 사람이 남겼던 깃발 옆의 몇 조각 깃발 뿐....

그리고 아버지가 했던 것 처럼 일만 오천 개의 등불을 켜고 또 교훈....


그러나,

그러나!


나도 오르고 싶습니다!

거기서 다른 허무를 발견 한대도 나는 오르고 싶습니다.


올라서 기도하고 노래 부르고 외치고 싶습니다.


아무도 불러 보지 않은,

나 만의 노래를 새로 지어서 부르고 싶습니다.

영혼에서 우러나는 어떠한 기도든지 드리고 싶습니다.

거기서 만의 어떤 외침을....


아아,

그리고 훨훨 날고 싶습니다.

'흔한 생각과 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양 두산 비행  (0) 2005.04.19
인연과 공부(♬)  (0) 2005.04.19
강화 기행과 낙가산 상봉산 종주기(♬)  (0) 2005.04.19
작은 것 에서 많은 경이를 느끼고 싶다  (0) 2005.04.19
감 이야기  (0) 2005.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