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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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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은 가을과 기다림, 헤어짐, 남겨 짐의 감인가 보다.
동요, '나뭇잎 배' 같은 약간은 허전한 단조의 느낌을 주고.....
어릴 때 에도 단조를 깔고 있는 노래들이 좋았다.
오빠 생각, 섬집 아기, 과꽃, 가을, 기러기......
그러나 감은 나에게 한번도 그런 느낌을 안 주었는데....
나에게 있어서 감은 부지런함, 새벽, 투명한 빛, 달디단 물 덩어리로
상징 된다.
그리고 약간은 도톰 하고, 풍요스러운 빛깔과 은은한 향기를 뿜어 내는 꽃...
초등학교를 수원에서 다니다가 여름 방학 때면 고향 집엘 간다.
그 때의 감나무엔 적당히 굵어진 감들이 달려 있다.
장중감, 대접감, 쪽감 등의 감나무들이 동네엔 골고루 있는데,
밤 새 많은 감들을 떨구어 놓는다.
비나 바람이라도 많이 불면 참 많이도 떨어 진다.
워낙 감을 좋아해서 날이 밝기도 전인 새벽에 바구니 같은 것을 들고선
감을 줏으러 감나무들을 찾아 다닌다.
그 감 들 중에 혹시 일찍 익은 연시라도 있으면 정말 땡 잡은 기분이고,
땡감들을 서늘하고 어두운 항아리에다 보관해 두면 며칠 지나면 물렁물렁 해 진다.
이렇게 하여 익혀서 먹으면 제법 달콤 하다.
지금 우리 집에 있는 감나무의감을 줏어서 먹어보면,
껍데기는 두껍고 살도 적고 단 맛도 별로 이지만,
어릴 적엔 그렇게 맛있었다.
방학 초기엔 땅 바닥에 흔하던 감 들이 방학이 끝나 갈 무렵엔 참 드물어 진다.
그때엔 경쟁자들이 생겨서 다른 아이들이 줏어가나 하고 생각하고
보다 더 빨리 일어나서 후래쉬를 들고 감을 찾으러 다녔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다.
나무가 스스로 감을 떨구었고 스스로 지켜 내는 것을 알아 낸 것이다.
자신의 종자를 잘 퍼뜨리기 위해 불필요 하게 많은 것을 줄여 가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감나무를 보아도 영양이 부족하거나 늙으면씨가 엄청 많고,
영양이 풍부하면 씨의 숫자가 확실히 줄어 든다.
우리 것도 칠 년 전에 씨가 8-12 개나 있어 종자가 나쁜 것인가 했지만
거름을 많이 했더니 씨가 없거나 네 개 이하로 줄어 들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감은 먹을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그 잎도 참 예쁘다.
윤이 반지르 하고, 단풍이 빠알갛게 곱게 들면, 정말 곱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감나무는 사시사철이 다 예쁘다.
겨울의 시골엘 가 보면
하늘을 향해 울퉁불퉁 벋은 가지들과 겉 무늬들은 또 얼마나 예쁜지.....
봄에 새 혀 처럼 새순이 나고 도톰한 꽃 잎이 날 때는 또 어떠 한가?
그 연한 연두색들.....온 하늘을 연두 빛 안개로 덮는다.
윗 시의 감은 사람 마음을 맑게 해 줘서 좋다.
그리고 나의 감은 보아서 좋고, 향기가 나서 좋고, 맛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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