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을 윤중로를 더 좋아 합니다.
노오랗고 바알간 잎을 달고 있는 벚나무 단풍길이 아주 멋집니다.
비라도 와서 그 잎들이 바닥에 수북히 쌓이면 그 정취가 눈을 감게 만듭니다.
이 빛깔, 이 향기를 귀와 코와 그리고 영혼으로 만져 보고 싶어지지요.
어제 서울 싱잉커플스 콘서트는 이 가을을 얼마나 더 아름답게 해 주었는지!
벌써 나와 아내는 두 번째의 참석을 기록하였습니다.
아내가 "저 부부들은 항상 웃으면서 살 거 같아요" 라고 할 정도로
노래하는 부부들의 행복이 그대로 전달 되더군요.
칼로물베기라는 부부쌈을 해소하는 수단은 참 많지요.
거시기로 풀기도 하고
여행으로 해소하기도 하고
대화나 기도, 상담, 식사, 구경,술등으로 풀거나
아니면 무심한 시간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단언컨대, 싱잉커플스 단원들은 아마 노래로 풀어 버릴 거 같습니다.
이들의 일치된 행복감이 온 관객의 마음에 스며 드는 것이 보이더군요.
28년 간의 연보를 보면 봉사 차원의 공연도 꽤 되던데
그동안 이분 들이 날라다 준 행복의 깊이도 꽤 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얼마나 많은 감사를 받았을까도......
베토벤의 "주를 찬양하라"로 시작하여 김광석의 "나의 노래"로 끝내기가
너무 아쉬워 풀어 놓은 마지막 앵콜송인 "즐거운 나의 집" 까지,
참으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나는 작년에 언급했지만, 종훈이가 음악 청중을 분류할 때 표현한
"을"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제가 이러구 저러구 이야기 하는 것은 나 스스로도 면 파는 일이지만
세상에는 경망한 사람도 필요한 법이니......
곡 곡 마다 바닥에 깔린 사랑의 주님 자취는 이 합창단의 주인의식을 너무나 뚜렷히 특정 짓고
선교의 목적 같은 게 엿보이기도했지만 무엇을 하여도, 무슨 노래를 하여도
흔들림 없고 부끄럼 없다는 자신감을 낳는 든든한 빽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난 "맨발의 청춘" 보다, 베토벤의 "비창" 보다는
"사랑의 서약"이 제일 좋았고 그 다음은 "정선 아리랑"을 꼽겠습니다.
작년엔"엄마야 누나야", 상록수, 아리랑을 꼽았던 거 같은데.....
하늘에서 부터 땅까지, 그 사이의 사람의 삶을 일관시키는 "무엇"을 분명하게
표현하려고 한 거 같습니다.
영원한 테마, "무엇!" 일까요?
난 거시기라고만 하겠습니다만.....
사실 "맨발의 청춘"에대한 기대가 참 컸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예쁜 맨발을 보고는 "어라!?" 하며 놀랐습니다.
좀 거칠고 울끈불끈하고 어둡고 반항적이고 울분에 찬 무엇인가를 느낄수
있을 것을 기대 했었지요.
이 의아함이 오늘 아침에 불현듯이 풀렸습니다.
내가 기대했던 건 "겉"이고 합창에서 의도했던 건 "속", 즉 "순수의 시대"를
그리려 한거라는 생각이 든 겁니다.
모든 조건과 상황을 다 던지고 사랑할 수 있는 순수, 뜨거운 바람, 그 아픔들...
진정으로 순수한 사랑에서 보이는 것은 아름다움일 수 밖에 없지 않냐는 거지요.
역시 종훈이는 이번에도 열심히 부르는 게 금방 눈에 띕니다.
남성 합창 순서에선 배를 내밀고 힘쓰면서 노래 부르는 모습이 아주 진지해 보입니다.
그리고 누님의 피아노 반주는 "을"이 보기에도 정말 익숙하고 자연스럽습니다.
하모니카 앙상블 공연은 이번 콘서트의 기획의 뛰어남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주 큰 즐거움과 기분 좋은 화목함을 안았습니다.
거룩함에서 화목함 그리움 즐거움 기쁨과 행복으로 이어지면서 이 콘서트의주제를 알 수 있었습니다.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주어 감사합니다.
종훈아, 꽃 보다 과자가 더 좋을 거같지 않냐?
맛있게 정답게 무그라~
<2003 년 11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