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재판을 뒷받침한 법과 형식논리

기본카테고리 2009. 10. 1. 11:07

소위 '관습헌법' 이란 말을 만들어 일반인의 지식을 넓혀 준 법쟁이들이 이번 조두순 판결의 기승전결을 이룩했다.

검찰은 1 심에서 무기징역에서 12년으로 깎인 고법판결에 대해 항소하지 않고,

오히려 조두순이 항소한 이유로 대법까지 간 사건이다.

고법 판결은 내가 보기에도 정말로 드라이하기 짝이 없는 형식적인 법 논리로써 12 년으로 감경시켜 준 것 같고,

대법은 대법대로 그 논리를 답습해 버린 것 같다.

현재와 같은 뜨거운 관심과 국민적 분노를 예상했어도 그와 같은 판결이 떨어졌을까?

피해자가 검사 판사와 눈꼽만큼이라도 관련된 사람, 아니 사회적인 영향력이 손톱 만큼이라도 있는 사람이었어도 똑같이 진행되었을까?

이 사건 재판이 형식논리에 매어 있었음을 공감케 하는 글이 있어서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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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심신미약 감경'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10조 2항을 적용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무기 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7년 이상의 징역으로 하고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는형법 55조에 따른 것이다.

결국재판부가 12년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최대 형기 15년(가중시 22년 6개월)인 유기징역이 아니라 무기징역에서 감경했다는 이야기다.따라서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법원이 술에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아동성폭행이라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형을 감해주는 게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씨는 범행 30분 후 귀가해 자신의 부인에게 "사고를 쳤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판단력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가해자의 행위를 보면 과연 심신미약 상태였는지 의심스럽다"며 "그동안 우리나라 법원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을 인정해 주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설사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가 8세 아이이고 장애를 입는 등 피해 정도에 비추어 본다면 '징역 12년'은 다소 적은 형량이라고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조 교수는 "대법원이 마련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최대 15년(7년~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왜 항소를 하지 않았을까

한편 1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12년'을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이 그대로 확정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 여론은 곱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은 항소심이나 대법원에서 형량을 늘렸어야한다고 법원을 비난하고 있기도 하다.

피해자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시사기획 쌈> 제작진이 전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의 확정판결 이후 나영이 아버지는 "최고 무기징역형까지 줄 수 있는 중범죄임에도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된데 대해 허탈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형을 늘리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가능하다. 1심 판결이 나온 후 조씨를 기소한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고 피고인 조씨만 '형량이 높다'며 항소를 했기 때문이다. 법률상 검찰이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 항소했으면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1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이 피고인이 재범인 점 등을 고려해 항소를 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특히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전혀 반성의 뜻도 비치지 않았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의 죄질이 극히 나쁜데도 피고인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여러 변명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검찰이 항소한 사건에서는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받은 사례가 있다. 지난 2006년 7세 여아를 같은 날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아무개(45)씨에 대해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고,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은 너무 가벼워서 파기한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2009.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