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년 백단 송년회와 한경이 자랑

기본카테고리 2009. 12. 19. 17:29

올해 백단 송년회는 특히 더 화기애애하고재밌었다.

그 이유를 찾아 보니 현수막과 식순이 걸려 있는 벽을 마주 보지 않고, 탁자와 의자가 있는 장소에서바로 앉지 않은 채서 방석에 앉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인사말 축사 격려사 회장 선출 등의 순서들이 과감하게 줄여진 탓에 더 편안해진 덕분이라고 생각든다.

'좀 잊어 보자',

아니 '오늘은 반가운 동지들을 만난 자리이니시대적인 시름들은 좀 접어 두자' 하는 생각이 거의 모두에게 비슷한 시기와 방법으로 공유되었던 것 아닌가 싶다.

사실 노무현 김대중 대통령의 죽음, 용산참사, 전교조 교사들의 징계, 사대강 문제는 집에서, 가까운 친구들끼리 잔뜩 이야기하고 아파하고 분노하고 고민했을 터이니 오늘은 그것을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별 생각없이 따뜻하고 깊은 정을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중간에 범구가 와서 인사를 하고 밥만 먹고 갔다.

백단 9 기 출신의 국회의원이 두 명이나 되었다는 데서 자못 흐뭇해 했다.

수줍기만 했던 현선이의 활달함으로 대표되는 여자 후배들의 적극성이 뻣뻣 백단남을 노골노골하게 만들었다.

나는 언제나 놀 준비가 되어 있는 '나이 먹을 수록 완고를 경계하는 부드러운 남자' 라서 더 흐물흐물해질 필요는 없었지만,

다른 남자들은 아마 다를 게다.

그래서 술도 많이 마시게 되었고 노래도 더 흥겹게 불러 제꼈다.

효재가 취해서 몸 가누기도 힘들어 하는 건 처음 봤다.

여자 후배들과 수문이가 내 휴대폰에 화면에 깔려 있는 한경이의 웃는 얼굴을 보고는 박장대소를 하고 부러워 하면서 다른 사진을 보여 달라고 해서 뒤통수 사진과 컴 앞에서 자판 두드리는 사진을 보여 주어서 같이 웃었다.

내년 5 월엔 하나가 또 태어난다고 알려 주니 다들 축하해 준다.

사람들이 기덕이 형은 어떻게 20 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변했느냐고 하면서 덕담을 많이 하길래 쑥스러워 혼났다.

아내에게 전화하여 데리라 오라고 하니까 경석이를 태우고 같이 와서 아내도 마지막 개나리 강강술래에 합석을 하게 되었다.날씨가 엄청나게 추워 겨울의 멋을 뼛 속 깊이 느끼게 하였지만 그것을 확실하게 녹여 버린 백단의 밤이었다.

이런 백단의 밤은 좀 더 자주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곤 혼자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