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의 지역감정과 별명[펌]

기본카테고리 2009. 12. 16. 16:31

남녘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 ‘○○ 정서’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남녘이 동서간의 감정이라면 북녘은 남북간의 알력이다.

광복 직후 새로운 권력층이 형성될 때 함흥·북청 등 함경남도 사람들이 실권을 장악하면서 ‘함남제일주의’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하였으나 평안도 출신인 김일성 주석이 정권을 잡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평안북도 사람들은 떼를 지어 잘 몰려다니기 때문에 ‘북데기’라고 한다.

북데기는 탈곡을 할 때 바람을 따라 무더기로 날아가는 짚 부스러기이다.

함경도는 ‘찔악’이다.

‘악질’을 뒤집은 것인데 드세고 질기다는 뜻으로서 특히 여자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황해도는 ‘물농’, ‘물대포’라고 한다. 농사가 많은데다 깐지지(깔끔하지) 못하고 어지럽게 산다는 것이다.

자강도는 ‘줄당콩’이다.

줄당콩은 우리의 강낭콩이다.

줄당콩을 많이 심는데다 줄을 감아 올라가는 줄당콩처럼 남을 잘 걸고넘어진다는 것이다.

양강도는 감자를 많이 심고 사람들의 마음도 둥글둥글하여 ‘감자’로 불린다.

평양은 ‘노랭이’이고 개성은 ‘깍쟁이’이다.

함흥은 기질이 얄밉고 드세어서 ‘얄개’로 불리고,

함남 홍원은 말 잘하는 사람이 많아 ‘참새’이며,

풍산개로 유명한 양강도 풍산은 땅이 척박해서 강아지처럼 강해야 살아남는다고 하여 ‘땅개’로 불린다.

양강도 ‘강계미인’의 명성은 여전하다.

전수태/고려대 전문교수

<2009.12.15>

***개성 깍쟁이 말이 나온 김에***

알뜰 살뜰한 수원사람 개성사람 능가

○--- 개성사람과 수원사람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연히 개성사람과 수원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갔다. 두 사람 모두 짚신이 닳을까봐 허리에 차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자 짚신을 신었다. 개성사람은 신을 신고 몇 걸음 걸어가다 다시 신을 벗었다. 그런데 수원사람은 신을 신고 두리번거리며 움직이질 않고 사람이 지나자 다시 벗었다.
또 한 이야기가 있다. 6·25 때였다. 수원사람과 개성사람이 피란을 가다 빈집에 들어 하루밤을 묵게 됐다. 그런데 바람이 심해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개성사람은 풀을 사고 수원 사람은 문풍지를 샀다.
개성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수원사람은 보이지 않고 문풍지 역시 떼어간 뒤였다.

발가벗고 30리 뛴 사나이
○--- 옛날 수원 도성에서 30리쯤 떨어진 떡전거리에 양반집 자손인 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그는 평소에 조상의 산소를 잘 관리하고 부모님에게도 효성이 지극한 선비였다.
그러한 까닭에 고을에서는 비록 그의 부친이 일찍 세상을 떠나긴 했지만 ‘본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아오던 터였다. 엄한 가풍으로 생활에 있어서도 절제를 하던 그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도 친구들의 권유에 못 이겨 기방 출입을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수원부중(水原府中) 축만제(祝萬堤)가의 행화촌(杏花村=술집)에서 기생의 아리따운 자태에 취해 술을 마시다 보니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결에 생각하니 그날이 선친의 제삿날이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지 못할 불효를 생각하니 앞이 캄캄했다.
다급한 마음에 의관도 갖추지 못하고 뛰기 시작해 가까스로 자정을 넘기지 않고 집에 도착해 아버지의 제사를 지낼 수 있었다.
선비된 자가 의관을 갖추지 못하고 뛰었으니 발가벗고 뛴 꼴이 된 것이었다. 그러니 이 내용으로 살펴볼 때 깍쟁이라는 말과는 사뭇 거리가 있다. 하지만 수원에서 오래된 구전으로 내려오고 있다.

다리에 묻은 간장을 빨아먹어

○--- “간장 항아리에 파리가 빠졌다가 날아갔는데 파리를 잡기 위해 발가벗을 채 삼십리를 뛰어갔다”는 식으로 전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결국 그 파리를 잡아 다리에 묻은 간장을 빨아먹더라는 것이다.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인색하다고 보면 더 없이 인색하지만 생활이 규모가 있고 알뜰하다는 편에서 보면 더 없이 알뜰한 것이다. 그래 개성이나 수원 여자를 집안에 들이면 ‘살림은 틀림없다’고 전하는 말은 이를 뒷받침하리라 여긴다.
<자료제공 = 수원시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