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6

팔불출이래도 좋아~ 2009. 9. 25. 11:38

한경이의 할아버지 밝히기가 다시 시작된 듯 하다.

걷기 시작하면서 '자립'의 호기심을 한동안 채우려는 듯 하면서 나를 덜 밝히더니 다시 안 떨어진다.

내가 집에 있으면 되도록이면 내 주위에서 있으려 하고 자꾸 바깥으로 나가자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뭘 아는 건지, 어떤 기준으로 하고 싶은 건지......

바깥의 간판이나 쇼인도우전등 빛의반짝임, 버스를 비롯한 각 종 자동차들의 소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하는 건지....

하여튼 간에 의견이 말짱하다!

요즈음엔 내가 집에서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는 것을 알았는지 전 보다 더 밝히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내가 없을 땐 아내, 즈이 할머니에게 잘 안긴다는데 내가 나타나면 내 옆에서 거의 떠나질 않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칭찬을 받는 것이 그렇게 좋고, 어른들이 좋아하는 것을 나름대로 미리 잘 알아서 칭찬 받을 짓을 한다.

책을 가지고 와서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어!" 하고 묻고, 책장을 자꾸 넘긴다.

종류마다의 장난감 사용법을 하나씩 하나씩재현하는 것을 보아도 참 신기하다.

한경이의 자리가 자꾸 확대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누워 있기만 할 때,

뒤집기 시작하고 뒤척일 때,

앉고 길 때,

서서 걸을 때,

뛰는 지금에는 한경의 행동반경이 어마어마하게 달라진 것이다.

이만큼 한경이의 자리가 넓어졌다.

거기에 발 맞추어 사람들의 한경이 마음 자리도 넓어지고 달라졌다.

어느새 한경이의 자리는 집안의 중심이 된 느낌이다.

"한경이 어딨어?"

"한경이 뭐 해?"

식구들의 신경이 한경이의 움직임에 집중되어 있음을 느낀다.

존재는 자리를 가지고 있음을 확실하게 깨닫고 있는 요즈음이다.

한경이에게 할아버지의 자리는 어떻게 매김되어 있을까?

<200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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