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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추석 가족노래방
올해엔 감이 유난히 굵게 익어가고, 감 잎새도 안 말리고 큰 것 같다.
많이 떨어지지도 않고 씨도 많지 않아 눈 온 후가 자못 기대된다.
감이 주황색으로 진하게 익어 가는 때에 추석이 껴 있는 건지, 추석 때 감이 그렇게 잘 익는 건지 모르나
어쨋거나 추석과 주황색 감은 우리 집의 상징이다.
올 추석에도 형제들이 다 우리 집에 모였다.
줄곧 형만 오셔서 차례를 같이 지냈는데 최근 2 년 이래로는 형수님도 오시게 되어 참으로 기분이 좋다.
자형이 일 주일 전 가벼운 중풍이 온 관계로 올해엔 빠졌고 인숙이 신랑과 수진이가 빠져서 많이 서운했지만
후락이네가 다 모여 참석한 식구들이라도 즐겁게 보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머니는 기선이가 열 나흗날 모시고 왔고, 형과 형수가 속초에서 올라와서
어머니 옆에서 같이 주무셔서 정말로흐뭇하다.
한경이로 하여금 증조할머니 손을 잡게 하고 뽀뽀하게 하고, 어머님이 한경이 손을 잡게 해 드리니 더욱 흐뭇하다.
인숙이가 추석 날 차례 지내기 전인 이른 아침에 오고 차례 지내기 바로 전에 세째 작은어머님이 참례하셔서
어머니를 마루로 모셔 나와 의자에 두 분을 나란히 앉혀 드리고 차례를 지냈다.
선영이와 경석이가 올해에도 차례 준비, 음식 준비를 잘 해서 대견스럽다.
명절 차례와기 제사는 집안 마다, 지역 마다 다름을 항상 확인하곤 웃음 짓는다.
그저 산 사람들이 스스로 정한 것을 수 백년 지키며 내려 오다 보니 이렇게 조금씩 다르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이것을 두고 시비와 논쟁을 벌인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감옥에서 짜장이 더맛있느지, 짬뽕이 더 맛있느니 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
과일 놓는 순서도 홍동백서, 좌홍우백, 조율이시금.....
나는 어릴 때 밤일낮장 주소야대 운운하면서 웃긴 적이 있었다.
제주를 백세주로 쓴 덕에 음복이 즐거웠다.
청주는 찝찔하고 쌉싸롬하여 영 마시기가 내키지 않았는데 백세주로 하니 음복하기에 부담이 없다.
아침을 오손도손, 왁자지껄하면서 잘 먹고 나서술 상이 벌어졌는데 인숙이 형 형수의 술 장단을
경석이가 맞추니 소주병이 제법 쌓였다.
형수와 인숙이가 서로 간에 과거 이야기와 추억담을 주고 받다 보니 불과 두 시간 정도에 네 병 정도를 마시는 것 같다.
조금 지나니 형 부부가 속초행 버스 시간이 11시 라면서 나가야 한다고 서두른다.
그래서 10 여 년 전에 들여 놓은 노래방을 키려고 하니 영 음성이 안 나온다.
우리집의 전문기사 기선이가 여기 저기 만지작거리니 작동이 된다.
오랜만의 가무를 집에서 식구들과 즐기게 된 것이다.
형수가 원래 노래를 참 구성지게 잘 하는 솜씨를 가진 분이었는데 그동안 쓰질 않아서 목이 푹 가라앉았는데
한 곡 두 곡 부르다 보니 목소리가 트이기 시작하고 옛날 솜씨가 그대로 나온다.
나도 분위기를 띄우기 위하여 한경일 안고 "가을비 우산 속에" 를 불렀다.
한경이가 얼마나 그윽하고 진지하게 쳐다 보는지 정말 귀엽기 짝이 없다.
할아비가 마이크 잡고 노래 부르는 것이 신기한지 뚫어지게 보면서 미소를 짓기도 하고 마이크에 입을 대 보기도 한다.
계수씨가 사이드 댄서 노릇을 예쁘게 한다.
결국 속초의 형과 형수님은 표를 무르기로 하고 오후에 나가셨다.
<200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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