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이에게 드디어 소유개념이 생기는가?

팔불출이래도 좋아~ 2009. 10. 12. 18:55

한경이를 2 층 베란다 옥상에 처음 내 놓았다.

몇 년 전 대대적인 집 수리를 하면서 이층 베란다 바닥을 소위 도끼다시위에 파란 에폭시 칠을덧 씌웠는데,

칠장이가 날림으로 한 탓으로 공기가 들어가 여기저기 기포가 생겨 조금씩 들떠 있고, 찢겨 있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잘 안 나갔다.

이 날은 가을날이 참 좋아 한경이에게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마당을 보여 주고 싶어서 데려 나간 것이다.

품에 안고서 다닥다닥 달린 주황색 감을 보여주고 밑의 잔디밭을 보여 주었더니 이것저것 손 짓을 하면서 궁금해 한다.

손을 잡고서 집의 뒷 쪽으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장난감 미피카에 태워서 어르기도 하니 무척이나 좋아 한다.

한경이에게 "어야 가자~" 그러면 내 옷 부터 챙기기 위하여 옷장을 열고서 부지런히 찾는데 앞으론 2 층 베란다에도 자주 데리고 나와서집의 예쁨을 어릴 때부터 인식시켜 주어야겠다.

한경이를 데리고 산책을 할 때엔 물 병, 물 휴지, 마른 휴지, 손수건들을 준비해서 간다.

오늘도 한경이 자전거에 이것들을 싣고서 명지전문대에 가서 한참을 놀고 있는데 한경이 또래의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서 아빠와 함께 나타난다.

몇 개월 되었냐고 물어 보니 19 개월이라고 해서 한경이는 15 개월이라고 이야기 하였다.

아이가 간단한 말도 제법 또렷하게 하고 걸음걸이도 안정적이며 자동차의 방향전환을 아주 능숙하게 하면서 다닌다.

한경이는 어른들에게 인사를 시키거나 제가 스스로도 곧잘 하지만 아직 모르는 사람에게 적극적이지 않고 수세 방어적이다.

이 아이에게도 악수를 시키니 멈칫 거리고 경계를 한다.

그 아이가 한경이 자전거에 흥미를 갖고서 이곳저곳을 밀고 다니며 노는데도 한동안 멀뚱히 보기만 한다.

그런데 나와 같이 벤치에 앉아 있던 한경이가 조금 지나니 내려가서 제 자전거 쪽으로 걸어 간다.

왼쪽엔 그 아이, 오른쪽에 한경이가 서로 자전거를 잡은 상황이 되었는데, 한경이가 자전거에 올라가려고 시도한다.

두 아이가 제 고집을 부리려는 상황이 된 셈이다.

은근히 걱정을 했더니 아이 아빠가 아들을 데리고 장난감 차 쪽으로 데려 갔다.

"드디어 한경이가 제 물건에 대한 개념이 생기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 생각이 거의 맞았음은 바로 확인이 되었다.

집에 오는 길에 한경이 또래의 여자 아이가 한경이 자전거에 관심을 두고 만지니까 내게 안겨 있던 한경이가 내리더니 제 자전거 쪽으로 가서 올라타려고 한다.

그래서 안고 걷는 것이 힘들던 차에얼른 자전거에 태우고 달려서 집으로왔다.

한경인 멋도모르고 바람 가르는 속도감에 입을 크게 벌려 웃으며 좋아한다.

이 이야기를 에미와 아내에게했더니 모두 "그런가 봐요" 한다.

더 두고 볼 일이다.

한경이는 요사이 걷고뛰어 다니면서 조금 높은 곳이 있으면 손 잡고 올라가자고 하면서, 또 내려 올 때에도 꼭 손잡고 내려오늘 놀이를 좋아한다.

집의 계단, 학교의 돌 계단에서는 아예 재미를 붙였다.

아이가 크면서 이젠 꼭 옆에 붙어 있지 않고 위험한 것에 너무 가까이 하지 않게만 하면 되기 때문에 덜 힘든 게 사실이다.

운동장의 흙 장난을 좋아하면서도 이젠 입에 잘 가져 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철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드는 것 같다.

<2009.10.12>



< Debarge -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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